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에세이

나의 사랑 나의 가족 - 윤수홍

sunking 2017. 9. 7. 14:23


아래의 글은 글쓴이가 주관하여 제작하고 있는 고교 동기생들의 소식지 Togerther誌에 소개된

아주 오래전 글(2005년 7월)인데 블로그에 정리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업로드 해둔다.

 

죽로산방에서 서pd



요즈음 친구들과 만나서 한 30분 얘기하다 보면 진짜 할 말이 없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얘기 몇 마디 잘 못 꺼냈다가는 바로 쫓겨나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밝혀보자 (얘기의 진행상 존칭없이 신세대 말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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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얘기] 못한다 - 옆에 부도난 넘, 전에 부도난 넘 며칠있다 부도낼 넘. 꼭 한넘씩 있다.

[건강얘기] 안한다 - 술 한잔 잘 먹고 있는데 중풍, 암, 전립선, 수술, 영안실 김새지 않냐!

              그런데 요새괜찮냐? 비아그라 필요없냐? 요 얘긴 해도 된다.

[마눌얘기] 안한다 - 실업자가 된 이후 안그래도 마눌한테 기도 못펴고 살고 있는데 너도 그러냐고

               물어볼까 겁나서다.

[회사얘기] 못한다 - 실업자가 된 넘이 80%가 넘는데 니네회사 좀 다니자고 엉겨 붙으면 어떻게 해!

[돈얘기] 안한다 - 가뜩이나 돈 없어서 쪽팔리는데 얘기 꺼냈다가 나보고 술값 내라카믄 어떻게 할라꼬...

[골프얘기] 큰일난다 - 상습적으로 골프얘기 꺼내는 넘이 있다. 이 넘도 바로 쫓아낸다.

              언제부터 지가 골프쳤다고...

[자식얘기] 안한다 - 자식 잘났다고 우쭐대는 넘, 밥맛 없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세상에ㅉㅉ

              바로 쫓아낸다. 이 자식 쫓아내면 밖에서 기다렸다가 2차까지 와서 술값까지 내며 주접떤다. 

              술값 빼서노코 쫓아낸다.


그럼 우리보고 어쩌란 말이냐! 자식자랑도 못해! 마눌자랑도 못해! 우린 이렇게 바보처럼 살란 말이냐?

해서.... 우리의 용감한 Togerter誌에서 마누라랑 자식자랑을 할 수 있는 코너를 만들었다.

마음껏 떠들고 자랑해라! 공식적으로 인정해 줄테니~


나의 사랑 나의 가족.... 윤수홍 동기

누구나 쉽게 말을 걸 수 있을 만큼 부드러운 눈빛에 항상 미소를 띈 인상이지만 일에 관한한

옹골찬 맛을 보여줄 것 같은 사람. 옆의 친구가 짓궂은 장난을 쳐도 그냥 웃음으로 받아줄 것 같은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친구. 윤수홍...

이 친구의 첫인상이다.

우리들의 소식지 Togerther誌에 <나의 사랑 나의 가족>이라는 코너 취재차 그의 집을 노크했다.

    


윤수홍 동기와 가족사진 (뒷줄 좌로부터 부인 나태임여사, 큰 아들 종화군, 작은아들 종철군, 큰 딸 현진양. 그 옆이 윤수홍 동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37-2 미성아파트 B동 1106호

올해 아흔이 되신 어머님과 1녀 2남(태어난 순서임) 그리고 두 부부, 모두 여섯명이 함께하는 보금자리다.

집안살림을 맡고 있는 분의 깔끔한 성격 탓인지 방문한다고 미리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도

집안이 깨끗이 정돈되어 있다.

 

인터뷰를 하러 가는 길에는 늘상 기본적인 몇가지 걱정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그중 말이 없는 인터뷰가 가장 난감한 숙제다. 열심히 준비해간 질문에 단답형으로 끝내버리고

아무런 부연설명을 하지 않는 인터뷰를 만나는 일 만큼이나 진땀나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수홍. 이 친구는 소재꺼리가 많아 별다른 준비 없이도 가능할 것 같아 편하게 방문할 수 있었다.

대답이 시원치 않으면 자식들이 널리 알려진 공인이기 때문에 아이들 얘기만 써도

기사꺼리가 충분하다는 판단이 앞선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리라.


먼저 어머님부터 만나뵙자.

어머님(이)이 1917년생이시니까 올해로 한국나이 구십이시다.

아직 손자 손녀들이 메스컴이나 신문에 보도되는 기사들을 모니터링 해서 알려주실 만큼

판단력이 분명하시고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경로당의 회장으로도 봉사하실 만큼 정정하시다.

