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집단주의
라이샤워 교수는 일본인과 유럽인의 차이 중에서 가장 현저한 것은 일본인의 집단중시라고 보고 있다.
확실히 일본인의 집단중시는 2차 대전 때에 옥이 아름답게 부서지는 것처럼
명예나 충의를 중시하여 미련 없이 죽는 교쿠사이(玉砕)와 같은 집단자결의 비극이나
1억명의 일본인이 한마음이라는 일억일심(一億一心)의 슬로건,
나아가서는 오늘날 샐러리맨 사회 등에서의 집단적인 화[와(和)]의 중시,
그리고 학생들의 교복에 이르기까지 깊게 뿌리내려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데루쿠이와 우타레루(出る杭は打たれる)]」라는 속담은
일본인의 집단주의를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집단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등을 돌린 사람은
무라하치부라는 처벌을 당했다. 예외도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일본사회에서는 개인의 주장보다는
집단 속에서의 개인을 염두에 두고 개인은 집단이 있기 때문에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집단주의는 주로 벼농사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야요이(弥生)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수렵 문화와는 달리 벼농사는 혼자가 아니라 집단으로 모심기라든가 수확을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또한 유교에서 충효를 중시하는 도덕은 에도 시대 정치 이데올로기와 맞아떨어져 급속히 확산되었다.
이것은 가족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가정 내에서 가장은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었고
가족 구성원은 모두 복종한다. 가정이라는 집단의 질서가 우선된 증거이다.
그리고 출퇴근의 만원전철에 지하철도 운영회사가 여러 종류여서 갈아 탈 때마다
정산을 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전체의 질서를 위해서 잘 참아내고 있다.
이것은 급기야는 군국주의 일본을 낳았으며 현재도 오랜 불황에 시달리는
일본이 개혁을 부르짖으면서도 좀처럼 그 개혁이 단행될 수 없는 것은
개인의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집단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일본인의 본능적인 생각이
움직임을 둔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화되고 개인의 창의력이 중시되는 현대사회에서 일본인의 집단주의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기도 하다.
• 가센(瓦全) : 기와(瓦)가 되어 안전하게 남는다는 의미로 자기 몸만을 보신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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