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인문학

일본인의 문화 5 - 노천탕露天風呂

sunking 2018. 4. 8. 16:50

온천(溫泉)·노천탕〈로템부로露天風呂

 


일본인은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 가장 온천을 즐기는 국민이다.

섬나라 특유의 습한 기후의 필요조건과 자그마치 16,695개소에 달하는 충분조건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온천은 대지환희의 상징이고 노천온천은 자연혜택의 극치이다. 각박한 일상생활 속에서

스트레스가 쌓이는 현대인은 자연회귀, 동경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욕구로 나타난다.

자연에서 솟아오르는 처녀지인 노천 온천에 인간도 태어난 그대로의 발가벗은 모습으로 뛰어들게 되면

완전히 자연으로 회귀한 상태가 된다. 말 그대로 합일의 경지이며 자연과 인간의 스킨십인 것이다.

이런 기분은 노천온천이 아니고서는 연출해낼 수가 없다.

 

유럽의 온천은 물의 온도가 낮고 각각 함유 성분이 다양하며 그 대부분이 진하기 때문에

입욕보다는 음용으로 적합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의 온천은 물의 온도가 43℃를 웃도는 고온천이 많고,

질도 좋고 양도 풍부하며 산성, 알칼리성이 강해서 의료 효과가 크기에 입욕하기에 알맞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본인은 처음에 치료의 목적으로 이용하여 이용객도 귀족에 국한되어 있었으나

점점 일반서민도 이용하게 되었는데 나중에는 온천장에서 바둑, 장기를 두는 등

오락 혹은 친교의 장이 되면서 에도 시대는 생활과 아주 밀접한 장소로 가까워지게 되었다.

원래 온천법에서 말하는 온천이란 인공적으로 가열하지 않고 물의 온도가 섭씨 25℃ 이상 되어야 하며

몇 가지 원소 물질이 녹아 있어야 한다.


일본에서는 백로·학·곰·멧돼지·사슴·원숭이 등 부상을 당한 동물들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천이 따뜻한 것 이상으로 약효가 있다는 것을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옛날에는 인간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신앙의 터였다고 한다.

일본 온천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소위 예술계의 명인처럼 명탕[메에토오(名湯)]이라는 것이 있는데

일본의 삼고탕(三古湯)으로 유명한 곳은 코오베(神戶)의 아리마 온천(有馬溫泉)·키이(紀伊)의

시라하마 온천(白浜溫泉)·마츠야마(松山)의 도오고 온천(道後溫泉) 등을 꼽는다.

 

이들 온천은 시대를 초월하여 피로를 푸는 장소로, 당시의 풍류에 젖어 옛날 정취를 맛볼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하다. 또한 옛날부터 노천 목욕탕이 일본에는 많이 있어 왔는데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면서 목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가을의 단풍을 감상하면서 와카(和歌)라도 한 수 읊으며 노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유명한 곳으로 군마현(群馬県)의 타카라가와(宝川) 온천이 있는데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한꺼번에 천명이나 들어갈 수 있는 깊고 넓은 마카탕이라든가

80평이나 되는 여성 전용탕 등 온천의 다양함으로 승부하고 있다.

그밖에 단풍으로 유명한 온천은 홋카이도(北海道)의 토카치다케(十勝岳) 온천,

굼마켕(群馬県)의 시마(四万) 온천, 아키타(秋田県)의 후케노유(蒸ノ湯) 온천 등이 있다.

 

한편 한 겨울, 엄동설의 추위 속에서 순백의 세계에 파묻히거나 떨어지는

 눈의 율동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온천으로는 일곱 개의 온천이 솟는 나가노현(長野県)의 시치미(七味) 온천,

수빙(樹氷), 몬스터 등이 유명하고, 젊은이나 가족 단위 관광에 인기가 있는

야마가타현(山形県)의 자오오(蔵王) 온천은 주변이 온통 원시림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을, 겨울에는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하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설경을 만끽하며 목욕을 할 수 있는 곳은 토치기현(栃木県)의 카니유(加仁湯) 온천 등이 있다.

 

최근에 온천지는 다양한 오락의 장으로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예컨대 그 지역의 사적이나 먹거리, 그리고 젊은이들을 겨냥해서

행글라이더, 번지점프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지역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여행의 대중화시대와 장수시대, 건강지향의 시대를 맞아

온천이 건강의 회복, 유지, 증진의 역할이 기대되는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오랜 습관으로 정착된 입욕법으로는 〈고온욕〉이 있는데 이것은 만성 류머티즘이나

신경통환자에게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속탕〉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는데 이것은 미지근한 탕에

오랫동안 입욕하는 것을 말한다. 오오이타현(大分県)의 지고쿠(地獄)온천은 지속탕 가운데에서도

13℃로 특히 차다. 그리고 높은 곳에서 가는 줄기로 떨어지는 온천 폭포를 몸으로 맞는

〈맞는 탕〉이 있는데 이것은 견통에 효험이 있다.

또한 온천 열로 뜨거워진 모래로 찜질을 하는 「모래욕」도 있으며

이것은 가고시마현(鹿児島県)의 시루스나(指砂)온천 등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