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스 칸의 매
친구 한명이 뭐에 삐쳤는지 나를 대하는 태도가 종전과 같이 살갑지가 않다.
만날 때마다 싱거운 얘기를 시작으로 농담도 곧잘 나누곤 했는데
요즘은 나와 눈길을 잘 맞추지를 않는다.
아마 지난 홍도 여행시 젊은사람들이 타고 있는 버스 안에서 큰소리로 짜증을 내는 친구에게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떠드는 것은 결례이니 좀 조용히하는 것이 좋겠다는 충고아닌 충고가
그 친구의 자존심을 건드린 모양이다.
내 충고가 잘못했던 그 친구가 잘못했던 간에 썩 유쾌한 상황은 아니다.
유라시아 대륙을 일대 폭풍으로 몰아넣은 칭기즈 칸의 일대기를 읽어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칭기즈 칸은 항상 자신의 어깨에 앉아 있는 매를 친구로 생각했다고 한다.
어느 날 사막에서 조그만 종재기로 물을 먹으려고 하는데 어깨에 앉아 있는 친구인 매가 물을 엎질렀다.
목은 말라 죽겠는데 물을 마시려고 하기만 하면 매가 계속 엎지르는 것이었다.
일국의 칸KHAN*이고 부하들도 보고 있는데 물을 먹으려고 하면 매가 계속해서 엎질러 버리니
매우 화가 났다. 한번만 더 그러면 죽여 버리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또 엎지르자
결국 칼로 매를 베어 죽여버렸다.
그리고 일어나서 물속을 보니 물속에 맹독사가 내장이 터져 죽어 있는 것이 아닌가.
결국 물을 먹었더라면 즉사할 수도 있었을 것인데 매는 그것을 알고 물을 엎어 버렸던 것이었다.
그는 친구(매)의 죽음을 크게 슬퍼하고 매를 가지고 돌아와 금으로 동상을 만들고
한쪽 날개에 "분개하여 판단하면 반드시 패하리라"
다른 날개에 "좀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벗은 벗이다" 라고 새겨 넣었다고 한다.
친구와의 관계에서 사소한 오해로 사이가 벌어지는 경우들이 많은데 모든 일에는 사정이 있는 법이니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 볼 일이다.
죽로산방에서 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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