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배우는 즐거움
얼마전 선배로부터 봄여행에 적합한 여행코스를 추천하고 기획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선배는 MBC PD 출신으로 MBC출신 임직원들이 모이는 모임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고
국제적인 봉사단체인 로타리클럽의 3650지구 사무총장으로 많은 봉사를 아끼지 않는
열혈 로타리안 중에 한 분이다.
현재는 차두리가 “간 때문이야”를 외치며 많은 인기를 구가했던 우루사 광고를 제작한 CM 제작사 대표로
압구정동에 스튜디오를 가지고 일선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역 PD다.
이 분의 요청으로 글쓴이가 기획한 프로그램에 따라 어제(3월 12일토) 로타리안 50여명과 함께
부안 채석강을 거쳐 전나무 숲길로 유명한 내소사와 이때쯤 동백꽃이 가장 아름답다는
고창 선운사를 다녀왔다.
요즈음 단체여행에서의 필수는 문화관광사의 해설을 들으며 답사를 하는 것이다.
문화관광사들은 방송대 문화교양학과를 졸업하거나 인문학에 많은 관심을 가진 분들이 일련의 과정과
자격시험을 거쳐 취득하게 되는데 우리나라 주요 관광지와 문화재지역, 박물관 등 어디에나 다 상주하고 있다.
시, 도, 군청 문화관광과에서 자원봉사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누구나 사전 신청을 하면
혜택을 받아 답사지에 관련한 좋은 지식을 얻을 수가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도 어김없이 문화관광사의 해설을 들으며 답사를 했는데 많은 지식을 얻을 수가 있어
유익하고 보람된 행사가 되었다.
어제 여행에서는 채석강이 있는 부안군과 선운사가 있는 고창군의 지역이 달라 각각 문화관광사를
신청하여 해설을 들었다.
모두 세분이었는데 선운사에서 만난 분의 해설이 어느 누구보다도 탁월하여 기록으로 정리해본다.
이분의 성함은 이명철씨, 한국문화관광해설사. 고창군 소속이다.
지방 특유의 사투리를 섞어가며 요소요소에 맞도록 해설을 하는데 해박한 지식과 구수한 입담으로
로타리안 모두가 감탄을 연발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분들은 대학강단에서 오랫동안 후학을 지도했던 석좌교수들을 비롯하여,
이름만 말해도 아! 그 분 할 정도로 명망이 높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대부분.
이런 분들이 감탄할 정도이니 어느 정도였을까? 미루어 짐작하리라...
이명철 문화관광사 해설과 인터넷 두산백과에서 발췌한 글을 참고하면서
새로 얻게된 지식의 기쁨으로 즐겁게 글을 쓴다.
선운사
전북 고창, 도솔산(또는 선운산) 북쪽 기슭에 자리한 선운사(禪雲寺)는 조계종 제24교구 본사로,
신라 진흥왕(재위 540-576)이 창건했다는 설과 위덕왕 24년(577년) 백제의 승려 검단(檢旦, 黔丹)이
창건했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가장 오래된 조선 후기의 사료에는 모두 진흥왕이 창건하고,
검단이 중건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사찰이 번창 때는 승려 3천여명을 거느린 대찰.
문화재로는 보물 제290호인 대웅전을 비롯하여 3개의 보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절 주변의 동백나무숲과
미당 서정주 시인의 주옥같은 시, 가수 송창식의 노래로 더욱 알려졌다.
5천여 평에 이르는 선운사 동백숲은 수령이 약 500년으로 천연기념물인데 조선조 성종 때 산불을 막을
목적과 동백기름으로 사찰윤영비를 사용할 목적으로 심어졌다고 한다.
동백나무는 잎이 두꺼워 쉽게 불이 붙지 않아 산불이 사찰건물로 넘어오는 것을 지연시키는데 일조를 한다.
매년 3~4월이면 붉고 탐스러운 동백꽃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선운사를 찾고 있는데
요즈음 날씨로 치면 동백이 아니라 춘백이어야 맞는 말인 듯...
탐스럽게 핀 동백꽃이 끝물이 되어 유난히 붉다.
