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맛을 찾아 떠난 여행
나는 평생 오지랍 넓게 살아왔다.
어느 모임이던 어느 조직이든 내가 속한 곳에서는 어디 하나없이 주요 보직에 있었다.
별로 잘난 것도 없고 본인의 이익도 챙기치 못하는 주제에 꽤나 앞에서 설쳐된 인생이었던 같다.
그동안의 직책을 열거해보면 대충 짐작할만 하다.
직장에서는 대리/과장/기획부장/상무/전무/사장/대표를 역임해 봤고
조직에서는 편집위원장/총무위원장/본부장/동창회장/장학재단상임이사/회장/고문/자문위원/
선거관리위원장/카페지기/밴드장/총괄기획본부장/사무총장/문화강좌 교수 등등...
호칭으로는 PD선생님. 교수님. 연출자님 등이었다.
셀 수도 없을 정도로 호칭이 많았으니 하루도 쉴틈없이 번잡스럽게 살아왔음을 증명해준다.
호칭은 다분히 훈장인 셈이다.
이런 정도 였으니 얼마나 분주했을까? 본인인 내가 생각해도 번잡한 인생.
쉴 시간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주일 정도 아무 것도 생각지 않으면서 마음가는대로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통영행 리무진 고속버스를 타고
통영 시가지 산등성에서 내려다 보이는 한려수도
한려수도를 배경으로 인증샷
조카와 함께 오랜만에 사진을 찍었다
서호시장 앞 통영항 여객선터미널 앞에서
욕지도 가는 티켙을 발권하고
여개선 3층 휴게실에서 맥주 한잔하며
통영시가지를 벗어나 운항중인 갑판에서
오전 10시, 출발이다.
이번 여행은 어머니가 어릴적 해주시던 음식맛을 찾는다는 것만 빼고 어떤 계획이나 목적이 있어
떠나는 여행이 아니다. 글쓴이가 태어나기 전 아버님이 공직(세무서)생활을 하실 당시
우리 가족들이 충무(지금의 통영)에서 10여년을 살았기 때문에 우리집 음식취향이 다분히
남도지역 맛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처음 행선지를 통영을 잡았다.
출발 하루 전, 거제나 남해 쪽에 살고 있다는 조카(큰누님의 막내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이번 여행에서 통영을 중심으로 남도 지역을 돌아보다가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조카나 잠시 만나고 올 요량으로 전화했더니... 이런~ 조카가 살고 있는 곳이 통영이란다.
그동안 여러차례 만나고 통화를 할 때 그곳에 산다고 얘기는 했겠지만 아마 건성으로 들었었는가 보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꼭 자기한테 전화하란다.
그 조카는 부산에서 태어나 어릴적부터 나와 살갑게 지낸터라 목소리만 들어도 무척이나 반갑다.
글쓴이의 이번 여행은 위에서도 밝혔듯이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 맛을 찾아 떠난 것이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고, 졸리면 자고, 힘들면 쉬고...
숙소도 호텔급이 아닌 찜질방 수준이면 되겠다고 하는 생각으로 나선 여행이었는데
조카에게 전화를 하는 순간부터 여행스케쥴에 혼동이 왔다.
이왕지사 이곳에 왔는데 조카를 안보고 가는 것은 도리가 아닐 듯하여 터미널에 도착하여 전화하니
득달같이 마중을 나왔다. 6~7년전 쯤 조카가 교통사고로 서울 백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몇 번 병문안을 한터라 더욱 살갑다. 변합없이 밝고 미소띈 얼굴 그대로다.
내 여행목적을 잠시 들어본 조카는 그래도 그게 아니라며 자기집에서 하루를 자야한다며
통영시내를 한바퀴 자동차로 돌고 들어가자고 한다.
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다운타운街를 지나며 자기 어머니(나에게는 큰 누님)에게 들었다며
저기 앞에 보이는 아파트 지역이 옛날 외할머니가 사셨던 곳이라고 하는데 말로만 듣던 명정동이다.
글쓴이의 원적이 <경남 충무시 명정동>이니 감개가 무량할 수 밖에... 고향을 찾은 기분이다.
조카 부부와 함께 통영의 명물 다찌*에서 한잔하기 위해 밤거리를 나서니
셀 수 없을 정도의 별들이 밤하늘을 긁듯이 천천히 떨어져 내리고
깍은손톱처럼 가는 달이 걸려 있는 밤하늘이 운치를 뽐낸다.
다찌에서 와인과 곁들인 남도정찬 <어머니의 맛>에 젖어보니 새삼
작년에 작고하신 어머님이 더욱 그리워진다. 역시 오기를 잘했다.
[통영의 다찌] 우리나라 남부 해안지역의 독특한 술집(밥집)으로 차림표가 특별한 것이 없이
맥주든 소주든 와인(마주왕)이든 술한병을 시키면 안주는 그날그날 주방장의 형편에 맞춰 나온다.
기본 반찬에 생선구이가 나올 때도 있고 생선회와 조림, 튀김, 생선국 등
가짓수가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나오는데 푸짐하다. 값도 저렴하여 가성비가 매우 높아
이 지역 사람들이나 여행객들의 즐겨찾는 명물. 통영지역과 여수, 울산지역이 유명하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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