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에세이

인천아시안올림픽 개막행사 小考

sunking 2014. 9. 21. 21:44

 

 

 

19회 인천아시아올림픽 개막식 행사 小考

 

지난 19일 저녁,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의 개막식이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라는

대회 슬로건과 <45억의 꿈이 하나되는 아시아>라는 주제로 펼쳐졌다.

 

TV를 통해 개막식을 본 바를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 그 자체였다.

공중파 3사의 TV 중계화면도 준비가 많이 부족했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개막식 행사 30분전부터 시작된 방송은 중계를 맡은 아나운서들이 왜 그렇게 수선스러운지

이해가 안되고 장황한 자료화면만 계속 보여주니 현장감이 결여되어

생동감을 많이 상실시켜 채널을 돌아가게 만들었다.

 

개막식의 큰 포맷은 아시안인들의 화합을 표현하는 것이 첫째고,

둘째로는 개최도시인 인천이라는 도시를 부각하는 것으로 큰 흐름을 잡은 것 같았다.

 

 

                                     가운데 있는 안숙선 명창이 너무 왜소해 보인다.

 

 

아시아인들의 화합을 표현하는 첫 무대 <오래된 아시아>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처음엔 하나였던 아시아가 갈라지면서 반목적으로 대립되게 되었다는 설정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왜? 갈라졌으며 아시아인들끼리 왜? 반목하게 되었는지 전혀 스토리가 연결되지를 못한다.

LED화면에서 분열하는 장면만 지루하게 나오다가 최근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로 한류스타로 떠오른

배우 ‘김수현’이 굴렁쇠 소녀와 함께 아시아 국가를 배를 타고 돌면서 각국의 선수들과 함께

인천항을 통해 개막식 공간으로 들어오면서 화합을 이룬다는 설정이었는데...

과연 아시아인 모두가 공감이 가는 스토리텔링이었을까?

 

이 설정은 아무리 공간의 제약이 있었다 치더라도 중계카메라들이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각국의 특징을 전혀 보여주지도 못해 

TV를 보는 시청자들은 얘기의 맥이 끊겨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를 못했다.

우리나라 사람도 이해를 못했는데 하물며 TV를 시청하는 아시아인들

나아가 세계인들에게 이해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무대 중앙으로 ENG카메라맨과 보조스텝이 헤집고 다니며 촬영하는 모습도 메인화면에 잡히는 등

카메라워킹이 가끔씩 보여 세련되지 못한 중계방송을 노출시키는 우도 범했다.

 

처음에 등장한 소프라노 조수미씨는 좋았지만 아리랑환타지를 합창하는 919명의 인천시립합창단 

공연에서는 출연진들의 엇박자가 발생하여 불안감을 안겨주더니 키 차이가 심하게 나는

안숙선 명창을 다른 출연자와 같은 단상에 세워 왜소함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켰고. 뮤지컬배우들인

옥주현, 정성환, 차지혜 등의 무대들도 그들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등 세밀함이 부족했다.

 

 

 

조직위원회의 치명적 실수로 성화 최종점화자가 드라마 대장금의 히로인 이영애로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이나 현장에서 지켜보는 참가선수들의 신비감을 사라지게 만들었고,

마지막 성화를 이영애에게 넘겨주는 테니스선수 이형택 으로부터 체육계 꿈나무 어린이들과 함께

점화하는데 까지 시간이 너무 걸려 지루함과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나아가 최종점화자를 스포츠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비스포츠인인 한류스타를 낙점한 이유에 대해서도

쉽게 납득이 가지를 않는 부분이기도 하고, 성화 봉송자들의 의상인 중국 스포츠사 361⁰의 셔츠도

시선을 모으기엔 턱없이 부족한 디자인으로 집중력을 약화시키는데 한몫을 했다.

 

문제는 최종점화자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한류스타들의 잔치일색이었다.

인기 아이돌그룹 엑소의 무대를 시작으로 동남아에서 인기가 많은 장동건, 김수현, 현빈을

너무 부각 시켰음은 물론, 아이돌그룹 JYJ와 월드스타 싸이의 말춤으로 피날레를 장식하게 한 것은

메인스타디움이 올림픽 개막식인지 K-POP공연장인지 햇갈릴 정도였다.

한류스타들을 부각시키다 보니 한국을 빛낸 스포츠 스타 박세리, 하형주, 현정화, 박찬숙,이봉주 등

스타들이 들러리로 전락되어 버린 것이다.

난데없이 필리핀 귀화 국회의원 이자스민과 안다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 산악인 엄홍길이 등장하기도 하고, 

유럽에서만 할동했던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은 왜 머리를 풀어헤치고 태극기 행렬에 제일 앞장서게 했는지...

애국가를 부르는 최현수 바리톤 얼굴을 크로즈업 시켜 심하게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을

화면에 비춰야 되는지  등등..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는 1988년 서울올림픽 굴렁쇠 소년을 패러디한 굴렁쇠소녀와 한류 스타들 뿐이었다.

