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중국 황산을 다녀온 친구 부인이 산악회 관련 잡지에 게재한다며
대필을 요청해와 작성해 준 글이다.
여성적인 시각으로 작성했으며 약간은 아마츄어적인 어휘로 표현시켰다.
글을 대필한 글쓴이는 중국 황산을 다녀오지를 못해 자세한 내용과 그 감흥은 알지 못하나
일정표와 다녀온 분의 얘기를 참조하면서 글을 작성했음을 밝혀둔다.
죽로산방에서 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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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에 올라, 운무雲霧 속에서 신선神仙을 만나다.
김 0 0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5시다.
서울에서부터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황산의 일출을 보고 싶어 깊이 잠이 못들고 뒤척이다가
마음이 조급한 나머지 눈을 떴나보다. 모닝콜을 6시에 해준다고 했는데도 말이다.
커텐을 제치고 밖을 보니 어디가 어딘지 도저히 분간을 못할 정도로 어둡다.
날이 밝을려면 1시간쯤 더 있어야 겠다. 옆자리 남편이 잠을 깰까봐 조용조용하게 욕실에서
하루를 준비하면서 서울 출발할 때를 회상해본다.
낮 2시, 설레이는 마음으로 남편과 같이 인천공항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저만치 아는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그래도 아빠 친구들부터 먼저 찾게되는 것이 인지상정...
승무씨, 양선형씨, 혜령이 엄마, 아빠(조병곤씨)가 우리보다 먼저 와있다.
아직 박지용씨만 안왔다. 언제나 시간이 꽉차야 오는 사람이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알파인 산행에서 많이 만나뵈었던 선, 후배님들이 여기저기서 인사들 나누기가 바쁘다.
저분은 알겠고 저기 뒤에 있는 분도 알겠다. 저기 저분은 처음뵙는 분이다.
저 분뿐만 아니라 처음보는 분들이 꽤나 있다. 가이드 말로 33명이 이번 여행을 같이할 인원이란다.
오후 2시 25분발 MU5060 중국동방항공.
중국비행기니까. 지난번 베트남 여행에서 느꼈던 만만디형 구식비행기겠지 하고 트랩을 올라보니
최신기종 450인승 AIR BUS A300機種이다.
중국인 고유의 냄새는 오간데 없고 스튜어디스 복장과 기내 색상이 훨씬 세련되어
유럽을 여행하나 싶을 정도로 착각이 든다.
활주로를 이륙한 뒤 쥬스한잔 마시고 샌드위치 빵한조각 먹었나 싶더니
벌써 상해 푸등공항. 로칼타임으로 1시간이 빠지니 현지시간 3시 10분. 가까운 나라다.
입국장 로비가 사람들로 가득찼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가는 단체관광객들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온통 한글로 적힌 팻말뿐이다.
옛날 김포공항에서 일본어로 된 팻말을 들고 있던 우리 여행사 직원들 생각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사자성어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고 해야 맞는 말인가!
알파인산악회 팻말을 보고 모인 일행들은 초등학교 학생들처럼 길을 잃을까 싶어
한눈 한번 팔지않고 가이드를 따라 버스에 오른다.
서울보다 더 높아진 빌딩숲의 上海市.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중국의 위상이 도심 곳곳에 배여 있다.
빌딩 숲을 지나 후미진 골목을 돌아서니 우리나라 임시정부 청사가 눈에 들어온다.
빠른 걸음으로 金 九 主席이 집무하셨던 방을 둘러보고 윤봉길 의사, 이봉창 열사를 마음에 담고 있는데,
일행들이 서커스공연장으로 가야한다면서 독촉이다.
그래도 이곳은 대한조선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독립투사들의 魂이 서려 있는 곳인데
시간을 좀 더 여유있게 주었으면 좋으려만!
늦은 저녁, 불야성을 이룬 한세기가 넘었다는 은행街 남경거리에서 전당강錢塘江 건너
푸등을 가르키는 가이드의 손 끝에 걸린 中國의 자랑 東方明珠의 五色 불빛을 힐긋 보는 것만으로
중국을 다 보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
上海市를 뒤로하면서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부리웠던 서시西施의 고향 杭州로 향했다.
하늘엔 천당이 있고 땅에는 항주杭州와 소주蘇洲가 있다고 그들 스스로 극찬하는
7대 古代 수도의 하나로 자연이 선물한 풍경 명승과 몇천년 누적된 문화는 가는 곳마다
인파와 차량의 홍수로 짜증스러웠고,
그 유명한 서호西湖는 우리의 양수리(두물머리)의 뱃놀이를 보는 것 같아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운행되는 모든 유람선과 소형 보트는 모두 환경을 생각해
밧데리 동력과 사공의 노젓기로 운행되고 있어 말뿐인 우리의 환경지킴 보다는
실천적인 면에선 한 수 위인 것 같다.
서동파가 이곳 태수(市長)시절 즐겨 먹었다는 동파육(삼겹살을 찜한 것)과
걸인들이 손쉽게 조리해 먹었다는 거지닭(황토요리와 비슷)
그리고 서호의 명물 초어草漁 요리도 내일이면 절묘하다고하는 황산黃山의 풍광을 본다는 기대감에
무슨 맛인지도 모른 채 저녁을 때운 일행들은 황산으로 향하는 관광버스 안에서
몸과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야! 오늘 일출이고 뭐고 틀렸다“는 남편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밖을 내다보니 아무것도 보이지를 않는다.
도통 앞을 분간 못할 정도로 보이는 곳 전부가 구름바다다.
원래 황산이란 곳이 운해雲海로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싶다.
