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에세이

한국의 소리 들어보기

sunking 2014. 11. 16. 01:21

금요일 저녁 혼자 놀며  한국의 소리 들어보기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충무로에 있는 남산한옥마을 찾았다.

지난 5월부터 6개월여 동안 한옥마을 국악당에서 공연하고 있는 한국의 전통음악과 예악禮樂

현대적으로 해석한  [평롱平弄 - 그 평안한 떨림]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다양한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국악단체 [정가악회]가 연주를 맡았다.

 

 

이 떨림의 소리는 전통국악과 최첨단 미디어아트인 3D프로젝션 맵핑*이 결합되어

한국음악에 담겨있는 감성을 시각적인 영상이미지로 극대화시킨 새로운 연출기법이라

오래전부터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스토리텔링은 조선조 성종시대에 예악정신을 집대성한 악학궤범*의 서문에 있는

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인간이 살아가고, 살고자 하는 삶의 여정을

일곱 개 단락으로 분류시켜 관객들과 같이 길게 호흡되도록 기획되었다.

 

금요일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한옥마을에 인적이 드물다.

낮시간에는 중국관광객들과 유치원 아이들이 전통문화를 체험한다고 떠들썩하지만

야간에는 낙엽 구르는 소리와 남산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귀가하는 발걸음 소리만 적막을 깨울 뿐,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스산한 것인 이곳 한옥마을의 밤풍경이다.

 

 

 

입장권(일반 5만원, 우대할인 2.5만원)을 구입하고 나니 공연시간이 많이 남았다.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 정문 입구에 있는 원님곰탕집에서 손님으로는 글쓴이 혼자

호젓하게 식사하는 호사를 누린 다음, 시간에 맞춰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공연이 곧 시작될 시간인데 관람객은 나까지 합해서 스물한명... 이런~

 

객석이 썰렁하다 못해 황량하다.

내가 공연을 기획한 것도 아닌데 괜스리 공연자들과 스탭들에게 미안한 감이 든다.

공연하는 연주자들을 세어보니 열두명, 여기에다 조명과 음향감독, 3D프로그래머,

연출자와 보조 스텝까지 합하면 대략 이십명이 될 것이고,

국악당을 관리하는 직원 10여명까지 합하면 30명 정도되는 분들이

관객 21명을 위해 늦은 밤까지 수고를 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주말에는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 공연장을 메운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OPEN RUN을 하는 작품들은 평일의 관객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 기획자의 고충일터...

 

객석의 불이 꺼지고 무대 조명과 배경의 프로젝션 화면이 무빙되자 비로서 공연에 몰입이 된다.

대형화면을 통해 종묘의 사당이 크게 비춰지면서 첫 번째 곡인 ‘아침을 여는 노래’가 연주되자

화면에서는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자막이 소리의 이해를 도와준다.

한국을 대표하는 종묘제례악을 모티브로 한 이 소리는

국가행사에서 간간히 들어보았던 소리인 듯 낯설지가 않다.

우리의 정체성을 돌아보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듯 하다.

 

두 번째 소리는 ‘나는걷는다’ 라는 모티브로 서울경기민요 ‘긴아리랑’이

거문고와 가야금이 어우러지면서 애잔한 음으로 펼쳐지기 시작한다.

연주하는 젊은 친구들이 우리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이 내 감성을 건드렸는지

가슴이 먹먹하게 저려오더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세 번째 소리는 ‘나는 그립다’가 주제.

백제시대 정읍사를 재해석하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림움의 이야기를 소리로 녹여냈다.

무희의 아름다운 춤사위를 입체적인 영상기법으로 펼쳐보여 몰입도가 배가된다.

 

 

                       공연장면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자료화면을 캡쳐

 

네 번째 소리 ‘나는 방황한다“ 음악제목이 우키시마라고 하는데,

일본어에서 따온 말인지 우리 말인지 이해가 안되지만

소리가 휘몰아치듯 강하면서도 조화롭고 부드러워 새로운 영역의 음을 경험하게 해준다. 경이롭다.

 

다섯 번째 주제, ‘나는 소망한다“에 이어

여섯 번째로 ‘나는 사랑한다’를 해금연주자가 해설과 함께 단독으로 울림을 전한다.

 

마지막 소리는 ‘다시 별에게 이르는 길’이란 주제.

잔잔하게 음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정점에서는 미니멀하고 다이내믹한 사운드가 방점을 찍는다.

이 소리는 하늘의 세계에서 빛나는 별이 되었다가, 때로는 도심 속 길을 따라 흘러가기도 하며,

삶의 시작과 긴 여정이 물 흐르듯 부드럽게 소리로 승화되어 하늘로 날아오른다.

 

70분간의 짧지 않은 공연을 접하고 나니, 전통음악을 사랑하며 전승하고자 하는

열두명의 젊은 연주자들이 눈물겹도록 고맙게 느껴진다.

나아가 전통국악의 바탕에서 3D프로젝션 맵핑 기법으로 현란하게 선보인 그라픽영상과 함께

이토록 아름다운 우리의 소리에 녹아들게한 기획자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많지않은 관객들이었지만 한 소절이 끝날 때마다, 우렁찬 박수를 보내는 것은

우리의 예악과 전통음악을 이렇게나 다채로운 소리로 승화시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은 그들, 젊은 연주자들의 열정과 장인정신이 녹아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스산한 금요일 저녁을 아름답게 행복여행 시켜준 젊은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긴다.

 

죽로산방에서 서pd

 

柱1 3D Projection Mapping

     건축, 조형물 등을 3D로 스캔하여 무대와 객석에 투영,

     실제보다 더 실제같은 입체적인 화면으로 재현시키는 기법

 

柱2 악학궤범樂學軌範

     1493년 조선조 성종의 왕명에 따라 궁중의 전례典禮에 실제로 참여하고

     음악에 정통했던 예조판서 성현成俔을 중심으로 대신들이 엮은 악규집樂規集이다.

     이 책에는 동동動動, 정읍사井邑詞, 처용가處容歌, 정동방곡靖東方曲 등의 가사가

     한글로 정착되어 실렸으며, 궁중의식에서 연주하던 아악雅樂, 당악唐樂, 향악鄕樂에 관한

     여러 사항을 그림으로 풀어 설명하고,

     그 밖에도 악기, 의상, 무대장치 등의 제도, 무용의 방법, 음악이론 등을 자세히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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