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바이칼 호수... 설레임 행로 1

sunking 2015. 10. 17. 18:00

 

아래의 여행에세이는 1960년대 신촌에 있는 대학을 다닌 1년 여자선배의 글이다.

올해 나이가 70인데도 소녀적인 감성과 자연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

지난 추석 전에 러시아 바이칼지역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하더니 기행문 형식의 아름다운 글로

예쁘게 포장하여 이메일로 보내왔다.

수려한 글과 함께 디카로 담아낸 아름다운 사진들이 업로드된 음악과 함께 잘 어울려 포스팅 해둔다.

 

죽로산방에서 서pd

 




여행 첫째날 14일


무어라고 딱히 이유를 말 할 수는 없었다.
멀리 두고 온 잊을 수 없는 곳, 언젠가는 꼭 찾아가야만 할 곳,
바이칼은 그런 그리움으로 내 가슴에 점 하나를 남겨 놓았었다.

아주 멀고 먼 나라라고 생각했다.
은빛 호수 위에 하얀 눈이 쌓이고, 날아 갈 듯 몰아오는 칼바람 속에
옷깃을 꽁꽁 여미는 북쪽 끝 하얀 설국의 나라, 아니, 어쩌면 그곳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동화의 나라, 어디쯤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바이칼과의 첫 만남은 중학교 시절, 어느 작가의 소설 속에서 였고,
갈 수 없는 땅, 우리에게 철저히 닫혀진 땅, 그곳이 서서히 문이 열리고, 상상의 세계가 아닌,
다가갈 수 있는 곳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 러시아의 소설 속, 음악 속, 그림 속에서의
우울과, 몽환과, 신비스런, 때로는 진회색의 무게로 하나씩 살아 나기 시작했다.
그곳엔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가 있었고, 챠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가 있었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했던 샤갈의 그림이 있었다.
나타샤와 라라와 알로샤와 그리고 라스코리니코프가 있었다.

황금빛 단풍이 절정일 것이란 바이칼 호수의 자작나무를 찾아 떠난 여행, 9월 14일.
가을과 초겨울 옷을 함께 챙겨 넣어야 했던 버거운 가방.

밤 10시 출발하는 비행기편으로 시베리아의 이르츠쿠츠를 향하여 출발,

밤 기차가 주는 낭만과는 달리 밤 비행기 여행은 어둠이 답답함으로 온다.

설렘으로 떠난 여행, 짐작은 했지만 사회주의로 살아 온 몇십년 세월 때문이겠지.
공항의 상황이 열악함은 물론 공항 직원들의 날카로운 눈과 두꺼운 침묵과 경직된 표정은
사람을 질리게한다. 12시 조금 전에 도착한 3시간 50여분의 비행시간은 아주 양호한 편이라했고,
시내 한 가운데 위치한 숙소 앙가라호텔은 앙가라 강을 전망 할 수 있는 좋은 위치의 장소였다.
러시아가 이렇게 가까운 곳이었구나 새삼스레 말한다면 누군가는 그러겠지.

지리공부 좀 하시지요.

참으로 오랜동안 가깝고도 먼나라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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