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파랑에서 작은음악회를 한다고?
“우리 다음달 월례회 여기서 해보면 어떻겠어요!
괜찮을 것 같은데 좀 색다른 맛도 있겠고, 재미있는 계획을 짜면
회원님들도 좋아 하실 것 같은데요?” 임원 한분이 회의 석상에서 제안을 한다.
“그거 좋겠습니다. 총무위원장님이 그런 행사 여러번 해보셨고
잘하시니까 잘될 것 같은데요! 저는 대찬성입니다."
임원회의에서 보고하고 있는 서병태 총무위원장
"좋은 생각입니다. 월례회 예산 범위에서 가능하다면 저도 찬성입니다."
"29대 회장단이 6월부터 새롭게 시작하니까 축하를 겸해서 이곳에서 하는게 좋을것 같네요.
그렇게 한번 해보죠! 위원장님 어떠세요? 가능하죠~”
회의에 참석한 임원분들 대다수가 그렇게 하기를 희망하시는 것 같다.
“글쎄요.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하면 안될 꺼야 없겠죠. 야외에서 강사님 모셔놓고
특강 듣는 것은 산만해서 힘들 것 같고, 뭔가 이벤트 같은 것을 준비하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벤트 하는 것은 위원장님이 알아서 하시고 경비가 들어간다면 우리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드릴께요! 월례회를 여기서 하는 것으로 결정하죠!”
심계진 회장이 결론지듯 단안을 내린다.
"다들 찬성하시면 박수로 결의해 주시죠."
“네. 네! 좋습니다.”다들 박수로 결정. 만장일치
석파랑의 정원- 위 좌측으로 보이는 건물이 대원군 별장이다
고종황제 즉위기념으로 건립되어 경복궁에서 이곳으로 이전했다는 만세문
임원회의에서 6월 월례회 모임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결정되었다.
그것도 대원군의 별장이었던 석파랑에서 말이다. 걱정이 앞선다.
여긴 서울에서 너무나 유명한 곳이라 회원님들이 한번씩 오시고 싶어 하는 곳이 아닌가?
롯데호텔에서 하는 월례회 때보다 많이 참석하실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실내에서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식사를 할 수도 없고, 회의 진행도 그렇고,
강의나 이벤트를 하려면 정원에서 할 수 밖에 없는데 한번에 모여
구경할 수 있는 공간도 좁고, 우리 말고 다른 손님들도 있을텐데.....
아이고 왜? 내가 가능하다고 했을까? 실로 난감. 사서 고생이다.
그래도 어떻게 해~! 회의석상에서 공식적으로 결정된 일을... 해보자. 못할게 뭐있겠어!
먼저. 평소 우리 회사와 공동작업하는 팝스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에게 전화를 해본다.
“이 감독(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의 보통 호칭) 다음 달에 조그마한 정원이 있는 야외에서
연주를 좀 해야겠는데 가능하겠어! 6월 15일 월요일 저녁 7시부턴데”
“잠깐만요! 스케쥴표 좀 보고요.....괜찮겠어요. 누구 명령이라고...몇 명정도 해야죠?”
“음~ 예산도 부족하고 현악 5중주쯤 하면 어떨까?”
“에이 말도 안되요. 야외에서 현악으로는 울림이 적어 턱도 없어요.
목관하고 금관이 들어가야 해요. 그리고 지휘자도 있어야 하고”
“야! 예산부족으로 안돼! 캐라(개런티의 속어) 줄 것, 택도 없어!”
“밝은사회 행사에 언제 우리가 형님 보고 했지. 캐라 정상적으로 받고 해본 적 있어요!
예산대로 맞쳐 드릴께요. 걱정마세요”
“아이고 고마워! 내가 다른데 행사할 때, 커버해 줄께! 캐라는 000원뿐이 안돼”
“알았어요! 짜긴 되게 짜네요!”
“그럼 그렇게 하자고! OK! 아, 아~ 그리고 장선화 교수한테 연락해서
노래좀 해달라고 해봐~ 우정출연으로!”
