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닌 여행지

백두산 천지 올라보기

sunking 2013. 12. 20. 08:34

 

아래의 글은 지난 2006년 고교 선배들의 중국여행을 기획하고 가이딩하면서 기록한 내용이다.

인천공항 출발에서부터 북경, 연길, 백두산, 도문을 돌아보는 4박 5일 동안의 일정이었지만 지면 관계로

백두산 등정부분만 발췌하여 모 잡지에 기고했다.

글쓴이는 백두산을 2002년 10월, 한차례 등정하여 천지의 아름다운 풍광과 햇볕이 구름사이로 투과되는

만주벌판을 보고 가슴이 벅차오름을 경험한 바 있다.

 


 

손을 뻗으면 밤 하늘의 별이 잡힐 것 같은 곳...

우리나라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이곳이 白頭다.

서병태_아트파크디자인연구소 대표

 

천지에서

우려하던 비가 내리고 주차장에서 단체로 비옷을 구입한다. 천지에서는 우산은 금물.

벼락이 치면 큰일난다는 등 이러쿵, 저러쿵, 장사속 얘기뿐이다.

세상에 우산쓰고 다니는 넘들은 전부 벼락 맞는다는 말인가?

우의를 팔기위한 고도상술. 중국답다.

짚차에 여섯명씩 타고 천지 정상을 오른다. 비구름이 잔뜩끼어 있어 일행 중 한분이 불안했던지

운전하는 친구인 漢族의 눈치를 살피면서 Tip 10불을 먼저 준다.

천지 정상으로 가는 길이 구불구불하여 곡예 운전하는 것이 위험해 보였던지 살살 운전해 달라고...

글쓴이는 원래 이 친구들 운전 솜씨가 거칠다는 것을 예전에 경험해 봐서 잘 알고 있었지만

먼저 나대는 것이 선배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가만히 있었다.

다른사람들은 다녀와서 팁을 주는 것이 정상인데 조심해서 운전해 달라며 먼저 팁을 준 것.

이왕 주는거 먼저 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싶다.

 

천지 정상 100M 전방에 있는 기상대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위는 온통 비구름 뿐. 어디가 어딘지 지척도 분간 못할 정도로 구름바다다. 농도도 짙다.

앞선 사람들을 따라 100M 정도 가파른 언덕을 오르니 天池라는 표석만 보일 뿐 사방전체가

비구름으로 망망대해...

 

서울에서부터 잔뜩 기대하고 왔던 일행들은 천지가 구름에 가려 열리지 않으니 기분들이

엉망진창이지 싶다. 도통 사진 찍을 곳도 없고 절대 난감.

가이드 말로는 이곳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기상변화가 심한 곳이라 천지를 내려다 볼 정도의

청명한 날씨는 세 번 정도 와야 한번, 그것도 재수 좋아야 겨우 볼까 말까란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니 너무 기분 상하지 말라며 위로한다.

 

 천지를 보기 위해 먼길을 돌아왔건만 보이는 것은 온통 구름뿐, 정상을 오르는 발길이 무겁다

 

등소평이 썼다는 天池라는 글씨가 새겨진 표석이 인기 짱이다.

인증샷을 찍기 위해 줄을 설 정도...

天池가 내려다 보이는 맑은 날이면 사진 찍을 곳이 많겠지만 백두산천지를 다녀왔다고 증표를

남길 곳은 이곳 뿐이니 오죽하겠는가.

 

우리 일행들을 천지 표석 앞으로 단체로 모아 애기하는 척 하면서 순식간에 열컷 정도 찍었다.

사진은 엄숙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찍을 필요가 없다.

어차피 천지를 다녀왔다는 인증샷이고 조금 이상하게 나와도 포토샵으로 Artworking 하면 되는 것이니까~

그러나 뿌연 비구름 때문에 사진이 잘 나올는지?

아무리 포토삽으로 조정한다고 하지만 기본이 좋아야지...

 

                                             등소평이 쓴 천지 표석에서 일행들이 인증샷을 남기며

 

일행 중 선배 한 분의 걸음걸이가 약간 어색하다.

점심에 돼지고기 보쌈에 된장찌개와 곁들인 술이 과했나 보다.

선배 한분이 혹시라도 실수가 있을까 싶어 부축하고 있었는데 너무 과한 행동을 하다가

자하봉(백두산 천지 봉우리) 끝자리절벽 밑으로 넘어졌다. 마침 다른 선배가 옆에 있다가 잡아 제낀다.

바닥에 넘어지고, 얼굴도 까지고, 엉망진창.

한발만 더 나갔으면 천지로 떨어 졌을 것이 분명한데, 큰일 날 뻔 했다.

천만다행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인가 보다.

이때 술취한 친구를 부축하고 있던 선배의 뒷주머니 지갑을 어떤 넘이 털어갔다.

50만원이 조금 넘게 들어 있었다고 하는데... 아마 중국 사람일터, 아까 차에서 가이드가 주의를

줬는데도 깜박했나보다. 아! 아까워라.

돈을 날치기 당한 선배는 외국출장이 많아 이런 저런 일을 많이 경험했는데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란다.

그 놈의 비구름이 원수인지 술이 웬수인지!

아이고~ 친구 노릇하기도 힘들다.

 

짚차가 주차하고 있는 곳으로 내려오니 천지를 배경(화사한 봄꽃이 피어 있다)으로 사진을 찍은 다음

트리밍해서 넣어 주는 곳이 있다. 1컷에 10,000원.

청색천을 배경으로 된 크로마키형 사진촬영 기법인데 포토샆 프로그램에서 몽탸쥬하는 기술이다.

여기도 대기하는 줄이 길다. 오늘처럼 비구름이 끼는 날이면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인 듯 싶다.

