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예쁜 결혼식
지난 주에 가까운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다녀왔다.
요즈음 호텔에서 거행되는 결혼식들은 예식이 끝나야 음식이 나오므로 싫든 좋든
주례사를 들으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다반사고,
일반 예식장에서는 혼주에게 “나~ 왔습니다” 하며 눈도장을 찍고 축의금을 접수시킨 다음,
바로 식사하는 곳으로 몰려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서도 식당에 거치된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예식장면은 관심밖.
일행들과 신변잡기로 잡담하면서 식사를 한다
혼주에 대한 예의는 축의금을 낸 것으로 충분하므로
정당하게 식사할 자격이 있으니 당연히 먹고 가야지 안먹고 가면 손해보는 것 처럼 당당들하다.
지인의 자녀가 예식을 올린 곳은 신사동에 있는 빌라드베일리라는 곳.
글쓴이는 이곳에서 거행되는 예식에 서너차례 참석했지만 정작 예식을 거행하는
8층에는 처음으로 올라가 봤다. 식사를 하는 곳은 6층과 7층, 호텔식 스테이크 코스다.
이날은 혼주에 대한 예의로 예식장면을 보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식사 장소에 아는 분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8층으로 먼저 향했다.
식장의 분위기가 여느 예식장과 사뭇 다르다.
전면에 보이는 돌로 장식된 벽면 색상이 다듬지 않아 자연스럽고,
위에서부터 10M 정도 흘러내리는 분수도 시선처리에 안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객들이 앉는 의자는 교회나 성당에서 볼 수 있는 긴 의자.
혼주 부모들이 앉는 의자도 같은 것으로 하객들과 같은 동선에 양쪽으로 배열되어 있다.
이날의 혼례식은 주례선생님이 없이 진행하는 예식이었는데 사회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껴,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포스팅 해둔다.
사회를 맡은 분이 방송국의 아나운서라고 하는데 인물도 훤칠하고, 목소리톤도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어휘부터 어느 예식장의 사회자들과는 사뭇 다르다.
모든 어휘가 고급스럽고 의사 전달력도 뛰어나 듣는 사람들 모두가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신랑, 신부 맞절 순서에서
“신랑님, 신부님 서로 존경의 마음을 담아 맞절을 하시기 바랍니다. 맞절 하십시오”
보통같으면 "신랑, 신부 맞절!"
이런 식으로 단답형으로 하는 것이 보통인데...
양가 어머니들이 화촉점화를 마치고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게하는 어휘도 아주 곱다.
“양가 어머님들~ 아드님과 따님의 혼례식을 위해 찾아주신 하객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이 담긴 인사를 공손하게 드리십시오... 인사하십시오”
"보통은 하객들에게 인사!" 이렇게 하는데...
예식도 참 매끄럽게 진행시킨다.
양가 어머니들의 화촉점화, 신랑 신부 입장, 맞절, 사회자가 낭독하는 성혼선언문.
형식에 얽매이지 앉아서 그런지 참 예쁘고 곱다.
두 신혼부부에게 당부하는 양가 부모들의 덕담도 마음에 새길만하다.
먼저 신랑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당부하는 얘기를 간추려 보면...
“저는 제 자식에게 칭찬이 참 인색했던 사람입니다. 아니 칭찬을 한 기억이 많치를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큰 칭찬을 해 주고 싶습니다. 이렇게 예쁘고 참한 색시를 우리 집안의 며느리로,
또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되게끔 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참 잘했습니다. 처음으로 큰 칭찬을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묻습니다.
“아들 너~ 니 색시를 평생동안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냐? 진정으로 대답해야되!” 등등.
여러 하객들들 앞에서 대답하게 하므로서 책임감을 부여시키고
아버지로서 자식에게 당연히 당부하는 얘기였는데도 가슴에 많이 와 닿는다.
신부 아버지도 단상으로 나와 이렇게 얘기한다.
“제가 오늘 우리 막내를 출가시키면서 딸 앞에서 말을 하면 가슴이 먹먹하고 목이 잠겨
두서없이 말할 것 같아 편지를 써왔다”며 딸아이가 자라오면서 예쁘고, 자랑스러웠던 기억들...
학창시절과 결혼하기 까지의 과정을 담백하게 얘기하면서
부모로서 넉넉하게 차려주지 못하는 미안함으로 마음이 편치 못함을 피력하는데
출가시키는 아버지의 마음이 진솔하게 담겨있어 하객들 모두가 공감하기에 충분했다.
그런 후, 사위되는 신랑하게 당부한다.
“신랑 자네는 오늘부터 내 사위가 되었지만 난 아들로 생각하네!
남자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 생각하고 내 딸을 맡기네. 자네를 믿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세상 순리를 다시한번 일깨워 준 지인 유기택 부부네 예식.
오늘은 참으로 예쁘고 아름다운 신혼부부와 새로운 가정을 꾸려준 양가 부모님들의
따뜻한 마음을 보게되어 기분 좋은 날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죽로산방에서 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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