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길에서 만난 예쁜 친구들
어제의 화창한 날씨와는 다르게 하늘은 흐리고, 비도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세 명의 젊인이들을 만났다.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에서 헤어지고 처음이다. 세명은 여전히 즐겁고 씩씩한 의리의 짝꿍들이다. 나름의 역할에 충실하고,
각자는 그 역할을 공감하고 인정해 가고 있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걷기 20일, 쉽지 않았을 텐데, 연희는 큰 언니로서,
진덕이는 누나와 친구의 든든한 지킴이로, 혜진이는 귀염둥이 막내로서의 자리를 확보하고 있는 것 같다.
까리온까지의 길은 다른 지역의 메세타처럼 큰 특징없이 이어지고 있다. 황량한 벌판에 카페가 있다.
구름은 개이고, 햇살이 곱게 펴진 아침이다. 카페엔 세명의 친구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내 룸메이트는 커피 한잔을 마시고 일어 서는 중, 걷는 속도가 맞지 않는 다는 건, 더구나 빨리 걷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나처럼 느린 걸음은 폐가 되는 것 같아 미안하다.
물론 자신의 속도에 맞춰, 느리게도 빨리도 걸을 수 있지만, 일행이 보조가 맞지 않는 다는 건 약간의 스트레스다.
아무래도 신경쓰지 않고 걸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맞는 것 같다.
다 떠나고 난 카페는 갑자기 적막감이 밀려 오고, 웬지 혼자 뒤 처지고 있다는 건,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다.
수녀원이 운영하는 알베르게 - 내가 수녀가 된 것 같아.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 방위 목적상 레옹 왕국의 요충지였다는 이 곳에 도착 할 즈음엔 이미 빗방울이 돋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 곳은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가 두곳이나 될뿐더러 이런저런 편의 시설도 꽤 갖춘 도시다. 몇 군데 되지 않는 버스가
서는 곳 중 하나. 수녀님이 운영하는 알베르게, Espirito Santo는 깨끗하고 정갈했다.
등록을 받은 수녀님은 성모님이 들어 있는 작은 목걸이 하나씩을 선물로 주셨다.
수녀원 같은 분위기의 이 곳은 숙소도 남녀가 분리되어 있었고 이층 침대가 아니어서 너무 편안했다.
수녀원이라는 걸 알고 그럴까. 순례자들의 행동과 말씨도 어찌나 조용하고 얌전하던지.
성당 앞 식당에서 함께 기차를 타고 왔던 부부를 만났다. 4월30일팀의 4명이 만난거다.
그러고 보니 그날 새벽, 몽빠르나스역까지 함께 갔던 아저씨만 없다.
그 양반 걸음걸이로 봐 아마 지금쯤은 우리보다 3일 정도는 앞 서 가고 있을 것 같다. 꿋꿋하게 가고 있는 모습들이 반갑고 또 고맙다.
활달한 부부팀의 자매는 어디에서나 웃음꽃을 피운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전형 - 산타 마리아 성당에서 미사를.
로마네스크 양식의 전형이라는 산타 마리아 성당에서 주일 저녁 미사에 참례했다.
아주 예쁜 수녀님이 영어로 신부님의 강론 말씀을 통역 해 준다.
미사가 끝난 후 순례자들을 모아 특별히 강복을 해 주는 은혜로운 시간도 있었다.
크리덴셜 카드에 산타마리아 성당의 직인도 찍어 주셨다. 순례자들을 위한 배려와 따듯한 환영을 받은 것 같은 특별한 곳이었다.
비는 아마 밤 새 내릴 모양이다. 미사가 끝나고 숙소를 가는 짧은 길에서도 비를 홈빡 맞았다.
춥고 을스년스러운 날씨, 수녀님은 따듯한 밤을 보내도록 방을 덮혀 주셨다.
여벌로 준 양모 담요까지 덮으며 깊은 잠으로 빠져 들었던가 보다. 추적이며 내리는 빗소리를 자장가로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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