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손주녀석이 귀국하던 날

sunking 2015. 7. 23. 11:10

 

손주녀석이 귀국하는 날

 

오늘은 아침부터 마음이 셀렌다.

1년 전에 미국으로 떠난 딸아이 가족들이 입국해 우리집으로 오기 때문이다.

오후 5시경 도착하는 비행기지만 집사람이 애들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며 마트에서

시장볼 것이 많다고 은근히 출근안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우리 집에서 공항까지는 승용차로 1시간도 안걸리지만 출근했다가 점심 먹고 집으로 돌아와

공항으로 마중나가기엔 나도 시간이 너무 번잡해 출근을 안하기로 했다.

하기사 요즈음은 특별히 만나야 할 사람이 없는 이상,

회사에서 업무를 보나 집에서 일을 하나 마찬가지이기도 하지만...

 

1년전 일간지 신문기자인 사위가 언론재단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결정하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스텐포드대학으로 갈 때 딸 아이와 여섯 살난 손주녀석을 데리고 떠났다.

딸아이는 O그룹 회장실의 경영혁신팀에서 년봉 1억이 넘는 차장으로 근무 중인 핵심멤버인데도

자식교육에 이번만한 기회가 없을 것이라며 1년 육아휴직을 얻어 남편과 함께 동행한 것이다.

딸아이는 원래 미국 시애틀 워싱톤대학에서 공부했고 서울대 MBA과정을 마쳤다.

헤럴드미디어그룹에서 기자생활을 할 때는 세계부호 2위로 알려진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소>와도 프리 인터뷰를 할 만큼 고급영어를 구사하는데도 불구하고

직도 자기 자신의 어휘력이 부족하고 아이에게 영어공부가 꼭 필요하다며

1년 수입을 내려놓는 용단을 내렸던 것이다.

딸아이와 사위는 8월 1일부터 복직한다.

 

1년 전 손주녀석이 미국으로 떠나는 날,

인천공항에서 할머니와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운지 몇 번이고 안기고 눈물을 글썽이던 녀석이

할아버지와 작별인사를 할 때는 내 정강이를 툭 차면서 퉁명스럽게

 “안녕히 계셔요”하던 모습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역시 남자다운 인사법이지 싶다.

1년이 지난 지금에도 손주녀석이 보고싶을 때 가끔씩 그 때의 모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런 녀석이 오늘 저녁에 돌아온다.

 

내 처가 지난 1월에 손주 녀석이 보고 싶다며 미국으로 갔을 때 유치원에서나 레스토랑 등에서

제법 영어를 구사하더라는 얘기를 전해 듣고 애들의 어학 습득력이 그렇게 빠른가? 하고

놀랜적이 있었는데 벌써 1년이 지났으니 영어실력도 많이 늘었겠고 키도 훌쩍 커,

꽤나 어른스러워 졌을 것이다.

빨리 보고 싶다.

 

2015년 7월 23일

손주녀석을 1년 만에 만나는 기쁜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