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친구가 모 잡지에 기고할 원고청탁을 받고 나한테 부탁하여 대필해준 것이다.
소방공무원(소방서장)으로 33년 봉직했던 친구인데 몇해전 글쓴이를 포함하여
아홉명의 친구들이 지리산으로 고로쇠 물을
먹으러 갔을 때 느꼈던 소회감을 기행문 형식으로 비교적 담백하게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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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 물먹으러 간다고? 예끼 이사람! 목적은 다른 곳에 있으면서.... 김00
지난 2월18일 1박 2일 일정으로 지리산으로 고로쇠물 먹으러 출발
콧바람도 쐬고, 고로쇠물도 먹고, 밤에는 친구들과 어울림 오락도 있겠다 싶어 친구들 따라 나섰는데...
지리산 함양~
친구 서병태가 디자인 관계 일로 20여년 전부터 인연이 되어 다녔든 곳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아
이곳에 가면 진짜 고로쇠 물을 먹는다고 해서 믿고 나선 길이다.
경칩 무렵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마시는 풍속은 익히 들어 알고는 있다.
나무 밑동에 상처를 내면 거기서 수액이 나오는데, 이 물을 마시면 몸에 병이 생기지 않으며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고 뼈가 아픈 데 약이 되며 속병에 아주 좋아 무병장수한다고 하는데
땡기지 않을 수가 있나!
거기에다 밤새 고로쇠물 먹으면서 재미있는 오락꺼리로 있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안그래도 30여년동안 공무원 생활 한다고 움쩍 달싹도 못해 좀이 쑤시던 판에...
서울에서 세시간 반, 참 멀다.
9명이 차를 두 대로 나누어 고속도로로 해서 운전 잘 한다는 친구들이 냅다 달렸는데도
그렇게 시간이 걸렸다. 중간 휴게실에서 라면 하나 걸쳤는데 별미다.
국물 하나 안남기고 모두 훌쩍. 훌쩍. 정말 맛있었다.
앞차는 윤식이가 몰고 우린 칠성이가 모는 차, 뒷자리에서 편안안 자세로 히히덕거렸지만
운전하는 칠성이만 운전하느라 낑낑... 며칠전 차를 바꿨다는데 손에 익숙치 않은지
연신 속도가 안난다면서 궁시렁 궁시렁. 그래도 우리는 희희희~
고속도로를 벗어나 함양시가지를 거쳐 굽이 굽이 길을 돌아 드디어 도착.
친구가 관청을 통해 미리 예약한 탓인지 주인이 연신 머리를 조아린다. 기분이 째진다.
멀리 보이는 지리산 언저리에선 뭉게구름이 피어나고.
아~ 실로 오랜만에 맡아보는 시골내음 그리고 정취, 산바람 공기가 정말로 상쾌하다.
산자락의 어스름을 보면서 참 오랜만에 조용히 저무는 저녁을 바라보았다.
느긋한 기분이 드는 것이 금새 기분이 쏴해진다.
평상시 같으면 연신 울려되는 귀찮은 휴대폰 소리가 없어 좋고, 방목한 염소고기를 얇게 썰어 내어
불판에 구워먹는 맛, 요건 서울에서 음식깨나 한다는 집에서도 맛을 못낼 만큼 맛있다.
거기에다 소주한잔 걸치고....룰루랄라..
아침 7시, 동녘이 밝았는데도 연신, 고에 피박에 성질나고 애고고~
여행이란 꽃을 만나면 꽃과 대화도 나누고 산딸기를 만나면 따먹기도 해야 하는데
이건 원 도착하자마자 자리펴고
밥먹을 때만 빼고 밤새도록 고로쇠물 마시면서 두들기기 시작했으니..ㅉㅉㅉ
근데 염소고기에 24시간 우러냈다는 뽀얀 탕을 먹어서 그런가? 눈도 안감기고 피로한게 없다.
아니 좋은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짜증한번 안내고 밤새도록 놀았다.
아침밥 먹어란다. 조금만 더하면 밤새 잃은 거 복구 할 수 있겠는데 이쯤에서.. 아쉽다.
시골냄새 물씬 풍기는 우거지 된장국에 봄나물을 먹고 화장실에 가서 볼일 보고 나니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삼천포로 빠져 회를 먹으러 가잔다.
베리 굿~ 보고싶은 남해바다도 보고 싱싱한 회로 몸 보신도 하고...
진주를 거쳐 사천시에 있는 삼천포항에 도착하니 바닷내음이 물씬 풍겨온다.
서울에서는 눈씻고 볼려도 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자연산 광어를 겨우(?) 12만원,
9명이 배 두들기며 탕과 함께 게눈 감추듯 먹었다. 신나고 신난다.
돌아오는 300킬로미터
친구들이 있어 하나도 안피곤한지 차만 타면 졸린 버릇이 사라지고 연신 히히락락..
서울에 도착하니 또 먹자다.
서초동 순흥골에서 얼큰한 국밥과 소주한잔으로 배채우고 집으로 고고.
우리 마눌님 내가 이틀동안 볶아되지 않아 기분이 좋은지 반갑게 맞이해준다.
기분이 유쾌, 상쾌, 통쾌다.
오랜만에... 정말 좋은 멋진 여행이었다.
친구들아 고마워. 다음에 또 같이가자.
2012년 봄날이 시작할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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