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에세이

남산올래길을 걸어보며

sunking 2013. 11. 10. 12:17

 

아래의 글은 고등학교 동기생들이 발행하는 투게더지(편집장 서병태-블로그 주인장)에 게재된 글인데

친구에게 원고를 부탁했더니 문장력이 없다며 편집장이 대필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구를 1인칭으로 하여  글이다.

글의 내용은 동기생들 간에 친목도모를 위해 매월 첫번째 수요일에 만원만 들고 나오면

하루를 재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정례화한  프로그램 중에 남산 올래길을 걸어보는 

행사를 기획, 실행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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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보물 같은 쉼터-남산올래길을 걸어보며...

 

6월 9일 정말 오랜만에 남산길을 걸었다.

동기회 6월 만원데이는 남산올래길 걷기로 바꿨다며 토요일 아침 10시까지 명동역 지하철 입구로 나오라고 한다.

남산길은 언제 가봤는지도 모를 정도로 까마득한 옛 기억뿐이 없는데...

대략 30년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설레이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한명 한명 모이더니 어느새 20여명, 마눌님들도 많이 나오셨다.

오순도순 어울려 퍼시픽호텔 옆 길을 따라 올라가니 언덕받이에 서울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돈까스집이 보이고,

케이블카 타는 곳은 옛 모습 그대로다. 이름을 삭도라고 바꿨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누군가 “삭도는 공중에 매달린 밧줄에 운반기를 설치하여 여객 또는 화물을 운송하는 교통 수단으로 케이블카의

한자어 표기라고 한다. 이런 제길...그냥 케이블카하면 되지. 뭘 그렇게 어려운 말을 쓰냐~

 

하여튼 올래길로 올라가는 첫길에 도착했다.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바닥이 약간 폭신폭식한 데 오늘따라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서울시민 백만인 걷기대회를 하느라 많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정답게 손을 잡고 걷는 연인, 장애인을 대동한 사람, 나이드신 부모님과 산책나온 사람,

부모들과 함께 나온 아이들.. 모두 모두 즐거운 표정들이다.

서울 시민에겐 더 없이 좋은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래길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햇빛이 스며든 곳에 야생화도 방긋 웃으며 우리들을 반긴다.

싱그럽다.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줘 상쾌함을 더한다.

 

시간이 오전 11시35분. 출발한 지 1시간10분 정도 걸었는가 싶은데 내려가자고 한다.

기분도 좋고 워낙 쉬운 길이라 조금 더 걸어서 국립극장 방향으로 돌아가자고 했으나

우리 총무 몰상식 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계획된 대로 바로 장충단공원쪽으로 내려가잔다.

이런... 조금 땀도 나고 분위기도 좋은데 할 수 없다.

 

나혼자 우기면 왕따 당할 것 같아 툴툴거리며 내려왔더니 장충단공원이 폼난다.

가수 배호의 노래로 알려진 장충단공원은 노래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낯설지는 않지만 난생 처음 와보는 곳이다.

수표교 다리도 을지로에서 옮겨와 남산에서 흘러오는 개울에 제법 폼을 잡고 서있는 모습이 위용을 갖췄다.

다리 위에 모여 단체로 사진 한 장 찍고 장충동 족발집 그것도 원조집으로 집합.

소주와 함께 거나하게 한잔 걸치니 세상 부러울게 없다.

 

남산올래길. 가뭄이라 물이 많지는 않았지만. 숲속 개울물이 졸졸졸 정겹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오기도 편할 뿐만 아니라 일단 길에 들어서면 여기가 도심인가 싶을 정도로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쉬며 걸을 수 있다.

도심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보물 같은 쉼터, 이런 좋은 길에서 친구들과 잠깐의 여유를 찾아본 소중한 시간.

너무 멋있었다. 이 행사를 계획해준 친구 서병태와 몰상식 총무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긴다.

 

2012년 여름이 시작하려고 하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