건곤 乾坤
노트에 정리 할 것이 있어 연필을 찾다보니 부러져 있다. 꼭 연필로 써야 할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연필 깍는 칼을 찾으려 이곳 저곳을 뒤졌다. 뒤지다보니 정리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큰맘 먹고 책상이며 서랍 구석 구석을 끄집어 내어 버릴 것은 버리고... 말끔하게 털어내고 나니 내 마음마져 깨끗해진 것 같다. 여간 개운한게 아니다.
쓸고 닦는 것이 자연의 본질이라고 한다 몸을 닦고 마음을 닦아 빛이 나도록 닦는 것이 사람이 추구하는 큰 가치 중의 하나이다 산도 깨끗하고 물도 깨끗하고 몸도 깨끗하고 마음도 깨끗해지자는 것이다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의自淨其意. 종교란 것도 별것이 아니다. 악은 버리고, 착해지고 깨끗해지는 것이다.
하늘이 더러워지면 비가 와서 씻어 내리고 물이 더러워지면 흙에 걸러 깨끗해지고 흙이 더러워지면 불에 데워 깨끗해지고 불이 더러워지면 바람에 날려 깨끗해지고 바람이 더러워지면 비로 쓸어 깨끗해진다. 서로 씻으며 돌아간다. 木火土金水 음양 오행의 원리란 이런 것이다. 어려워 할 것도 없다. 그리고 피해 갈 일도 아니다.
깨끗한 세계 그것이 우리의 이상理想이다. 우리가 정치인들을 싫어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더러운 무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무리들에 의하여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비록 약간의 더러움을 가지고 있을망정 깨끗한 사람을 존경하고 깨끗한 것을 좋아한다. 부정 할 수 없는 진리이다. 산이라도 깨끗하면 좋고 오늘처럼 날씨가 청명하면 더욱 좋아한다. 몸도 깨끗하면 건강하다는 말이 되고 마음도 깨끗하면 건강한 정신이 된다.
하늘, 땅은 깨끗하여 건곤乾坤이라고 한다. 건곤이란 말은 건강이란 말과 같은 의미이다. 깨끗하고 건강한 것이 힘이 있고 빛이 있다. 깨끗한 마음의 사람은 성인이요 더러운 사람은 죄인이다. 아침에 깨고 저녁에 끝을 맺는 것이 깨끗이다. 부처는 우리말로 각覺이라고 번역한다. 깬 사람이다. 깬 사람만이 깨끗한 사람이요, 끝을 낸 사람이다.
옛날에 어떤 스님에게 죽어서 무엇이 되겠느냐고 물었다. 자기는 죽어서 소가 되어 가난한 농부 집에 태어나 일생 농부를 위해 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소가 되어 농부를 돕는 것, 이것이 자비요, 선행이다. 예수도 말씀하셨고 부처도 마호멧트도 다를 바가 없다.
우리들은 신이 될 생각도 없고 사람이 될 생각도 없다. 자연이면 그것으로 족하다. 우리의 마음 속에는 항상 자연으로 가득하다. 괴로울 때나 슬플 때나 대자연을 찾아간다. 그곳에는 슬픔도 없고 괴로움도 없는 하나의 정적이 있을 뿐이다
늙은 가을에 혼자 우두커니 자연 앞에서 멍하게 있는 것도 삶을 여유롭게 살아가는 방법 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
죽로산방에서 서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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