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글쓴이가 편집하고 있는 계간잡지에 게재된 글이다.
이러한 잡지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곳으로 부터 원고를 받아야 하는데
각 장르별로 구분하여 원고를 기탁할 분들을 물색하는 것이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이다.
이번 가을호에는 섬여행을 주제로 테마를 잡고 여름휴가 기간에 섬지역을
여행하신 분들을 찾아보았으나 쉽게 연결이 되지를 않는다.
어렵게 연결된 분도 한사코 원고 기탁을 꺼려한다.
글을 잘 못 쓰느니... 귀찮다는 등등 이유가 다양하다.
그렇지만 편집방향이 결정된 탓이라 어떻게하던 원고를 정리해야 한다.
이럴때 부득블 사용하는 방법이다.
먼저 여행지의 일정표를 팩스로 받는다. 다음은 여행지를 다녀온 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여행담을 전화로 청취한 후, 글쓴이가 여행자 입장에서 1인칭으로
글을 작성한다(이번 여행기는 작년 8월에 해당지역을 직접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작성할 수 있어 편했다)
아래의 글도 그러한 경우이다.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업로드 해둔다.
죽로산방에서 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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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물도의 시원한 눈맛 여행
아침 6시 30분, 영등포구청역에서 기다리고 있는 투어버스에 오르니
우리 일행들을 포함하여 40여명이 밝은 미소로 인사들을 나눈다.
친구들과의 금년도 여름휴가는 예년과 같이 각자 승용차로 출발하여 모이는 것이 아니라
국내여행사의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통영지역의 섬을 돌아보기로 했다.
모임의 회원 14명 모두가 학창시절 소풍가는 생각이 드는지 해맑은 포정들이다.
경부와 대진(대전-통영간)고속도로를 따라 높고 낮은 산들이 파아란 하늘에 걸려
푸르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통영 저구항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소매물도로 가는 유람선에 오르니
오랜만에 맡아보는 바닷내음과 함께 여름 햇살을 받은 바닷물이 옥빛을 튕겨낸다.
40여분 달렸을까?
그림 속에서만 보던 소매물도가 희뿌연 안개 속에 짜짠~하고 나타났다.
가슴이 설렌다. 그래 저거야... 우린 저걸 보러 온거잖아~ 정말 멋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안에 드는 소매물도에는 옛날 진시황이 보낸 서불徐不이라는 신하가
불로초를 구하러 가던 중 그 아름다움에 반해 <서불과차徐不過此>라고 새겨놓은
글씽이굴이 아직도 관광객을 맞고 있다. 형제바위, 용바위, 부처바위, 촛대바위 등
기암절벽들도 눈을 번떡이게 만든다.
친구 중 한사람이 다른 친구들의 인증샷을 찍어주느라 배 위를 걷는 걸음이 매우 바쁘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도 못하고 사진촬영으로 봉사하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맙다.
“그래! 오늘 저녁에 맛있는 회로 대접할게 기다리거라!
섬의 유일한 평지인 소매물도 분교를 돌아본다.
평생 교편생활을 한 나로서는 가슴이 찡하면서 뭉쿨해진다.
학생들이 없어 1996년에 폐교가 되어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1870년경 김해金氏가 소매물도에 가면 해산물이 많아 굶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거제도에서 이주하여 한때는 총 30여 가구가 살기도 했으나
지금은 10가구만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그나마 아이들은 모두 뭍으로 나갔다고 한다.
교정엔 잡초만 무성하고 의자들이 헝클어진 교실바닥은 세월의 무상함을 말해주고 있다.
섬 정상에 오른 친구들이 바로 옆 등대섬의 풍광을 보며 난리 법석들이다.
“뭐! 이런데가 다 있냐?” “내가 본 풍경 중에서 최고다”라며 연실 탄성을 지른다.
나는 “그래 오길 잘했지 이넘들아” 라는 소리를 속으로 외치며
모임의 회장으로서 보람과 희열을 잠시 느껴본다.
등대섬은 썰물 때, 몽돌밭 바닷길이 모세의 기적처럼 열려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는데
오늘은 물떼가 안맞아 들어갈 수가 없다. 에이....!!! 오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등대섬에서 소매물도를 바라보면 기암괴석으로 이어진 바위 전체가
거대한 공룡이 앉아 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소매물도의 또 다른 멋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냥 상상으로만 즐겼다고 생각하고 하산이다.
요즈음 메스컴으로 많이 알려진 중앙시장 뒤쪽 언덕마을에 자리잡은 동피랑벽화마을의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벽화와 중앙시장을 휭~하니 돌아보고 나니 배가 출출하다.
저녁은 자유석식이란다.
이곳까지 왔으니 싱싱한 회를 안 먹어 볼 수가 없지?
통영에 가면 닷찌(통영의 독특한 술문화, 한상차림에 술이 나오고 술을 추가로 시킬 때마다
다양한 안주가 나옴)를 가보라는 친구의 권유로 용성횟집을 찾았다.
푸짐한 상차림이다. 싱싱한 횟감은 물론이고 해삼, 멍게, 소라 등등이
각가지 요리법으로 입맛을 댕겨준다.
식사 후 숙소로 가는 일정만 남았으니 “부어라 마셔라”다. 모두들 신났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만찬이다.
이날 식사대는 회장이 솔선수범을 보여야 될 것 같아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니 몇몇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 준다. 모두들 고맙다.
숙소로 오는 길에서 통영 밤바다의 야경을 보니 여기가 우리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우리나라 참 예쁘고 멋있는데도 많다.
날이 밝았다. 어제 꽤나 먹은 술인데 머리가 깨끗하고 몸도 개운하다.
역시 술은 좋은 안주에 좋은 친구, 맑은 공기 속에서 먹어야 된다는 것을 새삼 느껴본다.
오늘은 남도의 작은 섬 <장사도>를 유람선으로 돌아보는 일정이다.
한려수도의 절경과 동백의 조화가 절정을 이루어, 문화해상공원 까멜리아로 재탄생 했다는 섬이다.
섬 모양이 뱀의 형상을 닮았다 해서 장사도라 불리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한려수도의 정취가 한눈에 들어온다.
1시간여 섬을 돌아보고 유람선에 올라 통영항으로 귀항.
이번의 코스는 통영항과 한려수도의 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미륵산이다.
손에 잡힐 듯 펼쳐지는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미륵산 정상의 운치가 발아래 떨어진다.
국내 최장 케이블카(1975M)라서 그런지 오랜 시간 눈맛이 시원하고 즐겁다.
정말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하기휴가를 겸한 여행은 짧은 일정이었지만 좋은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우정을 다시한번 돈독하게 다져보는 기회를 가졌고, 나아가 도심에서 움츠리고 찌푸렸던 마음들을
남해바다에 깨끗하게 날려버렸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겠는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행을 같이한 모든 일행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들이다.
소매물도를 중심으로 돌아본 1박2일의 섬여행,
내 인생에서 오랫동안 기억되는 추억의 한페이지로 남을 것이다.
함께한 친구들아 고마웠다.
----- 친구들을 대표해서 장종린
ps _ 잡지에는 단체 사진을 게재했으나 이곳에서는 생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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