목련꽃이 질 때면 흰색이 검게바래 추하지만 동백은 꽃이 송이째 뚝뚝 떨어져 2-3일 정도 변함없이
자태를 지켜낸다고 한다. 동백꽃씨의 화분들을 옮겨준다는 동박새 지저귐 소리가 숲속에 가득하다.
문화관광사를 통해 새삼 느끼면서 알게된 지식들
이판사판 理判事判
조선시대 사찰에 있는 승려의 두 부류인 이판승과 사판승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며
'막다른 궁지' 또는 '끝장'을 뜻하고 뾰족한 묘안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인데,
다스릴리理 쪼갤판判 일사事 쪼갤판判이라고 쓴다.
조선은 건국 이념으로 억불숭유抑佛崇儒를 표방하였다. 이것은 고려의 지배세력이 불교를 지지했기 때문에
그들을 척결하기 위해서는 불교를 탄압했어야 했고, 조선의 건국에 신흥 유학자 세력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으로 불교는 조선의 건국과 함께 하루 아침에 탄압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천민 계급으로 전락한 승려들 또한 활로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되었는데,
그 하나는 사찰을 존속시키는 것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불법佛法의 맥脈을 잇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부는 폐사廢寺를 막기 위해 기름이나 종이, 신발을 만드는 제반 잡역에 종사하면서
사원을 유지하였다. 특히 관가나 유생들이 승려들에게 종이만드는 일을 시켰는데 조선시대에 사용된
종이는 거의 대부분이 사찰에서 만들어진 것 들이다. 또한 산성을 축조하면 그 성의 수비를 승려들에게
분담하였는데 이런 잡역에 종사하는 승려를 <사판승事判僧>이라고 불렀다.
이와는 달리 깊은 산속에서 참선 등을 통한 수행으로 불법을 잇는 승려들이 있었다.
이를 두고 <이판승理判僧>이라 하였다. 결국 조선시대를 거쳐 지금의 현대 불교가 융성한 것도
이 두 부류의 승려들이 자신들의 소임을 다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그런데 이 이판사판의 뜻이 전이되어 부정적 의미로 쓰이게 된 데에는 시대적 상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 억불정책은 불교에 있어서는 최악의 상태였다.
승려는 최하 계층의 신분이었으며, 도성에서 모두 쫓겨나고 출입도 금지되어 있었다.
자연히 당시에 승려가 된다는 것은 인생의 막다른 마지막 선택이었고 승려가 되더라도
이판이 되든 사판이 되든 둘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으니...
그 자체로 '끝장'을 의미하는 말로 전이되고 말았다.
글쓴이를 비롯하여 요즈음 사람들은 단어의 어원도 모른채 뾰족한 대안이 없이 마지막으로
선택을 해야 할 때 '모' 아니면 '도'의 심정으로 이판사판이라는 말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야단법석 野壇法席
떠들썩하고 시끄러운 모습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는데 들野 제터壇 법法 자리席을 쓴다
<야단野壇>이란 야외에 세운 단이란 뜻이고, <법석法席>은 ‘불법을 펴는 자리’라는 뜻이다.
즉, 야외에 자리를 마련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 자리라는 뜻이다. 법당이 좁아 많은 사람들을
다 수용할 수 없으므로 야외에 단을 펴고 설법을 듣고자 하는 것이다.
그만큼 말씀을 듣고자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석가가 야외에 단을 펴고 설법을 할 때 최대 규모의
사람이 모인 것은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했을 때로 무려 3백만 명이나 모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찰에서도 야외에서 설법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절에서 주는 공양(식사)을
얻어 먹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 앞자리를 잡으려고 하다보니 질서가 없고 시끌벅적하고
어수선하게 된다. 이처럼 경황이 없고 시끌벅적한 상태를 가리켜 비유적으로 쓰이던 말이 일반화되어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게 된 것이다.
아수라장阿修羅場
언덕아阿, 닦을수修, 비단라羅, 마당장場이라고 쓰며 끔찍하게 흐트러진 현장. 법석法席을 떨어
야단惹端이 난 곳을 말한다.
아수라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아수라도에 머무는 귀신들의 왕이름이다. 원래 인도신화에 나오는
착한 신이었으나 나중에 하늘과 싸우면서 나쁜 신이 되어, 전쟁의 신으로 통하는데
불법佛法을 없애기 위해 제석帝釋과 싸우는 전장戰場에서 나온 말로, 처참하게 된 곳 또는 난장판을 뜻한다.
