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좋은 곳

통영 욕지도 여행 3

sunking 2019. 7. 28. 23:03

2편에서 계속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욕지도 여행의 랜드마크이자 필수코스 출렁다리가 있는 곳으로 일정을 잡는다.

이곳을 가기 위해서는 육지해안 산책길인 비렁길 트래킹 코스로 접어 들어야 한다.

차가 다니는 아스팔트길을 걸어봤자, 그냥 목적지에만 가는 단순 탐방.

여행의 참맛은 풀숲을 천천히 헤치며 예쁜 꽃 만나면 인사나누고 바람이 지나면 손 잡아주고  

우거진 숲과 함께 숨쉬는 맛이 제격이 아닌가.

관광객들이 자주 찾지 않아서인지 숲길에 잡초가 많이 우거져 있어 출렁다리가 보이는 곳을 어림잡아

풀숲을 헤치며 나아가는데 순간 우렁찬 물보라 소리가 귀청을 때린다.

놀라 옆을 보니 절벽의 벌어진 협곡으로부터 고래가 물을 뿜어내듯 바닷물이 솟구쳐 오른다.

파도가 절벽에 부딪치는 모습이 고래가 물을 뿜어내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이름 붙여진 고래강정이다.

정말 고래가 물을 뿜듯 수압이 대단하다.


      욕지도 비렁길에서 만나는 파도소리와 출렁다리로 가는 길의 영상

                          절벽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인증샷을 남겼다.

                                 고래강정에서 솟구치는 물오름을 마주하며


                               멀리 출렁다리가 보이는 곳에서 인증샷을 남겼다


저 멀리 출렁다리가 육안으로 들어온다. 욕지도 본섬에 잇대어 있는 조그만 바위섬에 다리를 걸쳐,

욕지도의 비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곳인데 이곳에 서서 남해바다의 확트인 조망과

아기자기한 욕지도의 풍광을 마음껏 즐길 수가 있다. 동네 아낙들이 욕지도에 와서

출렁다리를 건너지 않으면 욕지도를 보지 않은 것과 같다고 하더니 빈말이 아니다.

출렁다리와 함께 욕지도에 와서 반드시 봐야할 곳이라는 삼여도도 찾아본다.

영화 <화려한 외출>의 촬영지로 유명하고 용왕의 세 딸이 등장하는 슬픈 전설도 전해지는 곳이다.

인근의 페리칸바위에 부딪치는 파도가 햇빛에 투과되어 묘한 여운을 남긴다. 


               <출렁다리> 보기에는 단단해 보이지만 다리에 올라서면 많이 출렁인다

                                     출렁다리를 건너 남해의 광할함과 욕지도 비경을 감상하며

                                                                출렁다리 위에서

  

난데없이 빗방울이 쏟아진다. 비 피할 곳도 없는 숲길이고 우산도 없으니 속절없이 비를

맞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뛸 수도 없는 노릇. 그래 오늘 오랜만에 비나 흠뻑 맞아보자.

서울에서는 엄감생신! 주위의 눈치를 보느라 맞아보지 못한 빗님을 아무 부담없이 시원스럽게

맞아보니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개운함이 솟구친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숙소로 발길을 옮긴다. 

    

                      부두에 정박한 어선들... 파도가 없어 장판바닥 처럼 평평하다

                                   잘구어진 뽈락이 어머니의 손맛을 일깨워준다


민박집 창넘어로 술꾼들의 왁자지껄 소리에 이끌려 밤바다 마실을 나와본다.

어느새 빗님이 자취를 감추었는지 선창가 뱃머리의 달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묘한 운치를 자아낸다.

늦은 저녁이지만 선창이 훤히 내다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뽈락구이를 소주와 함께 주문한다.

실로 오랜만에 마주 대하는 생선이다. 어릴적 어머니가 즐겨 구워주시던 생선인지라 기대치가 만만치 않다.

드디어 상에 오른 뽈락. 눈맛도 그렇고 어머니가 구워주시던 옛맛 그대로다.

아마도 간장 양념맛과 석쇠 회톳불에 구운 옛날 방식이 그대로의 맛을 유지하지 않았나 싶다.

우린 형제들도 많고 가정형편도 넉넉했던 편이라 뽈락구이가 여러마리 상에 오르지만

워낙 먹성좋은 형제들이라 내 차지는 겨우 서너점 맛보는 정도인데도 그때 그맛을 기억한다는

대견스러움에 헛웃음이 절로난다. 어릴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더니 실로 그런가보다.

 

4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