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친람萬機親覽
만기친람이라는 말이 요즈음 많이 회자되고 있다.
오지랖 넘게 하루 만가지 일을 직접 챙긴다는 뜻으로 인용될 때 쓰여지는 말인데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인 면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만기친람형의 업무스타일은 주위사람들에게 맡기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챙겨서 하는 것이
더 좋은 성과물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마디로 재능이 탁월한 사람들에게 자주 발견된다.
그러나 다른 측면으로 보면 큰 지침하에 있어야 할 개별적 행동까지 세세하게 챙기지 않으면
업무에 관하여 안심할 수 없다는 심리적인 요인 즉 강박관념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강박증환자인 셈,
무슨 일이든 항시 조심하고 절제하는 성격인 완벽주의자가 대부분이다.
역사적으로 일일만기日理萬機를 감당할 만큼 일중독’에 빠진 지도자들도 상당수 있었다.
진시황은 예부터 자기보다 나은 자가 없다고 여기면서 천하의 크고 작은 일들을 직접 결정했으며,
45세에 황제가된 옹정제는 재임기간동안 북경 근처의 서산西山별장에 가끔 씩 갔을 뿐
그 이상은 한 발짝도 궁밖으로 나가지 않고 일을 했으니 일중독에 빠진 사람 중의 한명이 틀림없다.
우리나라 조선조 정조正祖도 마찬가지.
백성과 조정이 염려되어 모든 일을 챙기고 일일이 지시를 내리기 위해 닭우는 소리를 들으며
잠깐 잠들었다가 아침식사를 하니 피로해진 정력이 갈수록 소모되고 있다고 조선왕조실록에 실려있다.
그는 등창이 난지 20여일 만에 승하했는데
아마도 지독한 일중독증에 따른 스트레스가 간접 사인이지 싶다.
삼국지로 통해 후세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은 제갈량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제갈공명과 사마의가 대치하고 있을 때 사마의는 제잘공명이 보낸 사신에게
공명의 하루를 물어보는 대목이 나온다.
사신이 제갈승상은 음식을 지나치게 적게 먹고 공무는 새벽부터 밤중까지 손수 다 처리하며
곤장 20대 이상의 형벌까지 직접 집행한다고 이야기하자,
사마의는 “식소사번食少事煩이라 공명은 오래살지 못하겠구먼”...이라고 했다.
제갈공명으로서 선제 유비의 어린 군주 유선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겠지만
말 그대로 만기친람하여 54살의 나이로 요절했다.
글쓴이도 적지않은 나이다. 한적한 곳에서 책을 읽으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야할 나이는 분명한데
주위 여건이 그렇치를 못하다. 아직도 이일 저일에 많이 관여되어 있다.
십수년전 가까운 친구가 “너는 뭐 그렇게 오지랖넓게 이사람 저사람 일을 다 챙기냐,
그거 좋은게 아니다”라는 충고를 들은바 있다.
백번 맞는 말이라고 수긍하고, 그때부터 중요치 않은 일에 관여하지 않으면서
의식적으로 줄여나갔는데도 아직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결코 좋은 일이 아닌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관계하는 것을 보니
성격이 모질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어제 저녁 내게 충고한 그 친구와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어
“자네 충고로 오지랖넓게 사는 일들을 많이 줄여나가게 되어 고마웠다”고 인사하자...
그 친구, 내 말이 끝나자마자 한다는 말이
“너한테 그런 말을 한 것 같은데, 자기도 어떤 모임의 수장이되다보니
어쩔 수가 없이 이일 저일에 관계되어 오지랖 넓게 일을 하게되더라”면서
아마 성격 탓들이 아니겠느냐며 한바탕 웃은 적이 있다.
이번 주 내내 글쓴이가 소속되어 있는 단체에서 내년 1년동안
절친인 친구를 수장으로 하여 같이 봉사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오래전에 써놓았던 글을 다시 꺼내 읽으며 이 글을 다시 작성했다.
절친 친구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오지랖넓게 안살기로...
그냥 편하게 있으면서 가끔가다 한마디 정도씩만 하기로...
나이든 사람이 주책스럽다는 얘기 안듣기로...
마음을 정리하니 모든게 편한하다.
오늘 저녁 절친인 친구도 그렇고 글쓴이도 편히 잠들어 있을 것 같다.
죽로산방에서 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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