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둘째날 15일
앙가라 강과 바이칼 호수가 만나는 곳, 리스트비안카로 이동. 날씨는 구름으로 가득.
기온은 우리나라와 거의 흡사. 이곳이 북쪽 나라임이 실감되지 않는다.
코끝이 싸아한 아침 공기일 것이라고 상상했다. 목에 두른 스카프를 둘둘 말아 동여매야 할 것이라고,
하늘은 쨍하니 높고 푸를 것이라고 멋대로 소설을 썼었다.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환희심으로 가슴 가득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자작나무 숲 길에 들어서며 ‘그것도 욕심이었구나’ 생각했다.
가을로 접어들며 자작나무 잎은 한 여름 싱싱하던 짙푸름은 그 빛을 잃었고,
가을 옷을 입기엔 너무 이른 계절, 이곳 시베리아도 서서히
고온 현상의 지구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예년 같으면 이미 자작의 절정기가 바로 지금이라 했다.
숲은 황홀한 단풍대신 진한 향기로 우리를 맞았다.
우아하고 기품있는 자태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왜 수많은 예술가들의 손끝에서 그리도 칭송되어 왔던지 그 길을 걸으며 알 것 같다.
숲길은 부드러웠고, 걸음마다 다정한 손길처럼 따듯했다.
몇구루의 나무만으로도 감동스러웠던 자작, 원없이 활작 그 품을 열었다.
한 아름 거저 받은 선물, 그래서 그 길을 걷고 있음이 감사했다.
목조건축박물관, 딸쯔이
16세기 주민들이 살았던 집의 원형을 보존해 놓은 곳 이라했다. 우리나라 민속촌 같은 곳이다.
러시아 정교회, 학교, 옛날 부호의 집, 관공소등이 있고, 그들의 생활 용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교회의 경당은 어찌나 작은지 2-30명이면 꽉 찰 것 같은 작은 공간이었지만 액자같이 조각해놓은
창틀로 보이던 정원의 모습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학교였다는 곳을 찾아봤다. 반짝이는 책상과 의자, 덮게가 씌여 한 옆에 놓인 풍금,
문득 알퐁스도데의 '마지막 수업'이 연상되는 그립고, 다정한 유년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복도 벽에 걸려있던 어린 소년소녀들의 사진들, 그들은 지금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마을 놀이터의 꼬마들의 웃음소리,
사진을 찍자하니 발레리나의 포즈를 취하며 모델이 되어주던 작은 여자아이,
어쩌면 볼쇼이 발레단의 입단쯤이 소원일지도 모르지.
꿈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꿈을 키우고 우정을 키워가는 어린 모습들이 귀하고 사랑스럽다.
호수 박물관
바이칼은 시베리아의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길이는 636km, 폭은 27-80km사이,
총 해안의 길이는 2000km이다.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큰 호수.
러시아 담수량의 총 5분의 4을 차지하고 있는 곳,
맑은 날엔 수심 40m까지를 볼 수 있는 맑고 투명한 곳,
그래서 이곳을 ‘시베리아의 진주’ 또는 ‘시베리아의 푸른 눈’이라 불리기도 한다.
바이칼은 가장 오랜 역사를 갖인 호수 중 하나로 그 나이를 2천5백만이나
3천만년쯤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도 바이칼 호수는 해마다 해안이 2cm씩 확장하고 있으며 호수 밑 바닥에서는
매일처럼 작은 지진이 일고 있다고 했다.
활화산처럼 바이칼은 지금도 활동하는 생명력을 갖고 있는 젊은 호수라 했다.
바다같은 호수 바이칼, 그 투명함과 청정함은 물론, 이런 환경에서 다양한 동식물들이 생존하고 있다.
이곳에 서식하는 동식물중 3분의 2는 이곳에서만 서식하는 동식물들이다.
바이칼 바다사자, 바다의 청소부, 새우 라츠크등이다.
호수 하나의 역사적, 지리적, 생태학적인 연구를 위하여 얼마나 많은 학자들이 동원되어
연구하고 탐색해가는지, 놀라울 뿐이다.
바이칼 호숫가 방갈로에서의 보드카, 그리고 우리나라 청어같은 '오물'
오후의 호수는 은빛 보료라도 깔아 놓은 듯, 수면은 매끄러웠고, 눈부셨다.
간이 천막 같은 곳, 그곳을 방갈로라 했다.
한 공간에 들어 갈 수 있는 사람의 수는 6-7명 정도.
바이칼의 특산물인 ‘오물’ (어찌보면 우리나라의 청어와 닮은 꼴)과 보드카
천막위로 쏟아지는 따듯한 햇살과 바다인 듯, 호수인 듯, 눈 앞에 펼쳐진 은빛 수평선을 바라보며 마시는
보드카의 맛은 일품. 테이블의 주고 받는 대화가 익어 갈 무렵, 기타를 메고 나타난 중년의 아저씨.
능숙한 손놀림으로, 수준급의 노래 실력으로 분위기를 잡아준다.
우리의 귀에 익은 팝송 몇곡, 덤으로 한국가요까지 한곡.
언어의 소통이 따로 필요없는 가슴과 가슴으로의 소통.
일행의 누군가가 방랑가수 손에 얼마의 수고비를 쥐어 준다.
전하는 손도, 받아쥐는 손도 참 따뜻해 보인다.
체르스키 전망대와 하산 길의 숲길 트레킹
리프트를 탔다. 이곳저곳에서 웃음과 환성이 들려온다.
남녀노소를 불문, 흔들거리며 그네 타듯 오르는 그 묘미는 잠시나마 유년의 추억을 안겨준다.
오르는 산자락 초원 지대는 가을이다.
풀 섶과 키 작은 나무는 가을 색으로 갈아 입고 바람은 상쾌하게 뺨을 스친다.
요람처럼 편안한 그네타기, 조금 더 길었으면 좋을 텐데, 아, 아쉽다.
전망대에서 바라 보이는 바이칼 호수는 산수화 한폭 펼쳐 놓은 듯, 절경이다.
이곳저곳 난간에 매달아 놓은 색색의 천들은 소원을 드리는 표징,
인류가 이 땅에존재하던 그 어느때부턴가 기도하며 매달리던 간절한 염원들을 다 담고도
호수는 묵묵히 말이 없다. 그래서 깊이를 측정할 수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잔잔한 수면 위로 천천히 노을빛이 물들기 시작할 무렵, 숲길로 들어서 하산을 한다.
부드러운 숲길을 걷는 것은 참 행복하다. 오솔길 풀 섶의 자디잔 꽃송이들,
여름을 끝내노라 물들어 가기 시작하는 나뭇잎들, 발아래 구르는 자디잔 돌들의 부딪침,
먼 길에서 찾아와 반갑노라 인사하는 숲 속 식구들과의 만남.
그래서 즐겁고, 마음은 따듯해지고, 온 몸 가득 차오르는 충만함이 있어 좋다.
리프트 위에서의 상쾌함, 전망대에서의 멋진 풍광,
하지만 숲 속 길의 하산이 있어 더욱 풍요로운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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