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에세이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sunking 2013. 11. 22. 09:13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렴."

서초동 법원청사 소년법정. 서울 도심에서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피고인석에 앉은 A양(16)에게 서울가정법원 김귀옥 부장판사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거운 보호 처분을 예상하고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있던 A양이 쭈뼛쭈뼛 일어나자 김 부장판사가 다시 말했다.

 

"자, 날 따라서 힘차게 외쳐 봐.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생겼다."

 

예상치 못한 재판장의 요구에 잠시 머뭇거리던 A양이 나직하게

 

"나는 세상에서…"라며 입을 뗐다.

 

김 부장판사는 "내 말을 크게 따라 하라"고 했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큰 목소리로 따라 하던 A양은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고 외칠 때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2012년 11월 조선일보 이동운 기자의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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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있던 A양 어머니도 함께 울었고, 재판 진행을 돕던 참여관·실무관·법정 경위의 눈시울도 빨개졌습니다.

A양은 작년 가을부터 14건의 절도·폭행을 저질러 이미 한 차례 소년 법정에 섰던 전력이 있어.

법대로 한다면 '소년보호시설 감호위탁' 같은 무거운 보호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김 부장판사는 이날 A양에게 아무 처분도 내리지 않는 불(不)처분 결정을 내렸는데,

판사가 내린 처분은 '법정에서 일어나 외치기'뿐이었습니다.

 

이런 결정을 내린 건 A양이 범행에 빠져든 사정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반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A양은 간호사를 꿈꾸던 발랄한 학생이었는데

작년 초 남학생 여러명에게 끌려가 집단폭행을 당하면서 삶이 180도 바뀌게 되버린 것입니다.

A양은 당시 후유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고,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신체 일부가 마비되기까지 되었습니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A양은 학교에서 겉돌았고, 비행 청소년과 어울리면서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김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말합니다.

 

"이 아이는 가해자로 재판에 왔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삶이 망가진 것을 알면

누가 가해자라고 쉽사리 말하겠어요?    

아이의 잘못이 있다면 자존감을 잃어버린 겁니다. 그러니 스스로 자존감을 찾게 하는 처분을 내려야지요."

 

눈물범벅이 된 A양을 법대(法臺) 앞으로 불러세웠습니다.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중요할까. 그건 바로 너야. 그 사실만 잊지 않으면 돼.

그러면 지금처럼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그러고는 두 손을 쭉 뻗어 A양의 손을 꽉 잡았습니다.

"마음 같아선 꼭 안아주고 싶은데, 우리 사이를 법대가 가로막고 있어 이 정도밖에 못 해주겠구나."

 

이 재판은 비공개로 열렸지만 서울가정법원 내에서 화제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신문지상에도 게재되어 일반일들에게도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세상 살만하고 따뜻하지 않습니까?

판결을 한 법관은 서울가정법원의 김귀옥(49세)판사입니다.

참으로 가슴이 따뜻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요즈음 판결되는 내용들이 우리네 서민들은 선뜻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아

1년전 책갈피에 메모해두었던 글이 생각나 찾아 읽어 보았습니다.

 

김 판사는 글쓴이 보다 나이가 적지만 생각은 훨씬 고결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긍정적이며, 품결이 높은 분인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이 있어서 여러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쁘고 화려한 텔렌트나 가수들만 청소년들의 선망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이렇게 가슴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달구어 주는 분들이 청소년들이 바라고 소망하는

어른들의 참모습일 것입니다.

 

올해도 벌써 세모의 끝자락입니다.

엊그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연말연시 이웃돕기 범국민 모금을 위한

'희망2014나눔캠페인' 출범식을 갖고 사랑의 온도측정계를 광화문 광장에 세웠는데

올해의 모금목표액이 3110억원이라고 합니다.

32억원씩 모이면 1도씩 올라간다고 하는데 올해는 작년과 비교하여 몇도나 진폭이 있을 것인지

유심히 살펴볼 터입니다.

 

물론 글쓴이도 미력이나나 동참하면서요.....

 

죽로산방에서 서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