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 계속
이제 배불리 먹었으니 밤바다를 구경할 차례.
친구들이 밀물시간이라 바닷길이 열렸다며 해드렌턴을 쓰고 열린 갯벌로 나갔다 오란다.
자기들은 어제 갔다왔으니 갈 이유가 없다며 집안에서 동양화 그림이나 즐기겠다고... 이런 젠장...
이곳에 올 때도 혼자였는데 산보도 혼자다.
바닷물이 멀리까지 빠졌는지 파도소리가 희미하다. 방파제 바닥에 들어누워 밤하늘을 마주해보니
서울에서는 꿈도 못꿔보는 초롱초롱한 별들이 얼굴로 쏟아진다.
유난히도 반짝이는 북두칠성이 지척이다.
▶열린 바닷길을 통해 건너간 두번째 섬에서 바라본 마을어귀의 불빛. 아름답다.
▶관광객들이 갯벌에서 햇불과 랜턴불빛에 의존하여 게와 고동 소라를 잡고 있다. 좌우에 있는 불빛들도 랜턴불빛들
▶아침이 밝았다. 어제 열어주었던 바닷길이 물속에 잠겨 원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젯밤 들어누워 별을 헤아리던 방파제에는 아침이 되자 바닷물이 넘실거린다. 방파제 높이는 대략 10M. 저 많은 물들이
10M 높이만큼 빠져나가면 갯벌로 내려갈 수가 있다. 실로 엄청난 물이 들고 나가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한 셈.
철썩이는 파도소리에 눈을 뜬다.
친구 한명이 어제 덕적도에서 배달해온 농어로 맑은 매운탕을 끓였다며 아침상으로 호출이다.
담백하고 걸쭉하니 어제 걸친 소주의 해장엔 최고의 맛이다.
이런 곳에 나오면 여자들보다 남자들 음식솜씨들이 빛을 발하는 이유는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는
농담들을 해가며 음식조리를 해준 친구에게 아양(?)을 떨면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맛있는 음식을 얻어 먹었으니 설거지는 내 차지. 일회용 식기들이라 버리면 그만이지만
점심도 이곳에서 해결해야 하므로 깨끗이 행구어 가지런히 정리해 두었다.
음식 잔반들을 정리한 뒤, 친구들에게 어제 승부를 못 본 동양화 그림 속의 화룡점정이나 찍어보라는
명분(?)을 세워주고 산책길에 오른다. 오늘 아침도 혼자다. 새벽 6시에 만조가 되었다가 지금은 밀물시간...
바닷물이 물러가고 있다.
▶덕적도에서 공수해온 농어회로 건배....근데 회접시는 어딨지?
▶이름없는 들꽃들이 지천으로 널렸다.
▶울창한 송림사이로 떼뿌르해수욕장이 내려다 보인다.
섬의 풍광을 즐기는 재미는 작은 소로를 걸으며 이곳저곳 섬만이 갖고 있는 특징들을 둘러보기도 하고
높은 곳에 올라 먼 바다와 이웃한 섬들의 풍경을 찬찬히 살펴보는데 있다.
이곳 소야도 산길은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아 자연이 살아 있는 울창한 소나무숲길.
해당화와 어우러진 이름모를 자줏빛 꽃들이 낮게 깔려 몽환적이다.
섬사람들이 오르내리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숲길 곳곳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도심생활에서의 무거웠던 마음을 무장해제 시켜준다. 아무나 쉽게 느끼지 못하는 행복의 순간이다.
떼뿌르해수욕장에서 산허리를 끼고 15분정도 걸으니 죽노골이 나온다.
산으로 둘러싸인 죽노골은 작은 해변. 고운 모래가 축구장 보다 더넓게 펼쳐진 모래사장 너머에는
바닷물에 찰랑이던 뒷목섬이 물이 빠져나가면서 하얀 소롯길이 생겨났다.
잠시 바다가 내어주는 어머니의 품 같은 길을 걸어본다. 파도소리가 밀려오다 멀어져 간다.
▶썰물이 시작하자 바닷길이 열리기 시작한다.
▶바닷길이 열리자 낚시꾼들과 갯벌체험자들이 섬으로 들어가고 있다. 글쓴이도 따라 들어갔다.
▶바닷길이 선 하나로 연결되었다
▶글쓴이가 바닷길을 건너와 지나온 하얀 소롯길을 가르키고 있다.
이 아름다운 풍광이 로드헌터*들 눈에 안띌 수가 없었던 모양인지 영화 [연애소설]을 촬영한 곳이라고 한다.
여행을 다녀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영화 속 수인과 경희. 지환이 미묘한 사랑의 감정이 교차하던 장소.
세 사람의 엇갈리는 우정과 풋풋한 사랑의 감정들을 한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냈던 아름다운 곳이다.
섬 여행은 척박한 환경과 아름다운 자연속에 나를 맡기는 연습이기도 하다.
인생이라는 길이 섬의 길에서 교차하며 내면의 길을 만들어가는 여행.
그것이 섬여행에서 얻어지는 자아를 찾아가는 방법인지 모르겠다. 적어도 글쓴이는 그랬다.
소야도는 얼마 전 만해도 지척에 있는 덕적도에서 고기잡이 작은 배를 타고 들어 와야 하는 섬이었는데
2년전부터 큰 배가 입항할 수 있도록 선착장을 만들어 여객선들이 접안했다가
눈앞에 보이는 덕적도로 갈 수 있도록 항로를 만들었다.
대부도 방아다리부두에서 차량도 싣고 올 수 있다. 인천에서는 고속쾌속선만 운항한다.
▶바닷가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는 친구들. 가운데 방파제에 걸터앉아 있는 분은 민박집 주인
▶ 관광객들이 인천과 대부도로 나가기 위해 선착장으로 화물차에 짐을 싣고 들어온다.
▶ 대부도행 배를 기다리며 환담들을 나누고...
▶ 대부도와 덕적도를 잇는 고속페리. 친구 여섯명이 저 배를 타고 대부도로 떠났다.
▶대부도 방아다리 선착장에서 덕적도까지 운항하는 고속페리호는 자동차를 실을 수 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덕적도까지 운항하는 코리아노호. 1시간 15분이면 도착한다. 글쓴이는 왕복으로 이용했다.
소야도는 굳이 여기가 해수욕장이고 저기가 맑은 바다라고 고집할 필요가 없다.
바위를 넘으면 바다가 있고, 그 바위를 넘으면 다시 바다고 그런 식이다.
아무데서나 맘에 드는 곳을 찾아 짐을 풀고, 쉼터를 만들면 휴식공간이 된다.
이곳은 아직까지 외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후한 인심과
넉넉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청정섬이다.
마음 넉넉한 친구들과 휴가를 보내며 눈과 마음이 호강했던 소야도 섬여행.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왔다.
하늘이 내린 무공해 청정섬 소야도가 자연과 벗 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로 자리매김하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듯 싶다.
죽로산방에서 서pd
*로드헌터 _ 영화촬영을 위해 대본과 연출자의 컨셉에 맞추어 촬영할 장소를
물색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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