“네~에 무슨 소리에요. 그냥이요?”
보이지는 않지만 목소리로 들을 때는 뭐 이런 사람이 있어! 하는 뜨악한 표정이 역력하다.
하여튼 우역곡절, 통사정으로 오케스트라 수석연주자들 16명과 상임지휘자,
소프라노까지 섭외되었다. 그것도 말도 안되는 개런티로....
그럼 다음에는 뭐하지!
앗차! 석파랑과 6월15일. 60명 예약만 했지. 식사비 협의도 안했잖아!
점심시간에는 5~6만원짜리 식사가 있지만 저녁에는 그 두배가 넘을텐데~ 이거 어쩌지.
아무리 우리 회원이 운영하는 곳이지만 이건 예의가 아니다. 더 더군다나
지금은 그 분의 따님(김수진 실장)이 모든 것을 책임맡고 있다는데...
하여튼 어떻게, 어떻게하여 김실장과 식대를 결정했다.
그것도 우리가 매월 롯데호텔에서 식사하는 예산 수준으로....
대단히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근데 그 가격은 김주원 회원이 따님에게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닐까? 지금 생각해보니 충분히 그랬던 것 같다.
자! 이제는 프로그램을 짜야지!
그럼~ 월례회 공식행사는 실내에서 식사하면서
간단하게 약식으로 진행하기로 하고, 공연은 밖에서 하면 되고...
어~ 근데 밖에 조명이 괜찮은가? 마이크는? 음향은... 회원들이 앉아 구경할 곳은?
의자는? 어라! 이게 아니다. 몽땅 아무 것도 없다. 진짜 아무것도 없다.
하기야 공연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곳에서 그런것이 있는게 이상한 일이지..
우물에서 숭늉찾는 꼴이다.
아무 대책없이 여기서 이벤트가 가능하다고 한,
내가 약간 맛이 간 사람이지 누굴 탓하면 뭐해!
긴급 SOS.....
여기 저기 수소문하여 회원인 종로구청장에게 마이크 음향시설 협찬받고,
젊은 회원이 나서서 렌트회사에서 의자 긴급 공수해오고,
석파랑의 배려로 야외 조명 설치되고, 작년 년말,
사랑나눔 콘서트에 사용했던 벽걸이용 배너, 찾아 걸고,
김진문 명예회장에게 와인협찬 부탁,
심계진 직전회장과 심호명 명예회장의 배려로
오케스트라 연주자 개런티 해결되고...
모든게 착 착 착...
“두들겨라 그럼 열릴 것이다”다.
젊은 회원들, 행사 시간보다 2시간 전에 나와 땀흘린 보람으로 행사준비 완료.
오케스트라 단원들 먼저 식사하게 한 뒤, 튜닝하게 하니, 모든 것이 완료. 스텐바이!
6시부터 회원 분들이 한분 한분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수고 많으십니다. 준비하신다고 애 많이 쓰시네요!
“별 말씀을요! 준비한다고 하긴 했는데 잘될지 모르겠네요.”
“야 멋 있다. 진작 이런데서 한번 했어야지.
누구 아이디어인지 모르지만 잘됐네! 오늘 기대해도 되겠는데...”
“이쪽으로 오시죠. 명찰도 다시고요. 저 위에 있는 건물이 대원군 별장입니다.
대청마루에서 蘭을 쳤다는데 한번 구경해 보시죠”
“여기 사진 좀 찍어 주실래요” “여기도요”
회의시작전 회원들이 입장하여 정원을 구경하고 있다
회원들끼리 서로 인사나누기
모두들 인사들 나누랴. 사진 찍으랴. 대원군 별장 구경하랴. 바쁘다. 바뻐!
튜닝에 열중하고 있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에게도 간간히 시선을 보내며
기대에 찬 표정, 감추지 못한다.
어느새 정원에는 담소를 나누는 회원들로 가득찼다.
