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만든 몽골 2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우리가 잘 못 알고 있는 상식 중 하나가 오늘날 러시아의 거대한 영토는
몽골의 지배에 저항한 모스크바 공국이 점차 몽골 세력을 구축하고 주변을 병합하며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모스크바 공국은 몽골의 침입 때 얼마간의 저항을 벌였지만
곧바로 스스로 피지배인이 됨으로써 몽골로부터 대공국(Grand Principality of Moscow)의 칭호와 더불어
다른 공국들보다 월등한 자치권을 부여받았던 나라였다.
스웨덴, 독일 기사단의 침략을 막아내어 러시아의 영웅으로까지 추앙된 네프스키
하지만 몽골은 결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여 스스로 밑으로 들어가다
즉, 넓은 영토를 모두 직할지로 경영할 수 없었던 몽골제국에게 먼저 충성을 맹세함으로써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고 내실을 기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후의 영토 확장도 몽골을 격퇴하며 이룬 것이 아니라 몽골이 쇠퇴하여
무주공산이 된 힘의 공백 지대를 자연스럽게 차지하며 이룬 결과였다.
이처럼 시간이 흐르며 칸(汗)국은 지배층이 몽골인에서 슬라브인으로 바뀌며
자연스럽게 현지화 되었던 것이다.
모스크바 공국의 이반 4세가 카잔칸국 축출을 기념하여 만든 바실리 성당
결국 오늘날 유라시아를 함께 지배하는 러시아의 거대한 영토는
몽골제국의 성립으로부터 그 기원을 따져야 되는 것이다.
러시아인들은 몽골이 지배자로 군림하였던 시기를 굴욕기였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엄밀히 말해 핍박이나 수탈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가도 음으로 양으로 받았던 것인데,
그 결과 중 하나가 편하게 접수만 하여 얻어낸 광활한 국토이다.
소련보다 더 컸던 제정 러시아의 영토 대부분은몽골 제국의 강역을 발판으로 하고 있다
몽골제국 이전의 유라시아 대륙에 스키타이, 흉노, 돌궐, 거란 등의 초원민족이
거대 제국을 잠시 만든 적도 있었지만 계승되지 않고 쉽게 붕괴되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시간은 씨족이나 부족상태로 정주를 하지 않는
유목민들이 거주하는 넓은 초원지대로만 존재하였다.
이곳에 제국다운 제국을 세우고 제대로 된 흔적을 남긴 이가 바로 몽골이었고
러시아는 그러한 몽골의 유산을 자연스럽게 계승한 것이다.
러시아가 몽골의 유산을 승계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흔히 나폴레옹이나 히틀러도 정복하지 못한 러시아를 몽골만이 정복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몽골의 러시아 점령 전에는
국가다운 실체를 가진 제대로 된 기존 세력이 없었다.
오히려 거대한 땅, 여기저기에 흩어진 씨족, 부족 유목 세력과
코딱지만한 슬라브계 공국들을 통합하여 이후 나폴레옹, 히틀러 등이 탐낼
거대 러시아라는 맹아를 만든 것은 바로 몽골이었다.
모스크바에 입성한 나폴레옹
서양인들의 시각에서 몽골 그러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도성(屠城)이라 불린 대학살이고
그 결과 19세기 말에 독일 황제가 직접 나서서 황화론(黃禍論)이라는
그럴듯한 주장까지 할 정도였다.
물론 몽골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대학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데
이는 대부분 투항을 거부하고 끝까지 저항하다 패했을 때 벌어지는 경우이고
알아서 순순히 항복하였다면 모스크바공국의 예처럼
오히려 보호를 하거나 특혜를 주기도 하였다.
히틀러는 슬라브인을 몽골의 피가 섞인 저급한 열등 인종으로 보았고
이런 편견은 절멸전(Vernichtungskrieg)이라는 지옥을 불러왔다
서양사를 살펴보더라도 포에니전쟁처럼 로마제국의 성장과정에서 있었던
충돌의 결과로 대학살이 있었다.
인류사 최대의 전쟁으로 기록된 독소전쟁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전에 있었던
모든 학살을 능가하는 엄청난 피의 잔치가 있었는데,
당시 슬라브인들을 학살하면서 내세웠던 히틀러의 명분중 하나가
그들에게는 유럽의 기독교 세계를 위협한 타타르(몽골)의 더러운 피가 흐른다는 것이었다.
노몽한 전투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여 참전 몽골군에게
감사를 표하는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
현재도 몽골이 러시아에게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역사적 관계다
말도 되지 않는 이런 편견을 반대로 확대 해석한다면 현재 러시아의 주류인 슬라브인들은
그렇게 인정하려 들지 않겠지만, 정작 외부에서 바라보는 러시아는
보편적으로 몽골을 승계한 국가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싫든 좋든 칭기즈칸이 창업한 몽골제국은 비록 주인이 바뀌었지만
러시아연방이라는 이름으로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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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의 軍史世界 blog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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