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에세이

갑질이 동행으로...

sunking 2015. 12. 24. 16:17

 

글쓴이는 점심시간에 혼자 식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럴 때 사무실 인근에 국수나 수제비 같은 밀가루 음식을 감칠 맛나게 잘하는 식당이 있어 자주 찾는다.

오늘도 혼자 식사를 해야하는 경우라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식사시간을 피해 이 곳을 찾았다.

좌석은 20개가 조금 넘는 정도. 음식값이 저렴하고 맛도 뛰어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혼자서 식사하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합석하여 부담없이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명품가방을 들고 오는 멋쟁이 여자분들도 종종 볼 수가 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인데도 식사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조금을 기다려 겨우 한자리를 차지하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스마트폰을 보며 기다리고 있는데

앞좌석에 앉아있는 일행 중 어느 한분이 오늘 점심은 김회장님이 쏘신답니다하고 큰 소리로 외친다.

일행인 듯 싶은 옆좌석에 있는 분들의 박수소리와 감사합니다라는 소리로

가득이나 좁은 식당안이 왁짜지껄 해진다.

15~6명 정도되는 60대 중반을 넘은 남녀 혼성팀인데 아마 가까운 등산로에 산보나왔다가

점심 때가 되어 몰려온 듯 싶다.

식사가 다 끝났는지 여자분 중 한분이 주인보고 계산서를 가져오라고 한다.

주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계산하고 자시고가 뭐 있겠어요. 3,000원짜리 16개니까 48,000원이죠! 라고 대답하자

아까 점심을 쏘신다고 거명된 분이 5만원짜리를 꺼내 주인에게 건네준다.

이때 이 모임의 총무인 듯 싶은 여자분이 잽싸게 돈을 낚아채더니

자기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이것으로 결재하란다.

 

주인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 가게는 워낙 음식값이 싸기 때문에 카드 받기가 곤란하다고 하자

총무인 듯 싶은 그 여자분은

아니 5만원씩 팔아주는데 카드가 안되는 게 어디 있느냐... 이런 식으로 장사하면

앞으론 이런 식당엔 올 필요 없다는 등등 주인이 무색할 정도로 힐난하며 언성을 높인다.

손님이 왕이니 주인인들 어쩔 도리가 없는 듯 카드로 결재를 받고 만다.

요즈음 정치판에서 흔히들 쓰이는 말로 갑질인 셈이다.

 

옆에서 보는 사람도 기분이 언짢을 정도이니 주인의 기분은 어땠을까?

본인이 내는 돈도 아니고 스폰해 주는 사람이 내는 현금을 낚아채

잔돈 2천원도 자기 몫으로 챙기면서 카드로 결재하라고 하다니...

 

엊그제 신문에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가 개별난방 전환공사 도금계약을 체결하면서

갑을로 돼 있는 당사자 표기를 동행(同幸)’으로 했다고 한다.

같은 길을 간다는 동행(同行)이 아닌 함께 행복해지자는 뜻을 담은 행복할 행()자를 쓴 것이다.

도급자인 아파트가 으로 수급자인 업체가 으로 계약서에 명기하자

성북구청도 좋은 아이디어라며 앞으로 구청이 체결하는 모든 계약에 활용하기로 했다는

따뜻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말은 행동을 바꾸고 행동은 그 사람의 인품을 부드럽게 한다.

설사 서면으로 명기되지 않는 갑을관계인 손님과 식당주인간이라도

서로가 행복해 질 수 있는 동행(同幸)’의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하는

바램을 짧게나마 느껴본 시간이었다.

 

죽로산방에서 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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