60여명이 족히 넘어 만찬을 준비한 실내의 좌석이 만석이 될 것은 뻔한 일.
6시 40분 회의시작! 총무위원장을 맡아 회의 진행을 맡은지 3년이 지났는데
이렇게 간단하게 회의를 진행해 본건 처음이다.
타종-회장 인사말-석파랑에 대한 간단한 설명-직전회장 건배-만찬
이런 순서니 얼마나 빨랐겠는가! 회의시작 10분만에 식사 시작.
이계탁 회장이 인사말과 함께 월례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식가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들을 비롯 각국 대사들,
국내외 정치, 경제, 문화 인사들과 특히 일본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꾸준히 받아오고 있는
한국 전통음식을 맛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잣죽을 시작으로 시원한 물김치가 미각을 돋구더니 도예작가들이 만든 질그릇에
소담하게 담긴 새송이 불고기가 테이프를 끝는다.
감자전, 고추전이 선보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너비아니구이, 전복구이, 수삼과 함께 쪄낸
보쌈 돼지고기가 배추겉절이와 함께 바톤 텃치를 한다.
방짜그릇에 곱게 담긴 밥은 된장찌개와 함께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기존의 한정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한층 고급화시킨 한정식 풀코스~
오랜만에 입이 호강한다.
자! 이제부터는 150년된 감나무가 운치를 더해주는 정원에서 향연을 펼칠 차례!
모두들 편안한 자세로 자리 잡는다. 고종황제의 즉위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만세문이
경복궁에서 이곳으로 옮겨온 이래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첫 배경무대로 데뷔.카메라 후레쉬를 받는다.
서병태 총무위원장이 작은음악회에서 상임지휘자를 소개하고 있다
우정출연으로 음악회를 아름답게 장식해준 한국예술대학 장선화교수가
신아리랑을 불러주고 있다
맹인 퇴역장교로 분한 알파치노가 무의미한 인생을 견디지 못해 자살여행을 떠나는
영화 [여인의 향기] 주제곡이 지휘자의 손길에 따라 서곡을 열더니
속도감이 극렬하게 변화한다는 집시적 리듬인 브람스의 헝가리무곡이 뒤를 받쳐
밤하늘을 수놓기 시작한다.
계속하여 영화 [미션]의 주제곡 가브리엘이 클라리넷 독주로 심금을 울려주고
우정출연해준 소프라노 장선화교수가 신아리랑과 once upon a dream으로
“노래란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하며 한 수 가르친다.
소프라노 장선화교수가 회원들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있다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해준 연주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가운데 통일부장관을 역임한 손재식회원도 보인다
회원들의 열화같은 요청으로 등장한 황경희(메조소프라노-경희대 교수)회원은
갑작스러운 부름으로 준비가 부족함에도 선구자를 무반주로 열창하여 앙콜을 받고....
우리 클럽의 영원한 가수 김진문 명예회장이 누구인가! 한곡 안할 수 없는 분위기.
마이웨이로 우뢰와 같은 박수.....
오케스트라가 Perhaps Love와 한국영화 [왕의 남자] 주제곡. 인연을 끝으로
1시간여의 아름다웠던 밤은 추억속으로 잠긴다.
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의 계비인 순종효황후 윤씨의 옥인동 생가를 옮겨와 지었다는
유서깊은 공간에서 왕가의 기품있는 맛을 경험해 보았던 소중했던 시간.
별님과 달님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콘서트.
모두들 격려해 주시고 성원해주신 덕분에
제318차 월례회는 이렇게 아름다움 속에 묻혀져 갔다.
UN경제사회이사회 밝은사회 서울중앙클럽 총무위원장 서 병 태
'내가 쓰는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석사 기행 (0) | 2013.05.25 |
---|---|
3월 인사말 (0) | 2013.03.16 |
知音 (0) | 2013.02.03 |
일그러진 우리들 모습 (0) | 2013.02.03 |
멍~하게 있어 보세요 (0) | 2013.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