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에세이

골찌에서 일등! 아름답다.

sunking 2013. 11. 8. 05:24

 

꼴찌에서 일등! 아름답다.

 

우리나라 2013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삼성라이온스의 대역전극으로 우승팀을 결정할 즈음

미국과 일본에서도 1년 동안의 페넌트레이스를 마감하는 월드시리즈(미국)와 저팬시리즈(일본)가

한동안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바가 있다.

이는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과 추신수,

일본에서 거포를 뽐낸 이대호 선수의 멋진 활약 덕분일 것이다.

 

그중 일본 저팬시리즈는 후쿠시마 원전이 있는 도호쿠(東北)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라쿠텐 골든이글스팀이 요미우리 자이언트(동경)와 7차전 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극적인 우승으로 시리즈를 마감했는데

일본의 대다수 팬들이 라쿠텐팀이 이기기를 염원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라쿠텐 골든이글스팀의 우승배경에는 恨과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도호쿠 특유의 인내심과 저력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기 때문이라는데...

 

120여년전 일본중흥의 기틀을 마련한 메이지유신.

세계를 원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후쿠시마원전 누출. 대지진. 쓰나미 공포...등등

이러한 배경 때문.

조선일보 만물상(11월 6일자)칼럼에서 오태진 논설위원이 기고한 글을 기조로 살펴보자.


-------


힘내라 도호쿠(東北) _ 조선일보 |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1988년 일본 야마구치현의 한 도시가 후쿠시마현 도시에 자매결연을 하자고 제의했다.

120년 전 보신(戊辰)전쟁을 치렀던 두 지역이 화해하자는 뜻이었다.

후쿠시마 쪽은 "시민들이 그때 원한을 잊지 않았다"며 거절했다.

1868년 메이지 유신을 밀어붙이는 옛 야마구치, 조슈번(長州藩) 군대가 유신에 반대하는

옛 후쿠시마, 아이즈번(會津藩)에 쳐들어왔다. 구식 무기를 든 아이즈번 군대는 무기력했다.

 

▶아이즈번은 열예닐곱 살 소년들까지 백호대(白虎隊)를 만들어 맞섰다.

   성이 함락되고 소년병 스무 명은 자결했다.

   백호대는 지금도 시대극에 자주 오르는 후쿠시마의 상징이다.

   보신전쟁 이래 후쿠시마·미야기를 비롯한 도호쿠(東北) 지방은 '반역의 땅'으로 낙인찍혔다.

   출세길이 막히는 차별을 맛봤다.

   후쿠시마가 원자력발전소를 받아들인 것도 오랜 낙후를 이겨보려는 쓰디쓴 선택이었다고 한다.

 

▶수난의 땅 도호쿠를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뒤흔들었다.

   도호쿠가 근거지인 프로야구단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센다이 홈구장도 쓰나미가 덮쳤다.

   창단 후 6년 사이 꼴찌를 세 번 한 라쿠텐은 그해 리그마저 포기할 처지가 됐다.

   도호쿠 사람들은 "어려울수록 의지할 팀이 필요하다"며 응원했다.

   라쿠텐이 한 달을 원정 경기만 하다 홈구장으로 돌아온 날 주장이 외쳤다.

   "도호쿠 여러분, 이 순간을 꼭 극복합시다. 보여줍시다. 도호쿠의 저력을."

 

▶라쿠텐 선수들은 쓰나미 피해 지역을 일흔 차례 넘게 찾아가 위로하고 야구 교실을 열었다.

   이재민 6500명을 경기에 초대했다. 유니폼엔 '힘내라 도호쿠'라고 써넣었다.

   호시노 감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승리로 팬을 기쁘게 해주는 것뿐"이라고 격려했다.

   주니치 시절 선동열·이종범과 함께 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감독이다. 창단 첫해 우승팀과

   51.5게임 차가 났던 라쿠텐은 올해 내내 선두를 달렸다.

   라쿠텐이 일본시리즈에 오르자 일본인 대다수가 라쿠텐이 이기기를 바랐다고 한다.

 

▶라쿠텐이 엊그제 7차전에서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물리치고 우승했다.

   홈구장 안팎에 모인 4만 팬은 물론 도호쿠 곳곳 가설 주택에 사는 이재민이

   얼싸안고 눈물을 쏟았다. 라쿠텐이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보여주셨습니다. 도호쿠의 저력을."


----


살면서 누구나 몇 번은 넘어지고 주저앉게 마련이다.

재앙에 모든 것을 잃은 도호쿠 사람들과 만년 꼴찌 라쿠텐은 포기하지 않았다.

서로 부축하며 함께 일어섰다.

꼴찌에서 일등이 됐고 폐허에서 꿈과 힘을 얻었다. 아름답다.

 

Tip_

메이지유신에 관련한 자료는 본인의 블로그 목록란에 있는 [일본드라마] ‘아츠히메’를 검색하여

시청하면 상세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을 이해하는데 이 만한 드라마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수년전 일본 NHK TV에서 저녁 8시에 방영하여 전국적으로 25.8%의 시청률을 올린

50편 (편당 50분) 드라마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대장금 정도 시청율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죽로산방에서 서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