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에세이

비움으로 행복을 찾는다

sunking 2019. 1. 14. 22:49

금년에는 비우기부터 실천해보자

 

비움으로 행복을 찾는다 2019. 1. 14

 

<5천년 중국을 이끌어온 50인의 모략가>라는 책에 이런 글이 있다.

칭기스칸의 책략가 "야율초재"를 예를 들며 나이들어 갈수록

무엇이든 비워야 행복한 삶을 영유할 수 있다는 글이다.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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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에게 "장량", 유비에게 "제갈량"이 있었다면 칭기즈칸에겐 "야율초재"가 있었다.

칭기즈칸이 초원의 유목민에 불과한 몽골족을 이끌고 동서양을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야율초재"라는 걸출한 책사策士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칭기즈칸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나 이민족과의 전쟁이나 중요한 일은 무엇이든 "야율초재"와 의논했다.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고 오직 능력만 보고 인물을 썼던 칭기즈칸이

한낱 피 정복민의 젊은 지식인에 불과했던 "야율초재"를 그토록 신임했던 이유는

천문, 지리, 수학, 불교, 도교 할 것 없이 당대 모든 학문을 두루 섭렵한 그의 탁월한 식견 때문이였다.

 

하늘과 땅과 인간, 그리고 세상 만물의 이치를 꿰뚫어 봤던 "야율초재"!

그가 남긴 아주 유명한 명언이 하나 있다. 새겨들을만 하다.

 

與一利不若除一害

여일리부약제일해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

生一事不若滅一事

생일사불약감일사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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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잡스가 자신이 설립한 <애플>社에서 쫓겨났다가 <애플>이 망해갈 즈음 다시 복귀했다.

그가 <애플>에 복귀한 뒤, 맨 처음 시도한 것은 새로운 제품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제품을 제거하는 일이였다. 수 십개에 달하던 애플제품을 전문가용, 일반인용, 최고사양,

적정사양으로 분류해 단 4가지 상품으로 압축했다.

이렇듯 불필요한 제품을 솎아 내고 선택과 집중의 의사결정으로 다 죽어 가던 애플을 살려냈다.

그 후 쏟아져 나온 애플 제품들 역시 하나 같이 심플했다.

다른 회사들이 잡다한 기능을 덕지덕지 붙일 때 스티브잡스는 불필요한 기능을 하나하나 제거해 갔다.

 

다 망해가던 <애플>은 어느덧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이 되었고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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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가 <다비드像>을 완성하던 날, 수 많은 사람들이 <다비드像>을 보기 위해

피렌체로 몰려 들었다. 커튼이 걷히고 5미터 높이의 <다비드像>이 그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인간이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완벽한 조각상에 압도된 대중은 하나같이 무릎을 꿇으며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사실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대리석은 돌의 결이 특이하여 당대의 내로라 하는 조각가들이

조각하다 모두 포기하여 수십년 동안 방치된 바위였다.

어느 쪽은 푸석푸석하고 어떤 쪽은 단단하여 조각하기에 너무도 어려웠던 것이다.

그 모든 난관에도 불구하고 미켈란젤로는 그 대리석으로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냈다.

작품이 완성된 후, 어떤 방법으로 조각했기에 남들이 모두 포기한 그 대리석으로

그토록 훌륭한 조각을 할 수 있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미켈란젤로는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나는 돌 속에 갇혀 있는 다비드만 보고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했을 뿐입니다"

 

위대한 조각상 역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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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보약을 지어 먹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몸에 해로운 음식을 삼가하는 것이다.

근육을 키우는 것보다 시급한 것은 불필요한 살을 제거하는 것이다.

누군가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에 앞서 그 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

행복을 원한다면 욕망을 채우려 하기보다 욕심을 제거하는 쪽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무엇을 채울까"를 생각하기 앞서 금년 한해 내가 가진 “여러 가지들을 비워내는 것”부터 실천해보자.

