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으로서 해야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지난 토요일인 2월 24일 밤, 한국 빙상의 간판스타 이승훈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국민 모두가 염원하고 기대했던 대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주말 저녁을 환희속으로 몰아넣었다.
이승훈의 트레이드마크인 막판 뒷심과 후배인 정재원의 헌신적인 도움이
금빛으로 아름답게 승화된 것이다.
16바퀴를 도는 레이스에서 이승훈은 초반 후미에서 페이스를 조절하는 동안 정재원은
2위그룹에서 선두를 유지하며 다른 선수들의 힘을 빼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했다.
정재원이 앞에서 바람의 저항을 막아주는 동안 이승훈은 체력을 비축하며
막판 스퍼트를 준비하여 유종의 미를 거둔 것이다.
이승훈은 레이스를 마친 뒤 대표팀 막내 정재원의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같이 레이스를 해 준
재원이가 너무 고맙고 멋지다며 정재원과 같이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한바퀴 도는 세러머니를 펼쳤다.
이승훈은 경기 직후 초대 챔피언이 된 데 대한 인터뷰에서 “너무나 큰 영광이고 우리나라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첫 정식종목인 매스스타트에서 우승했다는 게 너무 영광스럽다”며
“재원이에게 너무 감사하다. 재원이가 더 큰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공을 돌렸다.
아내를 향해서도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서포트 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모두 아내 덕분”이라고 밝히고
“TV로 응원해주신 관중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스케이트를 벗는 날까지
빙판 위에서 뜨거운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승훈은 마지막 바퀴 곡선주로와 직선주로에서 강력한 스퍼트를 낸 데 대해선
“제가 가진 유일한 장점이라고 생각해서 그것만 기다렸다”며
“다행히 올림픽에서 적중했고, 스퍼트하기 전까지 재원이 도움이 있었다.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나아가 “주말 저녁 금메달 소식을 기다려주신 모든분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돼서 너무나 행복하다”며
“자원봉사자 여러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할 수 있었다”며
혼자의 힘이 아니었음을 밝히는 등 주위 모든 사람들에게 공을 돌리는 아름다움을 펼쳐 보인 것이다.
참 말도 잘하고 조리도 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공을 돌리고 감사드리는 표현이
대다수 국민들에게 금메달보다 더 멋지게 느껴졌을 것이다.
아마 평상시 인품이 느낀 그대로를 표현하다보니 결고운 소리로 연결되었으리라
이에 반해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개막식이 열린 2월 9일 저녁, MBC TV의 해설자로 나서
허접잖은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개그맨 김미화씨의 발언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김미화씨가 무슨 말을 했는지 간추려 본다.
한반도기를 높이 치켜든 남북한 선수단이 공동 입장하는 순간 김미화씨는
“독도가 표기되지 않은 한반도기를 보고 IOC가 저래도 되는지 私見이지만 무척 유감”이라는 멘트가
아무런 여과없이 전파를 탔다. 물론 생방송이니 정화할 수 는 없었겠지만...
독도에 대한 정치적인 소신을 밝힌 데 대해서는
"중계에 굳이 필요한 멘트였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을 시작으로
그의 말 하나하나에 시청자들이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평창 올림픽이 잘 안 되기를 바랐던 분들도 계실 텐데, 그분들은 이 평창의 눈이 다 녹을 때까지
손들고 서 계셔야 합니다.” 라는 얘기를 하는 순간.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하게 하는 것을 필두로
감탐사 연발은 물론 시청자의 얼굴이 붉으질 정도의 무지스럽고 황당한 질문과 답변,
중계 아나운서의 맥을 끊는 발언 등이 중계 내내 끊임없이 이어졌다.
김 씨는 박경추 캐스터, ‘한국 스키의 전설’ 허승욱 스포츠해설가와 함께 했다.
박 캐스터가 “왜 출연했나 싶은 시청자도 있을 텐데 소개해 달라”고 하자
김 씨는 “시청자 여러분을 대신해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직접 답을 드리는 컨셉이라고 해 나왔다”고 말했다.
MBC에서는 시청자 눈높이에서 개회식을 전달하겠다는 취지였는데
정작 그가 보여준 것은 시청자 눈높이는커녕 진행을 위한
기본적 지식조차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가나 국가대표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아프리카 선수들은 지금 눈이라고는 구경도 못해봤을 것 같은데”라고 하자
같이 해설자로 참석한 허승욱 씨가
“아니다 아프리카에는 눈오는 곳도 많고 스키장도 있다” 라고 했다.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린 행사를 중계하면서 다른 진행자들과 발을 맞추지 못하고
핀트가 빗나간 해설을 자주 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특히 ‘반말 섞인 표현과 감탄사를 남발해 채널을 돌려야만 했다’는 누리꾼 반응까지 나오면서
MBC TV에 초비상이 걸린 것이다.
이날 개회식 시청률은 KBS1이 23%, SBS 13.9%였던 반면 MBC는 7.7%를 기록했다.
김 씨는 1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과 글을 올렸다.
그는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일베들의 악의적인 밤샘 조리돌림으로 일부 비난이 여론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나 이것조차 제 불찰”이라며 불만을 내비쳤다.
시청자가 방송 자체보다 정치적 이유로 자신을 문제 삼았다는 듯한 발언이었다.
반발이 더 거세지자 그는 결국 10시간 만에 다시 글을 썼다.
“부적절한 사과문으로 논란을 키웠다. 선의의 쓴 소리를 해주신 많은 분께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SNS 상에서 공화당 총재인 신동욱 씨가 남긴 글이 이날의 상황을 잘 대변해 준다.
“김미화 개막식 중계 논란, 입이 보살 꼴이고 입으로 흥한녀 입으로 망한녀 꼴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갑질 꼴이고 좌파방송인의 오만 꼴이다.
올림픽중계가 장난 꼴이고 정치적으로 변질된 MBC 꼴이다,
개그 코너 순악질 여사의 순악질 꼴이고 광우병 여사의 광우병 꼴이다.
소고기 내로남불의 극치 꼴”
김미화씨는 말의 폭력성을 몰랐을까? 몰랐으면 무식한 것이고 알고도 했다면 뻔뻔함의 극치다.
안그래도 좌파정권에서 옹호해준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그로서 조심하고 조심해야 할 시기에 말이다.
두사람의 말에서 보듯이 공인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껴본 최근의 씁습함이 기억나
평창올림픽 小考의 글로 남겨둔다.
죽로산방에서 서pd
'내가 쓰는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니들이 게맛을 알아? (0) | 2018.04.08 |
---|---|
가족사진 찍기 (0) | 2018.03.06 |
경남 사천에서 배송된 자연산 생굴 (0) | 2017.12.16 |
총동문회보 쿨투라 3호 (0) | 2017.12.11 |
고로쇠 수액 시음과 함께한 봄나들이 (0) | 2017.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