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4

sunking 2014. 11. 14. 11:38

 

오늘 여행의 컨셉은 노을이 아름다운 바다를 찾아서.

 

약간은 서럽고, 우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어제 하루와는 다르게

아침부터 햇살은 눈부시게 빛난다.

어제의 이쿠로라보다는 약간 남쪽에 위치한 노보리베츠,

지금 이곳 단풍은 불타듯 그 빛이 절정이다.

오늘도 아침 6시 기상, 온천과 식사, 그리고 아침산책.

마을 입구, 은행나무 한그루,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온 몸으로 아침을 받아 안고 있는 은행나무가 너무 아름답다.

햇살에게 받은 행복을 온 몸으로 주변에 뿌려주듯, 바람에 반짝인다.

그 행복 나눠 받고 싶어 은행나무 아래로 쪼르르

 

“나, 여기서 사진 찍어 줘라.”

 

“엄마, 배경 별로예요.”

 

속으로 중얼 거린다. 야, 나도 알아, 임마. 이유가 딴데 있어.

노보리베츠는 일본의 유명 3대 유황온천의 하나라고 했다.

아직도 유황이 땅에서 끓어 뿜어 나온다는 곳,

뒷산 산책길을 따라 올라가자 지독한 유황 냄새와 하얀 연기처럼 수증기가 계곡에서부터 피어오른다.

계곡 바위 속에선 유황물이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들리고,

물의 온도는 끓고 있는 지하수의 물 100도에서 위로 흘러 넘치는 물도 최소 40도는 된다고 한다.

이 계곡의 모습을 가르켜 일명 지옥온천이라 불리는 것 같다.

눈이 부실만큼 태양은 빛나고, 가을 공기는 맑다.

주변 산의 나무들은 예쁘게 물들고, 산책길은 호젓하다.

조용한 산책도 잠시, 단체 관광객을 풀어 놨나보다,

산책길이 갑자기 소란스럽다. 중국사람, 한국사람, 난리도 아니다.

그러고 보니, 2~3일 여행 길에서 사람 피해 잘 다녀 온 것 같다. 그 한적함이 다시 그립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같은 은행나무의 다른 모습, 빛을 받았을 때,

그렇게 해맑고 찬란하게 빛나 보였는데,

빛이 거두어진 그 나무가 도무지 믿기지 않을 만큼 초라해졌다.

 

‘이럴 수가’

간이래야 한 시간 차이. 그늘과 양지, 빛과 그림자,

그 엄청난 차이의 간극이 보여주는 느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떠나는 투숙객을 위해 배웅 나온 종업원들,호텔 배너를 흔들며 절을 90도로 한다.

 

오늘 삿포로는 호텔에서 준비한 셔틀버스로.

10시에 출발한 버스는 삿포로 역에 12시에 도착, 12:30분 삿포로 - 1:30분 오타루 도착

이 노선에 앉아 있으면 옛날, 부산에서 울산을 올라가는 동해 남부선 열차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자디잔 자갈에 부딪쳐 찰랑이는 물결 소리가 들리는듯 싶고,

바다 위를 한가로이 나는 갈매기의 울음소리도 들리는 듯 싶다.

완행열차 창문에 기대 앉아 바라보던 그 바다도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지는 저 바다와 같았다.

하지만 지금 동해 남부선, 그 완행열차는 없다.

그 노선은 새로 단장한 매끈한 선로 위에 신나게 달리는 기차로 탈바꿈 되어 있다.

새 선로 위에서는 바다가 보이질 않는다.

먼 이웃 나라 열차에 앉아 지나간 날 바다의 그 추억을 찾아본다.

 

오타루 역에서 2:00 비쿠니(美國)행 버스로, 마을 이름이 미국이라고?

이름으로 미루어 예쁜 포구쯤이 아닐까?

 

가을 햇살은 여전히 눈부시다.

버스는 어촌 마을의 소박한 아주머니들이 주 고객이다.

옛날 동해 남부선에 오르던 생선장수 아주머니들처럼. 바다를 끼고 가는 1시간여,

수시로 서고 내리는 느림보 완행버스,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에게 친절히 인사하고

안내하는 기사와 허리굽혀 감사하며 내리는 아주머니 승객들, 소리없는 영상처럼 조용하다.

 

차창 밖 바다는 짙푸른 물감이라도 풀어 놓은 듯, 짙은 잉크 빛, 깊고, 푸르고, 잔잔하다.

모래벌 물새들, 모래벌 다독이며 돌아가는 바다의 잔물결, 어쩌다 작은 섬처럼 솟아 있는 바위들,

우리나라 동해 7번 국도를 따라 가며 보던 모습과 흡사,

맞다. 이곳이 바로 동해지

삿포로 출발 1시간 10분후, 비쿠니 도착, 소박하고 조촐한 마을, 작은 어촌이다.

바다로 가는 마을, 길목 어느 집 뜰에 태극기가 걸려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한국 사람이 사는 것 같다고 가 보겠단다.

얼핏 보니 나이 지긋한 아저씨다. 무슨 말인가를 주고받다 돌아 온다.

 

“한국 사람이래?”

 

“아니요.”

 

“태극기는?”