구름이 많이 끼어도 황산의 봉우리들이 바다에 떠있는 섬이나 암초들 같이 보인다고
서울에서부터 듣고 왔는데 봉우리는 커녕 아무것도 보이지를 않으니 ”이게 뭐야“라는 푸념이 앞선다.
예로부터 황산의 아름다움은 당나라 때의 시인 이백李白과 두보杜甫기 詩로 칭송했으며
명나라의 서하객徐霞客은 30년동안 중국 산하를 둘러보고 오아五岳을 둘러보니
다른 산이 보이지를 않는다“고 했다가, 뒤늦게 황산을 둘러보고 ”오악을 보지 않게 되었다“고 할 만큼
산세가 기이奇異하고 秀麗수려하여 중국에서도 잘 알려진 명산 중에 명산인데
오늘의 기상조건으로는 못볼 것 같아 괜스리 짜증과 조바심부터 난다.
서울에서부터 가지고온 안내 브루슈를 들쳐보니 이곳 황산은 중국 10대 관광지 중의 하나로
중국의 중심부인 안휘성安徽省 남쪽에 우뚝 솟아 있고, 황하강, 장강(양자강), 만리장성과
나란히 어깨를 견줄 만큼 명소로 소문나 유네스코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할 만큼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으로 적혀 있다.
특히 황산은 기송奇松, 기암奇巖, 운해雲海의 삼기三奇로 표현되는데,
이것에다가 산 아래 온천을 더하여 사절四節로 까지 불려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을 못볼 것 같다니 이게 왠말! 안내 책자에 보이는 사진들이 그림의 떡인가 싶다.
호텔 로비에 모인 일행들이 투덜거림도 잠시, 1년 중 270여일이 이렇다“는 가이드 말에
의기소침했다가 ”날씨 변화가 많은 곳이니 재수가 좋으면 경치를 볼 수도 있으니
너무 낙담하지 마시라“며 케이블카 쪽으로 가잔다. 따를 수 밖에....
케이블카는 남쪽에 위치한 운곡사에서 출발하여 북쪽으로 8분가량 오르면
백아령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곳에서부터 황산의 본격적인 관광이 시작된다고 한다.
앞을 봐도 옆을 봐도 온통 구름뿐 지척을 분간 못하겠다. 가이드가 보이지도 않는 곳을 가르키며
저기 저쪽에 소나무는 호랑이가 앉아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흑호송黑虎松이고,
앞에 있는 저 봉우리는 황산의 아름다움을 처음 접하게 되면서
아름다움을 믿기 시작한다고 해서 붙였다며 시신봉始信峰이란다.
친절하게 안내는 하지만은 뭐가 보여야지, 괜히 왔나하고 속으로 투털거려 본다.
케이블카에서 쏟아져 나온 많은 사람들이 TV광고에서 보았던
“오를때는 혼자지만 내려올 때는 친구가 된다”는 대한항공 광고카피를 생각하며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구름에 가려 잘 안보이지만 천길 낭떨어지가 발밑이라
옆에 있는 보호대를 조심스럽게 붙잡고(사실은 겁이 잔뜩 났지만) 앞사람을 따라 오른다.
얼핏 얼핏, 안개구름 사이로 봉우리 몇 개가 보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햇살이 구름을 짠! 하면서 쩍~ 갈라 놓는다.
푸른하늘과 대기가 고봉준령과 어울려 형형색색으로 아름답게 단장한 뒤
병풍에서나 보왔던 풍광으로 다가오니 눈에 보이는 모두가 신비하다 못해
가슴이 터질 만큼 벅찬 환희로 넘처난다. 아니 이 아름다움을 누가 만들었다는 말인가.
하느님인가! 신선이신가! 정말로 내가 이 아름다움을 보고 있단 말인가. 말이 안나온다.
누가 말했는가. “황산을 볼 때는 걷지 말고, 걸을 때는 황산을 보지 말라고...” 맞는 말이다.
아름다움에 도취하여 위험한 바윗길에서 천길 절벽으로 떨어짐을 경계하는 말이지만
실지로 가만히 서서 운해에 걸친 봉우리를 봐야만 참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서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니 산들이 원근으로 겹쳐 에워싼 깊은 골짜기가
안개에 뭉쳐 운해를 이뤘는데 그야말로 한폭의 산수화가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배운정排云亭을 돌아 황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광면정光明頂으로 올라섰다.
잔뜩 기대를 하고 올라섰으나 어느새 구름이 산 전체를 뒤덮어 발아래 봉우리가 오간데가 없어졌다.
한마디로 맹탕.
이곳에 오면 사방팔방을 둘러볼 수 있어 황산 여행객들 누구나 다녀가는 곳인데
발아래 운해가 잔뜩 독기를 품고 하얀 구름을 쏟아내고 있으니 누가 나서서 말릴 수 가 있겠는가!
그래도 우리는 재수가 좋은 건가. 10분 정도라도 구름을 허리에 안은
형형색색의 고봉준령을 감상했으니까 말이다.
광명정光明頂에서 연화봉蓮花峰을 바라보며 내려오니 구름에 가려 흐미하지만
물고기 등 위에 거북이가 올라타고 있는 듯한 바위도 보인다.
몇 번의 가파른 계단 오르내리기를 반복한 후, 구름 속에서 뻐져나오니
어느 듯 호텔과 상점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천도봉을 바라보면 황산 여행객을 반갑게 맞이해 준다는 영객송迎客松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고 하는데 구름에 가려 볼 수 없으니 이걸 어쩌나!
다음에 한번 더 기회를 만들어 볼 수 밖에...
세계문화와 자연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아름다운 산. 황산!
구름에 가려 10분 정도만 바라본 풍광이지만 꿈속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고산준령의 신선모습을 본 것 같아 이번 여행은 마음 속 잔상으로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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