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닌 여행지

필리핀을 다녀오다 4

sunking 2015. 11. 17. 00:52

넷째날

오늘은 마닐라 시내관광이다.

나라의 한 도시를 ‘안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사실 그 어떤 곳이든지 정확히 알기란 쉽지 않다.

좀 더 확실히 말하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는 주변 섬을 관광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거쳐 가는 곳이긴 하지만,

오히려 경유지 취급을 하며 진정한 매력을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그 나라를 알려면 수도를 봐야 진정함을 볼 수가 있는데 말이다.

비록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바르게 볼 필요는 있다.

여행을 통한 배움은 바르게 보는 데서 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필리핀의 수도로서 마닐라를 부를 때, 정확히 말하자면 메트로 마닐라를 가리킨다.

이것은 7개의 시와 10개의 자치구를 포함한 수도권 전체를 의미한다.

루손 섬 서부 해안에 위치한 마닐라는 파직강의 삼각주에 양쪽으로 걸쳐져 있으며,

또한 이 파직강은 바이호 호수를 세계에서 가장 좋은 항만 중 하나로 알려진

마닐라만과 중국의 남해와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 처음 가봐야 할 곳은 도심의 중심부에 위치한 리잘 공원Rizal Park.

이 공원은 필리핀의 독립 영웅인 호세 리잘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시민들이 곳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리잘공원에는 거대한 상징물이나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호세리잘의 독립 정신만은 지금까지도 이곳에 살아 숨쉬며,

필리핀의 대항정신을 잘 대변해주는 상징적인 곳이라 할 수 있다.

잔디밭 위에 자유스럽게 누워있는 저 커플들의 모습도 전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이뤄졌다는 생각이 든다. 훌륭한 정신은 시대와 시대를 이어, 온전히 계승되는 법인가 보다.

 

이제 마닐라의 유산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곳을 봐야 할 차례.

스페인 문화가 남아있는 성벽 요새 인트라무로스Intramuros다.

인트라무로스는 1571년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건축되었으며,

당시 스페인 제국의 중요한 거점으로 작용한 곳이다.

아시아 내에 강성한 유럽식 도시를 지음으로써 강대한 스페인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내재된 곳인 만큼 거대한 벽들로 둘러싸여 있다.

또한 인트라무로스 내에는 정부청사와, 유럽식 거주지, 학교, 병원 등이 들어서 있다.

 

 

 

 

 

 

 

 

그 중 산티아고 요새Fort Santiago는 스페인 점령 시기인 16세기,

군사적 요충지로 작용한 곳으로 파식 강을 전망할 수 있다.

이곳은 2차 대전 시 화재로 인해 대부분이 소실되었다가 복원되었다고 한다.

필리핀 정치 수용자의 지하 감옥으로도 사용된 만큼, 내부에는 고문실과 감옥 등이 들어서

오싹한 기분이 든다. 필리핀의 독립 영웅 호세 리잘도 이 감옥에서 총살을 당했다.

가 생전에 사용한 물건과 유서 등이 전시된 박물관 등을 둘러보면,

리잘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 가슴이 저며 온다.

 

숙연한 감정은 근처에 있는 성 어거스틴 성당 내에서도 느낄 수 있다.

1571년 대나무로 건축되었다가 석조 건물로 재탄생한 성당 내에는 종교적 예술품과

장식품들이 가득히 전시되어 있다.

여러 차례 소실된 다른 성당에 비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성당은

유네스코의 세계 자산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산티아고 요새에서 성당으로 가는 길에서도 볼 수 있듯 스페인 풍의 건축양식과

아기자기한 색채가 필리핀의 다른 곳과는 달라 이채롭다.

 

이번 필리핀 여행은 자연의 위대함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따가이따가>와

<팍상한폭포>에서 만난 현지인들의 고단한 삶과 비경,

그리고 스페인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독립을 갈구했던 필리핀인들의 역경을 이겨낸

삶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마닐라는 그저 필리핀 섬 관광을 위한 거점도시가 아닌,

그 자체만으로도 크나큰 매력이 넘쳐나는 곳이라는 것.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이번으로 다섯번째 방문이지만 이제야 조금 알기 시작하는 것 같다.

 

죽로산방에서 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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