 

“바다 물에 떠 밀려 오는 것 주은 거래요.”

 

“한국 국기인건 알았데?”

 

“네. 참 저 아저씨가 줬어요. 더 준다고 했는데, 됐다고 했어요.”

 

비닐 줄에 조악하게 묶인 유리 공같이 생긴 것을 들고 있다.

앞 뒤 구멍이 뚫렸으면 호롱불처럼 초 하나 넣고 불을 켰으면 좋겠다.

손을 흔들어 주는 아저씨, 순박한 모습이 영락없이 인심좋은 우리나라 어느 촌로다.

나룻배와 요트가 묶여 있고, 오징어와 이름 모를 생선이

철사 줄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곳, 테이블과 탁자가 준비되어 있고,

양철통에 활활 타오르는 불이 준비되어 있는 걸 보면

분명 이곳이 뭔가를 팔고 사고하는 곳일 텐데.

유일하게 그곳에 있던 아저씨도 호객을 하진 않는다.

천천히 달아 놓은 생선을 구경한다.

해가 어스름해지며 바닷바람이 싸늘하다. 불 옆에 앉아 그 온기로 싸늘함을 데워본다.

아마 이 불에 저 생선을 구워 파는 모양이다. 쓸쓸한 가을 바다다.

왜 이곳이 노을이 아름답다 이름이 났다했는지 알 수가 없다.

주변의 풍광이 눈에 띨 것이 없는데. 남해 바다나 통영 앞바다였다면

그 풍광이 얼마나 아름다운데. 왜 날, 이 외롭고, 황량하고, 쓸쓸한 바닷가엘 데리고 왔지?

이해 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인터넷을 뒤지고,

여행가이드 책을 뒤지고 만들어 낸 일정이니 수고한 값으로 점수를 주자.

 

한 가지 분명한 건, 우리나라 어디를 가던 이렇게 고요하고 적막한,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있겠니?

이 맛을 충분히 즐기도록 하자.

해안을 도는 유람선을 타잔다. 나갔던 배가 도착하자 중국인 관광객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참 멀리까지도 진출했구나 싶다.

그들이 다 내리고 우리가 탔다. 승객은 단 둘, 우리뿐, 배를 운전하는 기사 한사람,

그리고 조수, 모두 네 사람이 통째로 배를 대절했다. 이런 횡재도 있는 거구나,

살다보면. 저 시끄러운 중국 관광객과 함께였다면 이 호젓한 바다를 볼 수도 없었을텐데.

그저 처처에 감사다. 바다로 나가자 과자 봉투를 갖다 준다. 갈매기 먹이란다.

과자 한웅 큼 뿌리자 삽시간에 갈매기 떼들이 몰려온다.

먹이를 향해 돌진하는 갈매기의 눈빛을 분 적이 있는가.

먼 바다에 그림처럼 유유히 바다 위를 나는 그 멋진 새의 모습이 아니다.

하나라도 더 먹어 보려는 야욕에 찬 눈빛이라면 과장일까?

 

떠나 온 부두를 멀리 바라보며 배는 바다 가운데로 향해 나아간다.

하늘이 조금씩 붉게 물들어 가고,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에 비친 노을 빛은

봉우리를 황금빛으로 바꿔 놓는다.

갑판 밑, 유리로 되어 바다를 몰 수 있습니다.

조수가 다가와 배 밑으로 내려가 보란다.

좁은 층계 난간을 잡고 배 밑 바닥으로 내려가자,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다.

바다 속, 수초와 고기들이 내 앞에서 흘러간다.

창에 손을 대면 고기들이 내 손과 놀자 할 것 같다.

그렇게 많은 고기들이 바다 밑에 있을 줄이야, 인구밀도가 아니라 어족밀도가 꽤나 높겠다.

고기가 우리를 보면 어항 속에 갇혀 있다 하겠다. 저 세계는 어떻게 살아지고 있을까.

저 곳에도 잘난 놈과 못난 놈, 대장과 졸개가 있을까.

하기사 이 세상 어딘들, 그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지만 아름답다.

무대 위에서 춤추는 무용수의 몸짓이 아름답듯, 거침없이 헤쳐 나가는 저들의 유연한 몸짓이 아름답다.

이 넓고 깊은 바다의 작은 얼굴 한 면을 볼 수 있어 신비스럽다.

다시 배 위로 올라 온 시간, 이제 떠 있던 구름도 모두 노을빛이다.

노을, 그래, 노을이 아름다운 바다,

그 고요도 바다의 신비도 함께 맛 본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이었다.

노을 속 빨간 등대의 모습이 유난히 예쁘다.

오타루행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노을은 점점 짙게 물들어 갔고, 일본의 보호새 까마귀는 저녁 준비 하느라

얼마나 분주히 오락가락 하던지. 하늘이 까맣다.

가로등 불빛이 하나 둘 켜 지고, 길건너 상점에 불이 밝혀지며

낯선 거리의 찬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집으로 돌아 가란다.

모두가 제 자리를 찾아 돌아 가란다.

마음이 조금씩 서두르는 걸 보니, 여행 마칠 시간이 다가오나보다.

불 밝힌 버스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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