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바이칼 호수... 설레임 행로 5

sunking 2015. 10. 17. 18:59

 

여행 다섯째날 9월 18일







한민족의 시원 알혼섬에서  리스트비얀카로
어제 뿌린 비가 호수 빛을 이렇게 푸르게 만들었을까? 바이칼의 물빛은 진한 잉크빛이다.

수면은 고요하고 바람 한 점 없는 아침, 호수는 고요와 정적이 머물고, 하얀 물새 몇 마리 호수위에 떠있다.

물새의 하얀 깃털이 푸른 물빛과 어울려 눈부시다.

호수가 바라보이는 언덕에 지어진 식당은 삼면이 유리로 되어, 호수 위에 식당이 떠 있는 듯 싶다.

떠나는 오늘 아침에사 그 정경이 새삼 다가온다.
하기사 어제까지만해도 북적이는 중국인들로 주변을 돌아 볼 여유가 없긴 했다.

모두가 빠져 나간 텅 빈 공간, 파란 호수가 찰랑이며 삼면을 채우던 곳,
잔잔한 음악까지 곁들여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든다.








숙소를 떠나기전 시간.
마을 길과 부르한 바위 오르던 언덕을 다시 찾는다. 언덕은 초지, 지평선이 보일만큼 광활하다.

짙푸른 호수의 물빛과 봄빛처럼 따스한 햇살, 끝없는 고요와 정적,

가만히 눈을 감으면 가까이 다가오던 따듯한 기운, 수많은 시간 속에 한 점 점으로 찍히고 갈 오늘,

이 멀고 먼 나라, 이 땅위에 내 숨결도 머물다 가는구나 새삼 가슴 뭉클한 순간.

그대로 정지였으면 좋겠다.
넓다. 깊다. 황토빛으로 바뀐 광활한 초원이 사막 같다.

브랴트 몽골인이 어머니였다는 징기스칸, 그는 어머니와 고향을 찾아
알혼섬을 찾아들곤 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 끝없이 바라보이는 바이칼의
푸른 물과 이 광활한 언덕은 그가 세상을 제패한  힘의 근원일수도 있었겠다.
시공을 넘어 선 길고 긴 시간들, 그 속에 나도 있다.







고개를 돌려보니 러시아 정교회의 종탑이 보이고,
작은 집들이 보이고. 푸르고 푸른 호수가 보인다. 가장 깊은 호수,
가장 맑은 호수, 가장 청정한 호수,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 가깝고도 먼 나라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가 보인다.















후지르 마을 입구, 호숫가 선착장, 누가 짓다 만 집일까 아니면 허물다
만 집일까. 무너져내린 벽위에, 선착장 폐선 몸체에, 폐허가 된 집 안의 벽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림 보셨어요? 그림이 인도풍인 것 같아요.” 어제 저녁 사물을 예리한
눈으로 사진에 담는 파란하늘님의 말.
“아니요. 앞만 보고 걷느라 못 봤는데요.”
잘게 부서지는 물결 소리를 들으며 그림 앞에 선다. 전후좌우 돌아 봄 없이 그림만을 본다.

눈빛이 서러운 저 남자가  바라보는 곳은 어디일까. 저 눈빛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향수? 그리움? 좌절, 포기? 이런저런 단어들을 꺼내 맞춰본다.

후지르 마을의 다정하고 오순도순한 느낌과는 판이했던 선착장 부근의 벽화들,

익숙한 붓놀림인 듯 아직도 그림 속 인물들은 살아있다.

쓰러져 가던 창고 같은 곳, 벽위에 그려진 그림들, 왜 그렇게 쓸쓸했을까.












오늘은 리츠비안카로 떠나는 날

바지선 선착장엔 12시 출발이라던 배 시간이 1시가 지나야 떠난다했다.
마음대로 늦어 질 수 있는 이유. ‘왜냐하면 여기는 러시아니까’
끝말에 토달기는 없기다.

선착장 옆 언덕을 오른다. 제주의 오름을 오르는 느낌, 한시간의 여유가 도리어 고맙다.

시원한 바람과 눈 아래 펼쳐진 포구의 정경. 통영 어느 언덕에 오른 착각.

언덕은 부드럽고 포근해 다정한 사람의 손길 같다.
고향 같은 섬, 무엇이던 다 버려도 받아 줄 것 같은 곳,
유리알처럼 반짝이는 호수에게 안녕을 고한다. “만나서 정말 반가왔노라”고.

이틀만에 만난 버스기사는 오랜지인을 만나듯 반갑다했다.

일주일이면 자작나무의 단풍도 웬만큼은 물이 들겠지했지만 차창을 스치는 자작나무 숲은 여전히 감감.

지구가 많이 아프구나 싶다.

이렇게 시들거리다 아마 말라서 잎이 떨어질 것 같다고.

올해는 자작나무의 단풍은 못볼 것 같다는 홍랑님의 말.

맞아. 시베리아라고 지구 온난화 현상에서 피해 갈수는 없는 것 같다.

길고 긴 자작나무 숲과 소나무 숲을 지나 가고, 또 가고.

이르크추크 도착, 북한이 운영하는 한식당으로.
음식은 푸짐하고 깔끔. 이북식 김치는 시원했고, 양념이 진하지 않아서 좋았다.
완벽하게 교육받고 파견된 종업원 아기씨들은 어리고 예뻤다.

또래의 우리팀 예쁜이 민경이는 그 아가씨들과 헤어지며  울어버려 보는 이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잠시의 만남이었지만 아마 동시대의 한 민족 핏줄이란 것 때문이었을까?

어둔 밤길을 달려 둘째날 찾았던 리츠비안카의 숙소로.
어둔 밤이긴 했지만 숙소는 나무집이었고, 깔끔. 오늘도 몇분의 수고로 무거운 가방의 이동은 무사히.

민경아버님 김사장님. 웃음치료 허선생님, 공직자 선생님.
감사 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