 

일본인들의 반응도 그렇고 중국 매체들도 한결같이

역대 최악의 개막식으로 남을 만 하다고 평하고들 있다.

 

중국 포털사이트 ‘시나닷컴’의 체육섹션 ‘시니티위’를 인용한 기사를 보면

“공연은 훌륭했으나 체육잔치가 한국 연예인들의 파티로 변했다.

김연아와 박지성, 손연재와 박태환 같은 한창 인기있고

과거와 현재를 상징하는 체육인이 모두 결석했다.

유감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혹평에 가까운 글로 비판했다.

우리로서 어떠한 변명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만든 비평이었다.

 

일본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기생이닷컴>이 번역한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면

더욱 당혹스럽다. (일간스포츠 9월20일)

일본 네티즌들은 “개막식 허접하네” 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비난하는가 하면, “파친코 연출같다”

“TV만을 위한 연출이고 컴퓨터그래픽과 연출의 수준이 높지 않음”을 조롱하는 반응들도 보이고

“이건 한류 드라마 같은 분위기지 이게 도대체 아시안게임과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을 쏱아냈다.

 

이쯤에서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 광경을 돌이켜보자.

비용과 규모면에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단순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들은 넓은 그라운드에 LED조명 배경화면 위에서 영국에서 시작한 산업혁명과

여성참정권 운동, 노동자들의 사회운동, 1,2차 세계대전을 역동적인 화면과 군무로

세계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무게감있는 스케일로 선보여 세계인들에게

영국이라는 나라가 영원히 해가 지지 않는 나라임을 각인시켜 줌으로서 큰 감흥을 안겨주었다.

지난 해, 러시아 소치에서 개최된 동계올림픽 개회식 광경도 같은 맥락으로

세계인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런던올림픽 개막식 장면과 산업혁명을 웅장한 스케일로 패러디한 무대

 

 

그에 비해 우리의 개막식은 어떠했는가?

대한민국의 찬란한 5천년 역사와 문화는 어디로 갔는가?

기껏 보여준 것이 사운드가 잘 정돈되지 못한 ‘아리랑환타지’ 합창과 난데없이 설화 속 인물인

주몽의 아들 ‘비류’가 등장하여 인당수에 몸을 던진 효녀 ‘심청’을 만나는 장면은 이해가 불가하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 선생도 등장하여 한몫 거들었다.

도대체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찬란했던 문화를 어떻게 대변할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하기 짝이없다.

우리도 이해못하는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아시아인들에게 이해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더 나아가보자~

한국 최초로 개통된 경인선 철로의 연출장면에서는 그 많은 사람들이 LED조명판에 들어누워

레일과 침목을 형상화해야 되는지 이해하기 곤란하고,

연결되는 장면에서 KTX나 인천공항의 표현도 크게 임팩트가 부족했다.

전화개통을 묘사한 장면에서는 인천이라는 도시가 스케일이 이것 뿐이 안된다는 모습만 보이는 것 같아

기분이 개운치를 못하다. 

아무리 새로운 것을 배척하지 않고 포용하는 개최도시 인천의 역사를 압축한 스토리로 구성했다지만

서구문물을 받아들인 인천항의 개항은 일본 때문인가?  인천상륙작전은 어디로 갔는가?

북한을 의식했는가? 아니면 예산 때문이었는가?

사소한 부분만 부각시킨 개최도시의 홍보 때문에

한국문화 전체의 아우라를 표현하는 부분이 부족해 우물안 개구리 신세가 되어 버린 꼴이다.

 

이번 개막식 헹사는 영화감독인 임권택과 장진 감독이 연출했는데

임 감독은 행사 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국제대회를 보면 자국의 위상을 엄청난 예산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쪽으로 해왔고

너무 경쟁적으로 임했다. 개폐회식을 통해 자국을 자랑하는 세태로부터 평화롭고

정이 흐르는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차별화하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와 대중문화를 아우르는 그 중심에 한류스타가 있다'라는 컨셒으로

개회식 행사를 준비한 모양인데 그렇다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무엇인가?

 

세계경제는 그야말로 글로벌시대다.

TV를 통해 많은 돈을 들여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광고해도 크게 어필하지 못해

한국상품의 지명도가 떨어지는 판에 세계인의 눈을 TV 앞으로 모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올림픽 개막식 행사에 230억원의 예산을 들여 대한민국을 홍보하지 않으면서,

시아인들에게 정이 흐르는 대회만 보여주려고 했다니 이해가 안간다.

우리가 부자국가인가? 우리가 언제부터 아시아인들의 중심에 서 있었는가?

우리의 시각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개막식을 연출했던 두 감독이 오는 10월 4일 오후 6시 폐막식 행사도 연출을 한다는데...

 

죽로산방에서 서pd

 

글쓴이는 매사를 긍정적사고에서 부터 시작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인천아사안올림픽의 小考>에서는 부정으로부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아마 처음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