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에세이

가족사진 찍기

sunking 2018. 3. 6. 00:37

고궁에서 가족사진 찍기


요즈음 어느 집이나 거실이나 안방 벽면을 보면 가족사진이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부부는 앞 의자에 앉아 있고 아들내외나 딸과 사위들은 뒤편에서 직립자세로,

손주녀석들은 할아버지나 할머니 옆 의자에 앉거나 무릎에 안겨 있다.

그것도 가장 근엄하고 편안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말이다.

언제부터 우리나라 가족사진이 이런 모양새로 형식화되어 있는지는 몰라도

그러한 포즈나 양식에 누구하나 의의를 다는 사람이 없다.



과연 가족사진은 이런 식으로 사진관에서 틀에 박힌 양식대로만 찍어야 할까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오늘 아침 KBS 2TV 아침 8시에 하는 다큐멘타리 3일

<경복궁 72시간>에서(본방은 일요일 10시-요즈음은 오래전 방영분을 재방)

새로움을 발견하고 문득 느낀 점이 있어 몇자 적어본다.

 

이 프로는 ‘특정한 공간’을 ‘제한된 72시간’ 동안 관찰하고 기록하는 새로운 형식의

다큐멘터리 프로인데 지금까지 10년여동안 하나의 장소, 하나의 사건, 하나의 현상...

주어진 한 공간에서 늘 동일한 72시간을 보내며 익숙하지만 낯선 일상들을 관찰,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방영해온 프로이다.

일상에 파묻혀 주변을, 그 스스로를 놓치고 살 수 밖에 없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않고 새롭고 따듯한 시선으로 닥아온다.

 

총 60분 분량 중 글쓴이가 눈여겨 본 타임은 약 3분...

말쑥한 양복 정장차림의 初老의 부부를 중심으로 아들내외 가족, 출가한 딸아이네

가족들이 경복궁 한적한 곳에 의자를 거치하고 단체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이다.

아이들도 정장차림인 것으로 봐서 꽤나 여유있어 보인다.

제작팀이 무슨 사진을 찍어시느냐는 질문에 80대로 보이는 노신사가

 

“가족사진을 찍고 있다며 이렇게 사진을 찍은 것이 20년도 더 됐는데 아이들도 좋아하고

우리 두부부도 기록으로 남겨둘 수 있어 좋다”며 “해마다 새로운 가족도 태어나고

그럴때마다 가족이 늘어나는 것에 큰 기쁨이 넘친다“며 ”오늘은 너무 기쁜 날이라고 한다.

 

제작팀이 아들내외에게도 질문을 건네본다.


“저희들도 이렇게 매년 사진을 찍다보니 아이들 커가는 모습들을 정리하는데 편하고

가족들과 1년에 한번씩이라도 고궁을 찾아 하루를 즐기며 가족사랑을 나눌 수가 있어

일석이조라며 제작진에게도 그렇게 해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이날 만큼은 가족들 모두가 옷매무새도 신경쓰고 마음도 깨끗하게  정리해서

촬영에 임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사랑하는 마음은 물론 아이들 교육에 더할나위 없이 좋다"고 한다

 

그래 참 좋은 발상이다. 자연을 배경으로 아무런 꾸밈없는 상태로

몸과 마음을 청결하게 하고 가족들 모두가 사진을 찍으면서 모두가 하나되는 마음...

너무들 멋지다.


나도 내 가족들과 얘기를 나누어 저렇게 하자고 의견을 밝혀보아야겠다.


죽로산방에서 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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