육도의 하나인 아수라도阿修羅途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혼란의 세계이다.
사찰에 세워진 탑의 층수를 헤아리는 방법
불국사의 석가탑은 3층석탑이다. 얼핏 보기엔 탑의 층수가 더 높은 것 같은데 왜 3층이라고 했을까?
도대체 탑의 층수는 어떻게 세는 것인지 참 궁금해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우선 탑에는 기단부와 탑신부, 그리고 상륜부가 있다. 탑의 층수를 셀 때는 기단부와 상륜부를 제외한
탑신부만 필요한데 일반 사람들은 기단부와 상륜부까지 포함해서 셈을 하기 때문에 많이 혼동이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탑을 보면 마치 일반 건물의 지붕과 처마의 모양을 하고 있는 부분을 찾을 수가 있다.
위쪽 비를 맞는 부분은 비스듬한 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아래쪽은 계단처럼 생긴 부분을 발견했다면 층수를
세는 일차적인 준비는 된 것이다. 앞에서 말한 비를 맞는 부분을 낙수면 이라고 하고 그 아래 계단처럼 생긴
부분을 옥개받침 또는 층급받침이라고 부른다. 이 두 개를 통틀어 부르는 말이 바로 옥개석이다.
이 옥개석에 밑부문에는 반드시 한줄이든 두줄, 세줄의 금이 그어져 있다. 그 줄이 그어져 있는
옥개석 숫자만 세어 층수로 계산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조심해야 될 것은 탑신처럼 보이는 상륜부이다. 가장 위층 옥개석의 위에는 노반과 복발이라는
상륜부가 있는데 노반은 마치 조그만 밥상처럼 네모난 돌이고 복발은 국그릇을 엎어 놓은 듯한
둥그런 모양의 돌이다. 이 부분을 한 층으로 잘못 셈하면 탑의 층수 세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옥개석의 층급받침과 낙수면이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층수를 센다면 석탑의 층수를
헤아리는데 결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선운사 대웅전 앞의 탑은 6층석탑이다,
측백나무와 편백나무
두나무의 잎이 같은 모양인데 나뭇잎이 손바닥을 펼칠 것처럼 정면으로 보이는 것이 편백나무이고
측면으로 보이는 것이 측백나무
선운사 앞 냇물이 검은 이유
감나무와 전나무의 잎에는 탄닌성분이 많은데 그 잎들이 물에 떨어져 쌓이면서 물이 검게 보이는데 물을
떠보면 아주 맑은 1급수라고... 1급수에서 자라는 고기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다.
대웅전 양 옆에 심겨진 백일홍
선운사 대웅전 양옆에 백일홍 나무가 두그루 심어져 있다. 일면 배롱나무라고도 하는데 부처꽃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이다. 꽃이 한 번에 피고 지는 것이 아니고 여러 날에 걸쳐 번갈아 피고 져서
오랫동안 펴 있는 것처럼 보여 백일홍이라고 부른다.
줄기를 간지럽히면 간지러운듯 가지가 흔들어진다. 그래서 간지럼 나무라고도 하는데,
대웅전 양옆에 심은 이유는 여러 날에 걸쳐 피고 지는 백일홍으로 꽃시주를 하는 것이라고...
부처님에게 시주하는 것 중 향香시주가 으뜸
속이 휑하니 비어있는 나무는 화상을 입은 것
나무는 곧게 자라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주위의 환경에 따라 위로 똑바로 뻗지 못하고 옆으로 휘어지거나
구부정하게 자라는 경우가 많다. 대개 햇볕을 잘 받지 못하고 뿌리에 그늘을 잘 지어주지를 못해 나무가
화상을 입게되는 경우인데 나무속이 꽉 차지 못하고 구멍이 생긴다.
이런 나무들이 死木이 되어 베어내면 속이 텅 비어 쓸모가 없게 된다.
속빈 사람을 일컬을 때 자주 쓰이는 말인데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이러한 나무들을 관상용으로 쓰면
좋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문화관광사가 하는 말.
나무는 속이 비어도 쓸데가 종종 있지만
사람이 속비면 아무데도 쓸데 없게되니 돌이켜 생각해 보시리라는 현답...
죽로산방에서 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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