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바이칼 호스... 설레임 행로 3

sunking 2015. 10. 17. 18:42

 

 

여행 셋째날 9월 16일
 
바이칼 호수의 22개의 섬들 중 가장 크고 아름다운 섬, 알혼을 찾는 날,
한민족의 시원 (始原)의 근원지이며 러시아 속의 몽골인인 브리야트 인이 굳게 믿고 있는
징기스칸의 무덤이 있는 곳, 셔먼이 태동했으며 아직도 남아있는 솟대와 장승,

서낭목이 우리의 토착 신앙과 유사한 곳, 몇만년  전일지, 그것의 뿌리를 찾는 일은 인류학적으로
연구할 일이지만, 어쩌면 그 땅의 어느 곳에선가 우리는 조상의 서기를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그것은 호기심 이상의 것이었다.

아침 10시, 버스로 이르츠쿠츠 출발, 시베리아 대 평원을 달리며 창 밖을 스치는 풍광을 즐긴다.
달리는 길은 끝없이 오르락 내리락의 언덕을 지나고, 양 옆 숲 속에 가득한 자작나무와

러시아 소나무 숲을 지난다. 광활한 초지를 지날 땐 방목하는 소들의 한가하고 여유로운 모습에서
‘아, 이곳이 바로 시베리아구나’ 실감한다.
어느 휴게소의 맛없는 커피로, 열악한 화장실을 만나며도 ‘음, 여기가 바로 러시아구나’ 머리를 끄덕이곤 한다.

거의 6시간여를 달려 오후 4시가 조금 지나 알혼섬으로 연결되는 바지선을 타기 위해

사휴르따 선착장 도착. 이제부터 민폐 끼치기 시작.

가장 연장자이신 강선생의 도움으로 무거운 가방은 무사히 이동 완료. 죄송하고, 감사하고.









알혼섬 도착, 몇대의 다인승 승합에 분승, 호숫가 숙소인 통나무 집에 도착

호수가 바라 보이는 통나무 집에 여장을 푼다.

잠시의 휴식, 영험한 기운이 서려있다는 부르한 바위가 바라보이는 언덕에 오른다.

오후가 되며 서서히 개어 오던 하늘은 바위가 바라 보이는 언덕에 오르자

요술처럼 하늘이 열리고 석양의 빛을 바위에 쏟아 비춘다.
오색 천으로 휘감긴  솟대는 모든 염원들을 몸에 칭칭 감고, 저녁 바람에 날린다.
멋모르고 신발 속 모래를 털려고 앉은 바위는 신성한 곳이라 절대 앉아서는 안된다는 곳.
그 민망함이라니.









그러고보니, 솟대와 돌 주변에 즐비한 동전들이 모두가 간절한 마음의 표징일게다.
우뚝 선 저 솟대에게 영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은 풀 한포기에라도 매달리고 싶은 연약한 인간임에야, 하늘도 아실 것이고. 솟대던 바위던,

아니면 한구루의 나무던, 그 정성을 하늘은 아시겠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하늘의 노을빛은 황홀하다. 
빛으로 하늘을 물들이고, 호수의 물빛을 물들였다.

영험의 바위 브르한은 석양 빛에 빨려들듯 붉게 물든다.

어쩌면 노을이 지는 이  시간이 인간의 영원을 들어주는 부르한의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황홀한 노을빛과 부르한 바위의 성대한 축제의 시간, 꽤나 긴 예절을 치루듯,
언덕위의 교감이 이루어지나보다.



차가와 지는 바람이면 어떠랴. 바이칼의 하늘은 형언 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데.
서서히 물빛은 어두워지고, 하늘의 구름도 그 빛이 여위어 가고, 바람은 거세어지고.
부르한 바위 언덕의 축제도 이제 막을 내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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