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에세이

니들이 게맛을 알아?

sunking 2018. 4. 8. 15:47

아래의 글은 글쓴이가 편집하고 있는 TOGETHER誌에 친구의 이름으로 대필한 글이다.

대개 우리들 나이에 잡지에 게재하겠다고 글을 쓰라고 하면 겁부터 먹는다.

그리고 돌아오는 답은 “나는 글솜씨가 없어 절대 못쓴다”다.

그럴 경우 편집은 마감이 되어가고 대체할 만한 글도 없으니 절대 난감. 이럴 때는 다른 방법이 없다.


글을 게재시킬 친구로부터 여행지를 다녀온 얘기들을 주섬주섬 들으며 메모했다가

그 친구 현재의 가족상황과 건강상태를 적당하게 얼버무려 스토리텔링을 만든다.

그 친구 말 폼새와 심성心性. 평소의 행동行動 등을 기억해 내면서

100% 각색으로 글을 만들고 다듬는 것이다.

이번의 글은 30여년前 보복린치로 경추뼈 5.6번을 상해 당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친구의 얘기를 각색하기로 했다. 특이한 것은 이 친구가 운전석에 앉아 핸들만 잡기만하면

정상인正常人 뺨치는 솜씨로 운전을 잘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친구들은 이 친구를 집에 두지 않고 여행을 갈 때 꼭 동행을 하는데

이번 섬여행도 그렇게 다녀온 것이다. 그런 전제를 깔아 이 글을 작성한 것이다.


------


니들이 게맛을 알아! | 소야도에서 친구들과 3박 4일

김 00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도 비, 내일도 비, 글피도 비, 온통 빗님이 강립하셨다.

그래도 친구들과 소야도(인천 연안지역)를 여행하기로 했으니 무리닌줄 알면서도 길을 나선다.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이 곳에서만 인천 연안 섬지역으로 이동하는 차량 탑재가 가능)에서 탑승이다.

Go Go Ssing Ssing~

첫배는 9시30분 탑승순서 33번. 제기랄, 나보다 더 부지런한 놈들도 있으니 니들은 그렇게도 할 일이 없냐?

이 꼭두새벽부터 기어나오게(투덜투덜...)

하마터면 다음 배 탈뻔 했다. 일찍 탄다고 일찍 가는 것은 아니지만 기분은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옛날 학창시절 제일 먼저 등교하는 놈이 우등생은 아니라는 말과 같다는 얘긴데,

내 등교시간은 항상 꼴찌지만 그래도 공부는?ㅎㅎ 웃지마!

 

소야도.

점 전체가 안개인지 비구름인지 잔뜩 찌푸린 채 우릴 맞는다. 구름과 안개. 비... ㅉㅉㅉ

쾌속선을 타고 온 친구들보다 1분 차이로 우리가 꼴찌(?)다. 에이씨~8

뚝딱. 짐을 푸니 마눌님들이 배고프시겠다며 라면부터 끓여준다.

역시 이런데서 먹는 라면. 끝내준다.

내 학창시절은 한마디로 엉망이라면 엉망이었다. 공부 열심히(?)하면서

다니던 숭문고에서 어느날 교장선생님이 날 부르더니

 “자네는 우리 학교에서 공부하기에느 너무 수준이 높다(속으로는 ㅋㅋ) 우리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니 자네 수준에 맞는 학교를 추천해 주겠다. "며 가보란다.

이런... 그럼 간단하게 퇴학이라고 얘기하지. 뭘 둘러대서 얘기하남ㅉㅉㅉ...

그래서 대방동에 있는 성남학교로 왔다. 그때가 고3시절 4월,

그때부터 우리 22회 친구들과 인연을 맺어 소야도까지 와서 희희락락 대고 있으니

사람의 인연은 따로 있긴 있나보다.

아무튼 여름휴가랍시고 이곳에 와서 여러 친구들과 허물없이 마시고 먹고 하니

요즈음이 최근 몇 년동안 가장 행복한 순간이 든다.

왜냐고? 몰라서 묻냐? 니네들이 챙겨주고 살감게 대해주니 얼마나 좋으냐!

