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물 특강을 열며...
"활쏘기는 군자의 도리와 유사한 점이 있다.
과녁을 맞히지 못하면 돌이켜 자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는다.”
위의 말은 <중용>에 나오는 공자의 말입니다.
공자가 제자를 가르치는 과목에는 활쏘기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훌륭한 스승인 공자가 아무 이유없이 활쏘기를 강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봅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아마 활쏘기를 통해 잘못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는
반구제기反求諸己의 정신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활이 빗나가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자세가 틀어지거나 호흡이 안 좋거나 동작이 거칠거나
잡념에 사로 잡혔기 때문에 부중不中한 것이라면 내부 요인이 분명합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바람이 강하거나 비가 오거나 소음이 많았거나 활이 느슨하거나
화살촉에 문제가 있어서 부중한 것이라면 외부 요인이라고 하면서 외부의 조건으로
문제의 원인을 돌리기 싶습니다. 아마 십중팔구 그렇게들 할 것입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본질적인 원인은 결국 자기에게 있는 것입니다.
날씨와 바람을 가늠하지 못하고, 활과 화살을 점검하지 않은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구제기反求諸己의 정신은 스스로를 철저히 반성하는 자세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반성이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과도한 죄책감이나 자기혐오로 팽창될 위험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저 자신은 치열한 자기반성 없이는 존재와 관계의 성장이 있을 수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한 자기반성이 성찰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출발점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몰락한 조직과 국가는 언제나 내부에서 먼저 허물어졌음을
역사의 곳곳에서 확인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개인의 일과 공부 그리고 관계가 허술해지는 이유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자기 반성이 없었기 때문에 자초된 일이니까요~
이순신 장군이 7년간의 조일전쟁 동안 쓴 <난중일기>를 보면 활을 쏘았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장군 혼자서도 쏘고 여럿이서도 쏘고, 전쟁 중에도 시간을 쪼개서 활을 들었습니다.
충무공은 활쏘기를 전투술弓術을 넘어 수양의 방법弓道으로 삼았던 것 같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일본 수군을 압도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반구제기反求諸己의 정신으로 전쟁을 수행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올해, 새롭게 공부라는 어려운 작업을 해보겠다며 스타트라인을 출발했습니다.
교과서의 글이 눈에 안들어오고 앞페이지를 읽었는데도 뒷페이지로 넘어가면
바로 잊어버리다 보니 “나는 안돼!” “ 난 원래 공부하고는 맞지않아” 하면서
좌절하신 분도 계셨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맞는 말이고 분명 그렇습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돌이켜 보십시오. 공부를 내가 언제 했던가를.....20년전? 30년전?...
제가 말씀드리는 반구제기의 의미를 되새겨 보시면 금방 아실 수 있습니다.
오랜동안 습관화 되지 않았던 공부가 하루 아침에 되리라 생각하셨습니까? 큰 오산입니다.
여러분만 그런 것이 아니고 오늘 이 책상에 앉아 공부했던 많은 선배들 역시 그랬습니다.
그러나 그 선배들도 보란 듯이 졸업하고 영예스러운 문학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어떻게 공부했을까요...... 바로 자신감입니다.
여러 학우님들! 자신을 가지십시오.
늦었지만 공부를 다시 해보겠다는 그 열정 하나, 대단하시지 않습니까!
그거 하나만으로도 이미 60점은 따고 들어 가셨습니다. 나머지 40점! 천천히 천천히...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다 보면 반드시 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스터디 학우도 있고 학업을 매개로 맺어진 선배들도 도와줄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반구제기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자기 자신을 채찍질 하십시오.
모든 것을 긍정의 눈으로 보겠다고 마음먹으면 긍정적인 모습이 더 많이 보이고
부정의 시각으로 보면 부정적인 모습만 보이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선배 베스트 1기 서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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