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인문학

4. 안창호의 편지

sunking 2016. 12. 11. 10:43


안창호의 편지

“나는 밥을 먹어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 잠을 자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서 해왔다.

이것은 내 목숨이 없어질 때까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내일 3월 10일은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순국 77주기입니다.

그래서 안창호 선생님께서 남기신 유명한 말로 포스팅을 시작해봤어요.

안창호 선생님은 한국 독립운동사에, 그리고 재미동포 사회에 큰 족적을 남기신 분이지요.

이 분에 대한 정보는 정말 많습니다. 아마 독립운동가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란 생각이네요.

대신 안창호 선생님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몇 개 소개해드릴게요.

여러 독립운동가의 정신적 지주였지만,

그 역시 가정을 책임지는 한 인간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편지들입니다. 



1910. 2월 _부인 이혜련에게 보내는 편지

창호 선생님은 1910년 조선이 합병되기 전에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났습니다.

이 편지는 떠나기 직전 미국의 부인에게 보낸 것으로, 국내 친지들의 소식과 고국을 버리고

차마 미국으로 갈 수 없는 심정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에 보낸 편지는 서실이 없이 다 반가히 보았고 그대가 홀로 어린 것을 데리고

가사에 곤란한 것을 생각하고 애석히 여기나이다. 그간에 집안 식구가 다 화평한 복락을 누리며

친구들의 정의도 친밀하여 외로운 한탄이나 없는지요.

나는 항상 평안하고 본집 어머님과 동생을 다 반가이 보았는데 집안이 다 평안하나 본

집 작은 계집아이가 죽었고 등지터집과 셩시집이 다 평안하외다.

내가 평양에 가면 매부에 집에서 유하고 서울에 오면 김필순씨 댁에서 유하는데,

그 부인과 매씨까지 나를 매우 사랑하여 공대가 지극하오니 감사함을 마지 하나이다.

금일은 서울서만 유하나이다. 내가 미국으로 속히 돌아갈 뜻은 간절하나

본 나라 형세는 날로 그릇되는데 과연 볼일이 많고 또 친구들이 만류하여 오래있다가 가라고 하오니

반년 후에 나갈 듯 하외다. 내가 고국에 나왔다가 고국이 망하는 것을 보고

나 혼자 잘 살려고 고국을 버리고 가는 것은 인정에 참아 못할 일이라. 그럼으로 아직은 떠날 수 없으니

그대도 고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응당 있을 터이니 과히 기다리지 말고

나의 보는 일이나 잘되기를 후원하시오. 또 나의 이 육신 몸을 믿지 말고

내가 혹 나라일 위하다가 위태한데 들어갈지라도 놀라지 마시오.

자우가 자기 나라를 위하여 일하는 것은 당연 직분이거늘 어찌 그 일신만 돌아보리오.

그대는 사욕만 생각지 말고 큰 의리를 생각할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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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 8월 _큰아들 안필립에게 보내는 편지

이 편지는 홍콩에서 큰아들 필립에게 1920년 8월 3일자로 보낸 편지입니다.

아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힘쓰기를 간곡히 부탁하고 있지요.

참고로 안필립 씨는 할리우드 1세대 배우입니다.

한국계로는 유일하게 할리우드의 워크 오브 페임에 손도장이 찍혀있기도 하지요. 

 

나의 사랑하는 아들 필립 어머니의 편지를 본즉 네가 넘어져 팔이 상하였다 하니

매우 놀랍고 걱정된다. 네 팔이 낫는대로 내게 곧 알리어라.

네가 소학교에서 중학교 일반을 마친 것을 기뻐하노라.

나는 평안하고 이번 미국에서 동양에 놀러 나온 미국 상의원과 하의원들을 만나려고

홍콩에 왔다가 그이들이 이곳에 오지 아니함으로 만나지 못하고 수히 상해로 돌아가겠노라.


내 아들 필립아, 이왕에도 말하였거니와 너는 나의 점점 많고 키가 자라고 몸이 굵어지니

전날 나이 어리고 몸이 적을 때 보다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기를 힘쓸 줄 아노라.

내 눈으로 네가 스스로 좋은 사람 되려고 힘쓰는 모양을 매우 보고싶다.

너의 근본 성품이 속이지 않고 거짓말 아니하고 진실하니 이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좋은 사람되기가 쉬우리라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 됨에는 진실하고 깨끗한 것이 첫째임이리니 너는 스스로 부지런한 것과

어려운 것을 잘 견디는 것을 연습하여라. 네가 책을 부지런히 보느냐? 쉬지 말고 보아라.

그러나 아무 책이나 마구 보지 말고 특별히 좋은 책을 택하여 보아라.

좋은 사람 되는 법이 좋은 친구를 잘 기르어 두며 좋은 책을 잘 가리어 보는

두 가지가 매우 요긴하니라. 두 종류의 책을 택하라.


첫째는 좋은 사람들의 사적과 인격을 수양하는데 관한 책이요.

둘째는 네가 목적하고 배우는 지식을 돕는 데 관한 책이다.


이 두가지 성질을 표준하여 책을 보고 한국 글과 말을 잘익혀라.

내가 주는 말은 네가 즐거운 마음으로 받을 줄 믿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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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1월 _부인 이혜련에게 보내는 편지

1932년 1월 16일, 도산선생이 일본에게 납치되기 백일 전,

상해에서 미국에 있는 부인 이혜련 여사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일제에 납치당할 것을 예상이라도 했듯이, 오직 혁명을 위하여 목숨까지 희생할 것이라는

비감한 심정을 적어 보냈습니다. 


나의 사랑 하는 아내 당신의 친수로 써보낸 편지를 받아 읽으니

반가운 생각이 있는 동시에 슬픈 마음도 많습니다.

나는 남편의 직분, 아비의 직분을 다하지 못하여 아내와 자식을 고생시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심히 괴롭습니다. 필선(둘째 아들)까지 공부를 못한다 하니 더욱이 괴롭고 부끄럽습니다.

나는 당신을 무엇으로 위로하른지 생각이 막연합니다.

내가 일찍 우리 민족에게 몸을 바치고 일하느라고 집을 돌아보지 아니하였으나

민족에게도 크게 공헌한 것이 없으니 두루 생각할수록 죄송한 것 뿐입니다.

그렇다고 이제 하던 집을 버리고 집을 돌아볼 수 없는 것은 당신도 잘 이해할 줄로 믿습니다.

내가 일찍 모든 것을 희생하고 우리 민족을 위하여 일하기로 작정한지 오래였고

가정의 행복을 희생한 지 오래였을 뿐더러 당신도 우리 민족을 위하여 희생을 당하는 바이라

이미 혁명을 위하여 모든 것을 희생하기로 작성하고 오랫동안 희생을 달게 여기어 온 바에

이제 어떤 고통을 받든지 어찌 원망할 것이 있으리오.

나는 더욱이 여러 동지와 동포에게 빚진 것이 많고 지금은 늙었으니

다시는 집이나 무엇이나 사사로운 일을 돌아볼 여지가 없고 오직 혁명을 위하여

최후로 목숨까지 희생할 것을 재촉할 것 뿐입니다.

당신은 아이들에게까지도 혁명의 정신을 넣어주기를 힘쓰소서.

금년 안으로 미주에 건너가려고 하나 아직은 시간을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나의 몸은 좀 쇠약하나 특별한 병은 없으니 염려마소서.


-박문국의 5분 한국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