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에세이

동기생의 날에

sunking 2013. 10. 27. 21:44

아래의 글은 고교 동기생들의 소식지 Together지에 2009년 7월 1일자에 게재된 글입니다.

동기생의 날을 맞아 이날의 풍경을 비교적 소상하게 피력했습니다.

동기생의 날이란 친구들이 60대에 들어서서 은퇴한 친구와 사업을 정리한 친구들이 많아 시간들이 많이 남아돌지만 마땅하게 갈 곳도 없고 용돈도 부족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글쓴이가 아이디어를 내어 매월 첫 번째 수요일 오후 6시에 1인당 만원만 가지고 동기회 사무실로 나오면 고기와 술 등등, 친구들과 부담없이 먹고 마실 수 있도록 정례화한 모임입니다.

음식 준비는 식당을 운영했던 동기생이 재능봉사하고 총무가 재료를 구입하여 음식 준비를 합니다. 경비가 모자랄 것 같지만 생활에 다소 여유가 있는 친구가 조금씩 더 희사하고 집안 경조사를 치루는 친구가 매월 한 두명씩 있는 관계로 찬조금들이 많이 들어와 여유있게 운용되고 있습니다.

  


 

동기생의 날- 친구들을 위해......

 

4시부터 동기회사무실 문을 열고 한명, 두명씩 들어왔던 친구들이 어느새 32여명이 되었습니다.

불판 위에서는 갈비살이 노릿누릿 맛있게 익어가고 또 다른 불판에서는 차돌백이 고기가 뒤집기를 거듭합니다.

술잔을 서로 부딪치는 친구, 객담소리로 목청을 돋우는 친구, 저만치 있는 친구에게 고기를 집어주는 친구도 보였고, 문 앞에 앉은채 이리와서 앉으라며 자기 옆자리를 두드리는 친구도 있습니다.

이렇게 매월 첫 번째 수요일 저녁 6시가 되면 동기생들이 모여 즐겁게 얘기들을 나누는 동기회사무실 풍경입니다.

 

다음 달에는 뭐하지?

다음 달, 동기생의 날에 준비해야할 음식때문에 김경식 동기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김상식 총무에게

넌지시 말을 던집니다.

“야 김 총무! 다음 달에는 갈비살이 어떨까? 내가 잘아는 고기집이 있는데 좋은 놈으로 골라 싸게 살 수 있는 데

말이야!”

“그래 그럼 좋지! 상추하고 양념장만 있으면 되겠네! 오늘 참석한 친구들이 오늘 고기무지 맜있었다고 하던데

입소문 나서 다음 달에는 더 오면 어쩌지..”

“어쩌긴 어째. 그럼 다음 달은 더하면 되지! 40인분쯤 준비하면 안모자랄 꺼야” 내가 조금 더 수고하면 되지 뭐!

우리의 요리장 김경식 동기가 설거지통에서 그릇을 씻으며 시원한 목소리로 답합니다.

김상식 총무도 OK! 다음달 메뉴가 똑부러지게 결정되었습니다.

 

열흘전부터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내느라 돋보기 쓰고... 전화번호 찾고... 김상식 총무의 핸드폰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온다구! 그래 고맙다. 너! 우리 동기사무실 옮기고 한번도 안왔잖아! 이 달엔 꼭 와야해 알았어! 회비....

걱정마 참가비 만원이야. 애들 얼굴보러 오는거지 뭐 특별한건 없어. 그래! 그래. 그 날 봐~”

“야! 김 총무 현재까지 몇 명이 참석한데?” 가끔씩 점심시간에 맞춰 사무실을 찾아 밥을 잘사는 이준철 동기가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봅니다.

“응! 현재까지 30명은 넘었어! 40명쯤 될 것 같은데! 이대영 회장이 몇 사람에게 전화하면 더 나올꺼야!

그리고 잘됐다. 나하고 경식이하고 장보러 가야 되니까. 너! 사무실 좀 지켜줄래? 그래 그래 고맙다.

우리 빨리 갔다올께”

 

아저씨! 조금 더주라 응~

김 총무와 우리들의 요리장 김경식 동기. 야채바구니 들고 시장을 기웃기웃합니다. 고추장도 사야하고,

파도 사야하고, 상추. 이것 저것 살 것이 많습니다. 어느새 한바구니가 가득찼습니다.

“양선형씨 여기 사러가백화점 뒤, 시장인데. 우리 장 다 봤어 빨리 차 갖구와!”

영등포시장 꽃가게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양선형 동기에게 SOS를 칩니다. 잠시 후 차와 함께 양 동기가 시장에

나타나 손을 흔듭니다.

“야 뭐 이렇게 많이 샀어! 이 달에 몇 명이나 오는데? 음식 준비하려면 보통 일 아니겠는데!”

양 동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김경식 동기를 쳐다봅니다.

“괜찮아! 한놈만 고생하면 40명이 즐겁잖아! 나 요새 백순(?)데 수고 좀 하지 뭐!”

식재료들을 사무실로 올려놓고 나니 한방 가득합니다. 씻고, 다듬고 뭍히고, 버무리고... 냉장고에 넣고,

술잔 준비하랴. 바쁘고, 바쁩니다.

“야 가스가 없는 것 같은데! 가스 좀 사다줄래!” “알았어 금방 갖다 올께! 근데 몇개면 되지” 이렇게 한바탕 수선을

떨고 나서야 내일의 음식 준비가 끝납니다.

우리 친구들은 쓰윽~ 왔다가 쓰으윽~ 가면 그만이지만 준비하는 사람들은 그게 아닙니다. 요사이 애들말로

장난이 아닌 것입니다.

우리 친구들!

동기생의 날을 위해 준비하는 고마운 친구들에게 박수 좀 보내줍시다.

다같이 짜악 짝 짜악~

그리고 다음달에는 더 많이 나와 이 사람들 더 좀 괴롭혀 봅시다.

 

편집장 서병태

'내가 쓰는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친구 Docter 이석수   (0) 2013.10.27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 '동경'을 찾아  (0) 2013.10.27
10월 인사말   (0) 2013.10.17
9월 인사말  (0) 2013.09.15
7월 인사말  (0) 2013.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