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여섯째 날 9월 19일
자작나무 숲과 바이칼 호수의 오솔길 트레킹
우거진 자작나무 숲이었다. 경사가 심하지 않은 오르막, 발 아래 보드라운 풀섶,
나무 위에 피어난 온갖 종류의 버섯, 빨갛고 노랗게 물든 키 작은 나무들과 억새. 산길은 이미 가을이다.
그 울창한 자작나무 숲엔 그렇게 그리워 보고 싶던 단풍은 없었다.
깊고 깊은 숲 속, 온 산이 물들면 어떤 모습일까 머리 속에 상상만으로도 황홀했던 길.
산은 우리팀이 전세라도 낸 듯 오붓하고 즐겁다.
서두를 필요도 없고, 걸음걸이 시합을 할 필요도 없는 여유 있던 길, 토끼도 있고 거북이도 있지만
누가 그 경주에서 우승을 했는지에 대해 말할 필요도 알 것도 없다. 그냥 한발 한발,
숲이 주는 향기에 취하고 적당히 배어 오는 땀에 온 몸이 기쁜 숨을 쉴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했다
산 속의 약초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여행도반 한 분은 걸으며
산 속의 약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기도 하고,
나무에 서식하는 온갖 버섯에 대해 그 효능과 채취방법, 섭취 방법까지 소상히 설명을 하고,
몇몇은 나무에서 버섯을 따기도 한다.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차가버섯까지 있다.
홍랑님이 꼼꼼이 준비한 간식으로 땀을 식히며 잠시의 휴식도 취하곤 한다.
오후가 되며 대구에서 왔다던 씩씩한 한국인 일행 6명도 만나고, 초등학생들 단체 산행의 일행도 만난다.
수십 명은 됨직한 작은 꼬마부터 꽤나 큰 어린이까지,
아마 어느 초등학교 전체 학년의 소풍인지도 모르겠다.
싱그러운 자연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이 어린이들은 알고 있을까?
자신들의 유년을 추억할 청정의 자연이 있음이 얼마나 큰 선물이란 걸.
끊임없는 재잘거림으로 잠시 숲속은 들석 들석 했지만 그들이 지나간 숲길은 다시 정적으로.
어쩌다 만나지는 돌연변이처럼 물든 몇 개의 자작나무를 만나면 오래 헤어졌던 친구라도 본 듯,
카메라 렌즈를 맞춘다. 여행 첫날부터 취재 나온 사진기자처럼 열심히 사진을 찍는 권선생은
하나라도 놓칠세라 끊임없이 셔타를 누른다.
언제던 사진이 필요하면 써도 좋다는 인심 넉넉한 분이 있어,
디카 밧데리가 나갔어도 안달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4시간여의 자작나무 원시림 트레킹 후, 바이칼 호수가에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날씨가 흐리니 물빛도 오늘은 흐리다.
호수가의 도시락 시간은 재미있고, 맛있다.
이곳까지 와서 바이칼 호수 물을 먹지 않고 갈 수 있느냐며 호수 물을 떠 오시는 어르신.
누가 마셨는지는 모르겠다. 떠서 마셔도 좋을만큼 오염되지 않은 청정수란다. 오전에 4시간,
점심후 다시 2-3시간의 트레킹이 남아 있다고 했다.
호수를 끼고 걷는 자작나무 오솔길
황금빛 단풍이 아니면 어떠랴. 시베리아의 속살 같은 깊고 깊은 숲길을 내 온 몸으로 함께하고 나온 것을.
길고 긴 바이칼 해안을 바라보고, 호수의 청청한 기운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걸었던 것을.
해안 절벽에 피어있던 이름모를 꽃들,
그 꽃들에 눈이 팔려 일행을 놓칠번도 했던 순간들,
여행 도반들과의 다정한 대화들과 만나는 배려들,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는 예쁜 추억이 될 순간들,
그래서 매 순간이 귀하고 소중하다.
숲과 호수의 그윽하고 맑은 기운을 흠뻑 받고 다시 돌아 온 리츠비안카의 숙소,
폭이 작아 창문을 가려주지 않는 이곳의 커튼에게 조차 오늘은 넉넉한 마음이 된다.
내가 행복하니까, 네게도 행복을 주는거야.
이곳 숙소의 명물. 커텐 폭이 좁아 창을 다 가리지 못해 누우면 누군가가 들여다 볼 것 같은 불안.
옷, 스카프등 총 동원해서 임시방편.
너무 멋진 통나무 집인데, 방마다 이런 식으로 비상.
재미있는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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