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좋은 곳

통영 욕지도 여행 2

sunking 2019. 7. 26. 20:01


1편에서 계속


이제 욕지도로 떠난다




욕지도 여행은 한국의 나폴리라는 통영항에서부터 시작되는데 뱃길부터 무척이나 매혹적이다.

동화같은 케이블카가 걸쳐 있는 미륵산을 돌아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이 벌어졌던 한산도를 지나면

배는 넓은 바다로 쑥 나선다. 허리가 잘록한 비진도, 가물가물한 매물도, 작은 섬인데도

해발 461미터라는 두미도, 소박한 노대도를 지나면 마침내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천황산이 위용을 들어내면서 해안 절벽이 장관을 이룬 욕지도가 성큼 다가선다.

통영 서호에서 배타고 1시간 20분쯤 걸린 것 같다. 3층 탁트인 창문이 있는 테라스에서

캔맥주를 한잔 하면서 운치를 돋우며 바닷바람을 맞는 기분은 상상도 못할 만큼 명쾌 상쾌다.

욕지도는 남해도와 거제도 중간쯤에 있다. 한때는 이 작은 섬에 1만 명이 살았을 정도로

번성했었다고 하나 지금은 3천명도 안되는 주민이 살고 있다고 한다.

바다낚시와 함께 배타고 들어와 하루를 즐길 수 있는 등산코스로 꽤 알려져 있지만

전국적인 지명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청정해역에 자리해 있어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넉넉한 인심

그리고 싱싱한 해산물이 관광 자원이다. 해안절벽과 초원 언덕, 백사장이 어우러지는 곳에

펜션과 민박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도시민들의 쉼터로 적합하니 어서 오라는 자태다.

흔히 통영 앞바다를 물이 맑고 오염원이 없다고 해서 청정해역이라고 부른다.

통영이라는 도시가 있고 유인도가 밀집해 있는데도 이처럼 물이 맑은 것은

 태평양을 접한 위치와 해류의 영향일 것이다. 통영 앞바다도 이러한데,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욕지도까지 오면 실로 물 맑기가 형용하기 어렵다. 바닷물이 햇빛에 투과되어 온통 에메랄드 색이다

 

바닷길 전체가 전망대의 연속이라 백사장과 소박한 어촌, 등대와 해안절벽이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눈맛을 시원하게 해준다. 뭍과는 사뭇 다른 풍광과 옥빛 바다에 취하노라면

섬일주를 하루에 돌아본다는 것은 엄감생신이다.

당돌하게도 천황天皇이라는 이름을 단 섬 내 최고봉을 등산해 보려면 1박 2일은 기본이 된다고 하니

앝으막한 구릉지만 있는 섬은 아니다.

이 아름다운 섬에서 일몰과 일출에 마음 설레고 파도소리에 잠을 설치는 호사를

누리지 않는다면 실로 안타까운 일이터...


                                                             욕지도 항에 접안하고 있다

                                욕지항에 접안한 내가 타고온 여객선이 보인다

                                                                부두 인근에 있는 식당들


여객선이 닿는 동촌은 섬의 중심지로, 출항을 앞둔 어선들과 각종 가게들이 모여 있다.

욕지도 관광은 이곳으로부터 시작하여 시계방향으로 도는 것이 좋다는 자료를 보고 가까운

민막을 찾기로 한다. 고급스러운 팬션보다 사람내음 나는 민박이 좋을 것 같아 두리번 거리던 중,

70대쯤 보이는 할머니가 민박이라는 삐뚤삐딱하게 쓰여진 팻말 앞에 미소짓는 얼굴이 정겹다.

이곳에 유숙하기로 한다. 방값이 하루 3만원이란다.

TV한대와 이불한채가 바닥에 누워있는 방. 그래도 욕실도 있으니 격식은 갖춰저 있는 민박집이다.

메고온 쉑을 던져놓고 늦은 점심을 챙겨 먹기 위해 길을 나서 본다.

 

포구에 도착하면서 보아두었던 식당을 찾아 늦은 점심으로 우럭매운탕을 주문한다.

1인분은 안된다는 주인 아주머니의 퉁명스러움에 2인분을 주면 되는데 뭘 그러시냐고

상냥한 말투로 답하니 살짝 흘리는 눈매가 곱다.

미나리를 비롯한 야채 속에 든실한 우럭 한 마리가 눈맛을 돋운다.

얼마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즐겨 끓여주시든 그 맛 그대로다.

소주한잔을 반주삼아 느긋하게 어머니의 손맛을 즐겨보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욕지도에서 어머니의 손맛을 느껴본 우럭매운탕

                                                                    매운탕 집의 가격표

                                                                       부두를 배경으로

                                                             면사무소 인근의 쉼터에서


                        욕지도가 작은 섬이 아닌듯  안내표지판에 여러 명소가 기제되어 있다

                                          

든든하게 뱃속을 채웠으니 이제부터 섬을 돌아볼 차례

남쪽 해안 경치가 좋다고 인터넷으로 소개되어 있으니 이 방향으로 출발이다.

부둣길을 따라 해안도로를 굽어보며 느릿느릿 걷다보면 목넘이 삼거리가 나온다.

오는 도중, 해군기지의 접근금지 팻말을 보며, 이곳에 왜 군사기지가 있나 싶다.

오른쪽으로 돌아서니 바로 언덕길이 시작되고 조그만한 능선으로 올라서니 길은 평탄해지면서

놀라운 해안 경치가 펼쳐진다. 통구지 방면으로 대단한 해안절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발밑의 노적해수욕장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하는 막다른 길.

길은 북쪽을 향해 뻗어나는데, 길가에는 욕지도의 천연기념물인 메밀잣밤나무 숲이 울창하다.

통단에서 길은 사실상 끝나고 마을이 없어진 통구지 일대는 초원을 이루고 있다.


초원 위까지는 길이 나 있지만 풀이 우거지는 요즈음에는 안가는 것이 좋다는

동네 어르신들의 말씀대로 그 길을 포기하고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와 조선마을에서 우회전하니

야포 방면의 해안도로가 기다린다. 쪽배가 흔들리는 덕동해수욕장 앞바다에 노을이 진다.

청정지대의 햇살이 대기와 바다를 관통하며 퍼지는 것만 같다.

 

돌아오는 길가로 나오니 후드득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져 마른 아스팔트에 얼룩을 만든다.

신발에 물이 들어가서 걸을 때마다 우스꽝스러운 소리가 났다. 시야가 부옇게 번진다.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