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 경기를 처음으로 관전하고....
글쓴이가 앉아 있는 바로 앞이 선수들이 대기하면서 점수를 기다리는 미스트존.
손연재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우리들 앞을 지나고 있다. 생각보다 키도크고 예쁘고 자태도 곱다.
지난 24일,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손연재가 출전하는 아시아게임 리듬체조를 보기 위해
인천 남동체육관이 있는 체조경기장을 찾았다.
차량으로 이동하면 시간도 걸리고 주차문제도 번거러울 것 같아 인천 송내역까지 지하철로 가서
버스를 갈아타고 체육관에 도착했다.
서울 강남권에서 시간상으로도 2시간여가 걸리지만 지하철을 두 번씩이나 갈아타고
또 버스를 이용해야하는 번잡스러움에 다시 이곳을 가야한다면 한번쯤 생각해야할 만큼 교통사각지대였다.
물론 주변에는 남동공단으로 진출입하는 톨게이트가 있어 자동차로는 쉽게 갈 수 있겠다고 하지만
일반시민들이 찾아가기에는 접근성에 대단히 무리가 있다.
주변에는 럭비경기장도 있어 조경과 환경이 쾌적하게 정비되어 있지만
주변상권이 전무하고, 인적도 드물어 아시아게임이 끝나고 이 거대한 두 경기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심히 걱정된다.
안그래도 인천시의 부채가 13조원에 달한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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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기관을 통하여 신청한 ID카드를 목에 걸고 Family Zone에 자리를 잡았다.
출입문을 통과하는데 일일이 주민등록을 확인하는 절차가 꽤나 엄격했다.
며칠전 대한유도협회 남모 회장이 출입증(I/D카드)이 없는 자기 친구 3명을 입장
시키기 위해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호통을 치며 <갑>질을 한 뒤끝이라 저절로
미소가 머금어 진다.(남모 회장은 이 건으로 회장직에서 쫓겨나고
현재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있다_고소하다)
손연재 선수의 인기 덕분인지 일반관람객들이 입장권을 구하기가 무척 어려웠다는
얘기를 들었던 관계로 관람석을 돌아보니 예상보다는 자리가 많이 비어있다.
약 20%정도의 자리가 듬성듬성 보이는데 아마, 기업체에 단체로 표를 강매한
탓으로 이 경기를 꼭 보고싶은 일반관람객들이 피해를 보지 않았나 싶다.
우선 글쓴이가 자리한 Family Zone부터 설명하자면
연기를 마친 선수가 점수가 발표되기 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면서
시청자들과 인사를 하는 미스트존 바로 앞이다.
경기를 관람하기에는 약간 멀지만 출전선수를 가장 가깝게 볼 수가 있는 곳이라
연고가 없는 일반인들은 앉을 수가 없는 곳.
리듬체조 경기를 처음 관전하는 관계로 선수들의 게임방식을 매모해 두었다.
16명이 예선(전날 단체전 경기성적)을 거쳐 본선에 올라 곤봉, 후프, 볼, 리본 종목을 추첨으로
순서를 정해 한 종목당 1분 30초동안 연기를 한다.
그러니까 한사람이 4종목을 프레임별로 돌아가면서 연기하므로
16명이 총64경기를 펼쳐보이게 되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린다.
심판위원들은 각국별로 배정한 14명과 경기장 라인선상에 위치한 2명 포함하여 16명.
선수들의 실력이 평준화 되었는지 아마츄어 수준의 관전으로는 평가점수를 구분하기가 힘들다.
기술점수와 예술점수를 구분하여 채점하는 방식으로 제일 높은 점수와 제일낮은 점수를
제외하는 것 같다.
여하튼 TV에서 볼 때보다 선수들의 동작이 한눈에 들어와 전체적인 흐름을 읽을 수가 있었고,
여성적인 섬세한 선과 기구(볼, 후프, 리본, 곤봉)를 다루는 테크닉 등에서 조금은 구분할 수가 있었다.
예를 들자면 리본의 회전력이라든지 곤봉의 회전속도, 후프의 신체 통과과정과 점프력 등등..
우승권 선수와 6위 이하의 선수 연기를 보면 어느 정도 구분이 된다.
선수들 모두 너무들 잘한다. 기구별 개성이 다름에도 그에 맞도록 프레임로별로 연기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울 것인데 큰 실수들이 없는 것을 보니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하여 정말로 경이스럽다.
상을 받고 안받고를 떠나 너무들 예쁘다. 그것도 가장 근접거리에서 선수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으니...
이날 금메달을 딴 손연재 선수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사진기자들의 거듭된 요청에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포즈를 취한 이후에야 포디엄을 떠날 수 있었고 정문을 나서자 열성팬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오랜시간동안 장사진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도 그렇지만 리듬체조 종목의 관심도가 높아진 것에 대해서
상당히 고무되었다고 며칠이 지난 다음 메스컴을 통해 그날의 감회를 술회하기도 했다.
손연재는 이날 곤봉-리본-후프-볼 순으로 연기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곤봉을 잠시 이마에 댔다.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관람객들은 손연재라는 이름이 호명되자 뜨겁게 응원했다.
태극기를 준비한 사람도 있었고, 환영 플래카드를 챙겨온 팬들도 있었다.
손연재는 곤봉과 리본, 후프에서 자신의 선수인생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 사람처럼….
마지막 볼에서 아쉬운 실수가 나왔지만,
관중은 뜨거운 박수로 그의 마음에서 실수를 지워냈다.
점수를 확인한 순간 우승을 예감한 손연재는 코치진을 비롯해 소속사 관계자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고, 관중에게도 손을 흔들어 감사를 표했다.
그의 표정이 가장 편하고 환해진 순간이었다.
사실 손연재는 그를 쫓아다니는 악성 댓글 게시자들 때문에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
보통 때는 무관심한 척 넘어갔지만 지치고 힘들 때는 큰 마음의 상처가 됐다.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후프 동메달, 개인종합에서 4위에 오르는 쾌거에도
그는 인천 입성 후 공항 기자회견 이후에는 언론을 피했다.
인터뷰는 사절했고, 훈련은 잠시의 포토타임 이외에는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했다.
자신의 이름이 괜히 오르내리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봐야 돌아오는 것은 악성 댓글이라고 생각했다.
대중적인 인기가 아닌 진정한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던 손연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자신이 얼마나 세계 정상급 수준에 근접한 선수인지도 알렸다.
이제 손연재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순간이 된 것이다.
손연재선수의 금메달 덕분으로 국기게양장면과 애국가가 불리우는 현장에
처음으로 있게 되었는데 가슴이 뜨거워지고 한국인이 자랑스러워졌던 소중한 추억을 갖게 되었다.
경기와 시상이 끝난 시간이 10시가 넘었다.
지하철을 타고 귀가해야하므로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와 종종걸음으로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도중
고개들어 하늘을 보니 오후에 억세게 내리던 소나기구름은 오간데 없이
달님이 구름사이로 살짝 고개를 내비치는 모양새가 수줍은 신부마냥 귀엽다.
참 기분 좋은 밤이다
죽로산방에서 서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