옛날 기품있던 집안의 어른이셨던 모습도 그대로이시다.

 

거실에 놓여있는 TV에서 8시 주말뉴스를 시작했다. 큰 딸(윤현진-SBS아나운서)이 앵커를 맡고 있는

프로라 대화를 잠시 멈추고 뉴스부터 보기로 한다. 친구의 딸이라 평소 오락프로그램이나 주말 뉴스 시간에

출연할 때 관심을 가지고 봐왔었지만 당사자의 집에서 보자니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큰 딸이 저 정도 공인으로 활동하기 까지는 본인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겠지만,

부모 또한 그에 못지 않은 관심과 도움을 주었으리라.

 

큰 딸 현진이는 숙명여대 중어중문과 4학년 재학중에 sbs 공채 8기로 입사하여 4년차인 아나운서로

TV동물농장(일요일 09:30)과 주말저녁 8시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가 끝나고 본격적인 질문을 시작해 본다.

    

sbs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는 큰딸 현진 양


“집사람 어떻게 만났느냐고?”


“첫사랑 실연 후, 외아들로서 서른을 훌쩍 넘겨 부모님의 걱정을 듣고 있을 즈음에 큰 누님 중매로 만났는데,

첫 사랑을 꼭 닮았기 때문에 첫눈에 반해 어이없게도 그 자리에서 즉시 청혼을 했고, 결혼했다” 고 서스름없이 밝힌다.

결혼 후 아내에게 가장 고마운 것은 “결혼 첫날부터 29년간을 한집에서 늘 한결같이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온 것을

그 첫째로 삼는다”면서 “부모님이 워낙 성품이 불같고 깔끔하신데다 보수적이시라 마음고생이 심했을 아내라면서

내가 철이 들고 나이가 들어 갈수록 미안하고, 고마워진다”고 한다.

 

그런 아내를 위해 애들 모두 결혼 시킨 후에 공기 맑고 한적한 시골에서 다정한 오누이처럼

한가롭고 순하게 늙어가면서 아름다운 황혼을 준비하는 것이 꿈이라고 덧붙인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도중, 탈렌트 생활을 하고 있는 큰 아들이 집에 들어왔다.

갑자기 부인의 눈빛이 따뜻하게 흔들린다. 현재 MBC TV주말드라마(토, 일요일 저녁8시)로

인기리에 방영하고 있는 <사랑찬가>에서 주방장 보조역(극증배역 태수, 탈렌트 이름으로는 정진무로 나온다)을

맡아 연기 수업을 쌓고 있는 종화란다.

훤칠한 인물에 누가봐도 탈렌트임을 알아볼 만큼 외모가 출중하다.

지금은 연기자로 내공을 다지고 있지만 장래희망이 연국영화를 지도하는 대학교수가 꿈이라는 젊은이다.

앞으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 보자. 친구의 아들이니까!


탈렌트로 인기몰이 중인 큰 아들 종화군과 조연으로 출연했던 드라마 <사랑찬가>의 스틸컷


셋째 종철이가 빠졌다. 군대를 다녀와 한국외국어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는데

벽에 걸려있는 가족사진으로 보니 이 친구 인물 또한 누나, 형 못지않다.

장래희망 또한 컴퓨터공학을 지도하는 교수가 꿈이란다.

애들 결혼 문제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 것 같다.

 

“결혼” 막힘없이 설명한다.

 

“결혼에 대해서는 자기들 인생이니까 애들 의사를 존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삼남매가 년년생이니까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결혼한다면 순서없이 결혼시키겠다”고 하면서

“바람직한 것은 서른살이 되면 모두 자립했으면 하는 것”이란다.

마지막으로 물어보자... 가훈이라든지 집안의 가장으로서 애들이나 부부가 지켜야할 것에 대해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지?

 

“남에게 폐 끼치지 말아라” “남을 먼저 배려하라”고 항상 강조한단다.

 

그래 맞는 말이다 요즘 세상처럼 각박한 세상에 자기 자신을 양보하고 베푼다고 해서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마음만은 도덕군자가 되지 않겠는가.

 

고독한 외아들이었던 젊은이가 첫 사랑을 닮은 아내를 만나 한 가정을 이루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성장한 세 아이들 속에 따뜻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화목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가족이란 이렇게 가슴 설레이게도 하고 따뜻하게도 해주는가 보다.

오랜만에 순수함이 그대로 묻어있는 친구를 만나보니 돌아오는 길이 상쾌! 명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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