 

내려오는 선배들을 안내하여 사진 찍기를 권유하다가 너누 늦었다는 우리 짚차 운전수의 눈총를 받는다.

투덜대는 운전수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하늘을 보니 구름의 속도가 빠르게 움직인다.

4년전 가을, 이 곳에 처음 왔을 때 천지를 내려다 본 감흥보다 만주 벌판을 보며 그 웅장함과

장쾌함에 흥분했던 기분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그 감흥을 다시 느낄 수 있으려나 했지만 어림반푼어치도 없다.

구름이 조금 걷혀 광활한 만주벌판을 구름사이로 얼핏이라도 볼 수가 있어 다행이라면 다행.

하산길 구불구불한 길을 한동안 내려오니 언제 비가 왔었나 할 정도로 날씨가 개였다.

선배 한분이 다시 올라가잔다. 에이~ 올라가다 다시 구름이 끼면 말짱 꽝이잖아요!

 

장백폭포

폭포로 가는 길에 온천수 앞에서 다들 계란을 까먹는다고 옹기종기 모여섰다.

이곳 온천수에 삶은 계란은 노란자가 먼저 익고 흰자는 잘 익지 않는 것이 특징. 계란 3개에 천원.

우리나라 사우나에서 파는 계란 값과 똑같다. 중국산인데 말이다. ㅋㅋ

 

                                             일행들이 온천수에 담궜다가 삶아낸 계란을 시식하며

 

외길로 난 산길을 10여분 올라가니 웅장한 폭포가 두 갈래로 떨어진다.

장백폭포의 위용을 보는 순간이다. 일행들이 백두산의 정기를 받는다며 물 흐르는 곳으로 내려가

손을 담구고 기분좋은 미소들을 짓는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내려가는 물보라가 햇볕에 투과되니 무지개도 만들어 지고... 멋있다.

수량이 풍부하여 호쾌하게도 흘러간다.

 

장백폭포를 배경으로 부부간에 사진을 찍어본다. 역시 배경이 짱. 좌측에 있는 봉우리를 보라면서

한 장 찍고 이쪽을 보라면서 한 장, 가로, 세로 여러장을 찍는다.

부부간에 이곳에 다녀갔다고 인증할 수 있는 곳은 사진이 최고이니, 촬영하는 사람의 말을 잘 들을 수 밖에...

 

소천지

백두산 입구에 있는 대중탕 온천수에 1시간여 동안 몸을 담구고 피곤을 푼 일행이 천지를 보지 못했으니

소천지라도 봐야겠단다. 온천장 입구에 있는 소천지에 들어서니 우리나라 주왕산의 주산지 모습과 비슷하다.

물이 흘러 들어오는 곳은 있는데 나가는 곳이 없다는 곳.

아마 화산석 사이로 해서 지하로 스며들겠지...

틀림없이 이곳 지하에 큰 동굴이 있어 커다란 호수를 이룬다음 아래로 흘러 갈 것이다.

전체의 모양은 생각했던 것 보다 작고 그냥 그렇다. 물은 깨끗하고 주위가 조용해서 연인들 끼리 산책하기는

좋겠는데 관광지로 각광 받기엔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

 

      이도백하로 흘러내려가는 천지물. 멀리 보이는 곳이 온천장인데 지금은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고 한다

 

 二道百河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하산길 양 옆으로 높이가 20여미터가 넘는 피나무 숲이 장관이다.

서로들 키 자랑을 하는지 하늘로 쭉쭉 뻗어있다.

시속 60키로로 30분 정도 달리는데도 풍경이 바뀌지 않을 만큼 피나무 군락이 멋진 모습을 연출한다.

1시간이나 걸려 二道百河란 곳에 도착했다.

천지물이 달문을 통해 장백폭포로 떨어져 이곳까지 흘러 내려와 두갈래로 갈라진다고 해서 지은

시골 작은동네 이름이다.

 

가이드 말로는 백두산에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하여 중국정부에서 설계를 마치고

이곳에 비행장 건설이 곧 착수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마 백두관광이 훨씬 빠르고 편해질 것이라며 2-3년 후에 완공되면 다시한번 더 오시라고 충동질이다.

하기사 이곳 백두산을 온다고 연길에서 버스로 4시간, 왕복 8시간이나 걸리는 곳이니 비행기가 있다면

누가 고생해서 버스로 오겠는가! 빠른 비행기로 오지..

 

그렇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딱히 그런것만 좋은게 아닌 듯 싶다.

진정한 관광은 차창 밖으로 이국의 풍경을 보면서 이것 저것 생각하면서 천천히 천천히 가는 멋스럼도

여행지에서만 느끼는 멋일 터...

제주 올래길이 왜 각광을 받는 지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우린 그러한 것들을 간과하고 세상을 너무 빠르게만 사는 것이 능사일 것이라며 착각 속에 사는 것은 아닐까?

 

                           백두산에서 도문으로 가는 길에 두만강이 보인다. 근데 강폭이 애개개~~개천처럼 보인다.

            어릴때부터 부른 노래 두만강 푸른물은~~~ 오간데 없고.... 강건너가 북녘땅. 헐벗은 산들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출국 전에 백두산에 관련한 자료를 미리 준비하면서 천지의 봉우리들을 그림으로 구분했다(좌측)  중앙의 굵은선이 천지,      

      우측은 압록강과 송하강, 그리고 두만강의 지류를 형성하는 그림을 측면으로 표현.

 

후렴 : 글쓴이도 2002년과 2006년 인증샷을 했다.

 

                   2002년 백두산 천지를 올랐을 때와 눈덮힌 장백폭포 앞에서 인증샷

 

   2006년 5월에 장백폭포를 배경으로 인증샷                               잡지에 수록된 글과 사진

 

 

백두산 등정을 다녀와서 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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