집안에 옷이나 물건들이 워낙 많아 정작 중요한 한 것들이 깊숙이 묻혀 몇 년 후

우연찮게 발견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우리나이 칠십하고도 수.삼년이 지났다.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가 각광 받는 시대가 도래했는데도 우리들은 아직도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

시기심, 질투 그리고 나만 알고 나의 생각만 옳고 나의 안락만 생각하는 아상성我想性,

친구가 아파트로 이사간다고 하니 축하한다는 말에 앞서 몇평이냐부터 물어보는 자기 중심적 富의 척도.

무슨 일이든 돈과 결부시켜 귀향한 친구의 배려심을 돈으로 환산하여 마음에 상처를 내는 금전만능주의 생각,

중책을 맡아놓고 봉사자들과 아무런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사임을 해버리는 超極의 자아중심주의 思考,

우린 이러한 모든 것들을 아직도 비워내지 못한다.

 

가정이나 직장 사회는 나혼자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나(我)도 있고 남(他)도 같이 양립하는

我他의 조화와 화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도 말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주위사람들로부터 점차적으로 멀어져 노년을 쓸쓸하게 보낼 수 밖에 없다.

 

지난 해(2018년) 12월에는 언제나 마음 속으로 응원하고 측은지심惻隱知心으로 살펴보던 친구가...

엊그제는 학창시절부터 마음을 나누어왔던 60년 知己가 내 곁을 영원히 떠났다.

그 친구들이 맨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글쓴이인데 떠날 때 뭐 한마디라도 남기고 간줄 아는가?

내가 죽을 것 같으니 돈과 명예를 자기 손에 쥐어달라고 했겠는가? 아니다!

오랜 장애로 고생했던 친구는 중환자실로 들어가면서 곧 일어나 자기랑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천을 주유周遊하면서 먹고 싶은 것 먹고, 보고 싶은 것 볼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면서 들어갔는데 그 약속 지키지도 못하고 뭐 하나 손에 든 것 없이 훌쩍 떠나버렸다.

 

엊그제 유명을 달리한 친구는 한달 前 부산 출장시 그의 집을 방문한 글쓴이에게 앞으로

5년은 더 살 수 있으리라며 따뜻한 봄이 오면 기장 앞바다로 나가, 회 한사라(한접시) 먹자고 하더니

다시는 못올 길을 떠나버렸다.

 

그 친구 역시 아무 것도 손에 쥔 것 없이 그렇게 떠났다. 人生無常이고 人生虛妄이다.

큰 집에 산다고 으시대고, 좋은 외제자동차 타고 다닌다고 뻐기고, 친구들간의 금전거래로 얼굴 붉히고,

아귀다툼도 모두가 부질없는 짓.

 

이제 우리들 나이가 되면 후손들에게 먹고 살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 주었으니 돈이면 돈,

재능이면 재능들을 나보다 부족한 이웃과 친구들을 위해 나눔으로 비움을 실천해보자.

 

정말로 내 마음의 허례虛禮를 비우는 것 만큼 좋은 일은 없으리라 본다.

 

삶이 허전한 것은 무언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여전히 비우지 않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두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면서 문득 오래 전에 읽었던 칭기스칸의 책사策士

"야율초재"의 명언이 생각나 책갈피의 문구文句를 찾아보며 두 친구를 하늘나라로 보낸다.

 

竹露山房에서

 

*둔필鈍筆

<鈍筆勝總둔필승총> 茶山 정약용이 자주 사용했던 말로 둔한 붓이 총명한 머리를 이긴다는 뜻이다.

즉 사소한 메모가 총명한 머리보다 낫다는 뜻으로 아무리 똑똑해도 기억에 의존한 사실은

실제 문서로 기록한 증거보다 약하다. 기록은 역사이자, 진실이자, 미래도 바꿀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기록하고 또 기록하고, 끝까지 기록하라는 소중한 의미로 받아들인다.

현세에 와서는 자기가 쓴 글이 두서없는 메모형태의 글이라는 표현으로 아둔할 둔鈍 자를 사용

둔필鈍筆이라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죽로산방에서 서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