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넷째 날 9월 17일
한민족의 시원, 알혼섬에서 - 알혼섬 북부 투어.
어제의 그 승합차에 분승, 저녁의 부르한 바위와 아침의 부르한 바위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라며 부르한 바위를 다시 찾았다.
석양 빛을 받아 웅장하고 장엄하던 부르한 바위는 아침 햇살 속에 조신하고 평범한 바위 그대로였다.
광할한 하늘의 노을 빛 속에 신령함으로 살아 나던 모습은 아침엔 찾을 수가 없다.
오늘은 알혼섬을 종단하는 날
알혼섬 남쪽에서 최북단까지를. 때로는 사막의 모습으로 때로는 상록수 지대로, 광활한 평원으로.
승합차가 멎을 때마다 보여지던 바위, 그 바위들은 모두 나름의 전설과 사연들을 안고 있다.
바위 순례길? 바이칼 호숫가에 생겨난 바위들, 악어가 누워있고, 사자가 고개를 들고 앉어있던 악어사자바위.
아버지의 명을 거슬러 바위가 되버린 독수리 삼형제바위, 사랑하는 사람을 맺어준다는 사랑 바위,
샤만의 흔적이 여전한 최북단의 깊고, 길고, 높았던 우쥐르 언덕 위에 서자 호수의 폭은 넓었고,
그 빛은 점점 더 깊어 지는 듯 했다.
구름끼고 흐리던 하늘은 화창하게 개이고 하늘엔 가슴 뭉클하도록 하나가득 구름이 그림을 그린다.
숲 속에서의 야외 식사는 꽤나 낭만적이다.
생선찌개와 목포에서 오신 허선생이 갖고온 깻잎 장아찌와 메실 장아찌는 환상의 맛이었다.
그분이 홍랑님의 부친인 것은 며칠 후 알게 된 것이고.
갑자기 최고의 맛을 내는 손길을 갖고 계신 어머님이 있는 홍랑님이 부러워지기도 했다.
한잔씩 돌아가던 보드카의 짜릿한 맛은 약간의 한기를 덮여주던 비타민.
구름은 아름다웠고, 숲의 향기는 청정했고, 우리 일행만이 갖었던 오붓한 시간이 여핼길의 맛을 더해줬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베리아’라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
꽤나 덜컹이던 비포장 길, 그곳은 러시아 소나무의 숲, 그 길만은 내려서 걸으라 했으면 좋겠다.
솔향도 맡고, 덜컹이던 차 보다는 두 발로 걷는 것이 훨씬 좋을텐데.
이조차도 세상일 맘대로 안되는 원리의 하나.
신통한 것은 우리 차를 모는 젊은 기사. 동양인의 모습과 서양인의 모습을 반반씩 갖고 있는 그는
수시로 차를 세우고 내린다. 처음엔 볼일인가했다.
그는 만나는 서낭목 또는 서낭 바위에 절을 하고 동전을 또는 담배 한개비를 올려놓곤 한다.
이들에게 뿌리깊이 배인 믿음이 어떤 것인지를 보는 것 같았다.
날씨는 수시로 변화
아침식사까지는 눈이 부시도록 쾌청, 일주 시작하는 시간부터 흐리기, 바위찾기 중간부터 약간 개임,
점심식사 시간은 활짝 개임, 돌아 오는 마지막 무렵부터 차창에 비 뿌리기,
숙소 바을인 후지르에 다다를 땐 무지개가 그것도 쌍무지개가 떠 오르고.
식사후 바냐체험 (러시아식 사우나-뜨겁게 달군 돌에 물을 뿌려 김을 올리고,
자작나무 잎으로 엮은 빗자루로 몸을 두드려주기)을 하고,
기다리던 캠프화이어는 심한 비바람으로 취소가 되고.
광활한 시베리아의 하늘 위에 촘촘히 떠 오르는 별을 보고 싶었는데,
바이칼 호수의 물 소리를 그 정적 속에서 듣고 싶었는데,
회오리 바람처럼 몰려 온 거센 바람과 순간적인 소나기는 그 조차도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꽤나 정취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알혼섬의 최고의 정점일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이번엔 욕심이 너무 많았던 가 보다. 머리를 텅텅 비워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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