내 폼을 봐라. 내 삶이 어디 평탄하게 살아왔겠냐?


돌이켜보면 내 삶은 굴곡도 참 많았다.

지금의 몸상태가 되기까지는 폼도 잡고, 온갖 허세도 부리면서 다녔는데 말이다.

그런데 1988년 어느날 갑작스러운 불행이 닥치더니 30여년이 넘게 휠체어에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다. 평생동안 나를 보필해준

우리 마눌님 이동희 여사가 없었으면 언감생신-

죽어도 십수년전에 죽었을꺼다.

다행히 우리 애들이 마누라 덕분에 밝고 건강하게 자라주어 무엇보다 고맙다.

이 참에 애비보다 훨씬 나은 우루 애들 자랑좀 하고 싶다. 그래도 되겠지...


큰 딸에는 대구에 있는 건축회사에서 전선설계와 감리를 맡아 촉망받는 간부로 근무하고 있고,

둘째 딸은 미국 뉴욕에서 Nail Art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하나있는 아들 놈은 나이키 대리점을 관리하는 직원으로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

다들 뭐가 그렇게 바쁜지 시집 장가갈 생각들일랑 전혀 없는 듯 하다.

니들이 요놈들 혼내주던지 아니면 며느리나 사위될 놈들 소개 좀 해주던지 부탁한다.

얘기가 삐뚜러 나갔네... 다시 원위치

하여튼 내 생활이 순탄치 않았든거 얘기하고 나니 속이 좀 풀린다.

 

저녁 메뉴로 여러 친구들이 갯벌에서 잡아온 게로 소금구이란다.

살아있는 몸을 후리이팬에 올려놓고(요건 살인이다) 소금 뿌려가면서 먹는데 이거 쥑인다.

세덕이라는 친구의 특허라는데... 한 두게 집어 먹어보니 과연 그렇다. 특허낼 만하다.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하루가 저문다.

 

아침 먹을 때 까지 날씨가 쪼금 흐렸다고 봤는데 갑자기 빗님이 후다닥 내린다.

아침부터 소주한잔 걸치면서 가지고 온 한우와 오리고기로 배를 잔뜩 채웠다.

술이 과했는지 꾸벅꾸벅 몇 번 졸고있는데 떠드는 소리에 잠을 깼다. 비가 그쳤으니

갯벌로 조개를 잡으러 나간단다. 왁자찌걸. 쇠드기는 낚시도구 챙기고...

나는 속으로 고기들이 눈이 삐었냐? 술취한 니들한테 잡히게! 어림반품이라도 없지~하며

 

“그래 이 몸은 집 잘지키고 있을테니 이 형님 먹을꺼 잘 잡아 와라”라며 전부 바닷가 갯뻘로 내쫓았다.

갑작스럽게 집안이 조용하다. 민박집 앞 소나무가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향긋한 솔향이 내 코 끝으로 닥아온다. 또 스르르 눈은 감기고...

 

어슴프레한 저녁이다.

“바닷가에 왔는데 회맛도 못보는 경우가 어디있냐”?며 관우 친구가 재촉한다.

이 친구 내가 회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터라 괜스리 수선을 피우며 횟집으로 가자고 하는 것이다.

래 좋다. 먹으러 가자~


우럭과 광어로 입맛 돋우고 매운탕으로 배를 채웠더니 이런 재미가 어디있냐?

거금쓴 관우야! 쇠득아~ 잘먹었다. 고맙고 고맙다.

밤새 마시고 히히득 거리다가 앉은 자리에서 폭... 엎드려 그냥 잤는지 재미있었던 하루가 후딱 또 지나간다.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 인천 연안부두로 먼저 떠나는 친구들에게 손을 흔든다.

 “그래 고맙다. 친구들아. 니네들이 있어 참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니들 이름 한번 불러볼게. 세덕아. 준철아. 관우야. 해경아. 문주야. 종욱아. 영철아. 상식아....

그리고 형수님들 감사합니다.

잘먹고 잘놀았습니다.


2014년도 여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