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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

sunking 2013. 2. 3. 10:09

 

episode 2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님을 먼저 챙겨드리기

 

그녀의 친정어머니 생신날이었다. 그녀는 들떠 있었다.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도 친정집 나들이를 거의 하지 못했던 터였다.

그녀는 외출준비를 하다가 마침 홈쇼핑에 주문한 간고등어 생각이 났다.

친정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시는 반찬이 바로 고등어였기 때문이다.

"그래. 간만에 인심 좀 쓰자."

그녀는 큰 고등어를 대여섯마리 골라 종이가방에 담았다.

친정에 도착해 트렁크에서 가방을 꺼내는데 그가 물었다.

 

"이건 뭐야?"

"응. 고등어. 엄마가 워낙 좋아하셔서"

그가 비꼬는 투로 말했다.

"우리집 갈 때는 이런거 한번도 안 들고 다니던데, 너 참 효녀다?"

그녀는 그의 말투에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시댁에 가서는 내가 밥하고 청소하고 말동무까지 다 도맡아 해주잖아.

물질적으로 못하니까 몸으로라도 때우잖아! 당신이 해야 할 효도를 내가 해주는 거야.

당신은 우리집에 와서 뭐 하나 하는거 있어?

주는 밥이나 먹고 누워서 텔레비전이나 보는게 전부아냐?

그러면서 그깟 고등어 몇 마리 주는 것도 아까워서 너희집, 우리집 따져야겠어?"

 

그가 질세라 반격을 했다.

 

"야! 내가 그깟 고등어 몇 마리가 아까워서 이러는 것 같아?

우리 집 갈때는 늘 빈손으로 가는게 당연하고, 너희 집 갈때는 가져갈게 뭐 없나

눈에 불을 켜는 네 모습이 실망스러워서 한마디 한거야.

그리고 우리 엄마는 너 힘들까봐 김치랑 밑반찬까지 다 해주시잖아.

가끔은 애들도 봐주시고, 너한테 할 만큼 해주시는데

시댁가서 밥 좀 하는게 그리 억울하냐?

우리 엄마한테 받을 건 다 받으면서 맘속으로는 장모님 밖에 생각안하니까

나도 화나서 그런거 아냐!"

 

그녀는 머리에서 김이 날 것만 같았다.

마음속에 꽁꽁 묶어두었던 말들이 그녀의 입을 통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신에 당신 집은 주말마다 가잖아. 어떻게 매주 가면서 이것 저것 싸들고 다녀?

그래, 싸들고 가자 이거야. 매주 싸들고 갈수 있게 돈이나 벌어 오시지?

우리 집은 더 가까운데도 당신이 부담스러워하니까 자주 못 가잖아.

자주만 가봐. 나도 빈손으로 갔지 절대로 이것, 저것 안 싸들고 다녀.

그리고 김치 해주시는 어머니만 진짜 어머니고

김치 안 해주는 우리 엄마는 엄마도 아니냐?

가끔 애들 맡아주시는 어머니는 진짜 부모고 일하느라고 바빠서

애 한번 봐주지 못하는 우리 엄마는 그저 동네 아줌마에 불과한거냐고!

내가 어머님한테 뭐 해달라고 한 적 있어?

당신 귀한 아들 입맛 없을까 봐 해주시는 건데.

우리가 공짜로 받아먹은 것도 아니야.

김치 값, 쌀 값 다 드렸고 그렇게 못했을 때는 선물도 사드렸어.

당신 집에 더 많이 풀면 풀었지 우리 집에 해드린게 뭐 그리 많다고 난리야?

차라리 우리 집에 가기 싫으면 싫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그래?"

 

그녀의 매몰찬 분노는 어느덧 슬픔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면서 소리쳤다.

 

"당신은 그렇게도 처가에 가기 싫어하는데 나는 반대로

기쁜 마음으로 시댁에 가고 있잖아. 난 뭐 좋아서 헤헤거리면서 가는 줄 알아?

당신 때문에 귀찮아도 참으면서, 어차피 내 일이니까

기쁜 마음으로 하려고 노력하는 거야. 나도 내 자식이 이렇게 예쁜데,

어머님은 당신 자식이 얼마나 그리우실까 생각하면서

당신 얼굴 보여드리려고 가는 거잖아.

그러면 당신은 우리 집에 가자는 말을 먼저 꺼내지는 않을지언정,

어쩌다 한번 가는건데 내 기분 생각해서 싫은 내색은 하지 말아야 하는게

나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 아니겠어?

일년에 몇 번이나 간다고 갈 때마다 태클 걸어서

왜 내 기분을 엉망으로 만드는 거냐고! 왜?"

 

그녀는 그렇게 일방적으로 내뱉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갔다.

다음부터는 시댁도 챙길테니까 이번만 눈감아 달라고 하면서 그냥 넘겨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냥 넘기고 싶지 않았다.

결혼 6년동안 쌓여온 감정들을 한번쯤은 터뜨리고 싶었던 욕구가 이때 폭발한 것이었다.

결국 그녀는 친정어머니의 생신날에 불참했다.

그런 기분으로 가봤자 엄마 마음만 더 아프게 할 것 같았다.

대한민국의 결혼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모든 걸 다 버리고 택한 걸까.'

 

그녀는 이 사람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았던 그 시절의 생각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딸이라는 위치가 참 서글펐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모든 것을 제자리에 되돌려 놓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와버린 느낌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다.

그녀는 한참 동안 헤매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친정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몸살기가 있어서 못 왔다며? 약은 지어서 먹은 거야?

전 서방이 네 몫가지 애쓰다 금방 갔어. 근데 무슨 일 있니?

사람이 달라졌드라. 오늘은 나한테 살갑게 말도 많이 하더니

자주 못 와서 죄송하다고, 앞으로 잘해 드리겠다고 하면서 내 손을 잡더구나.

용돈도 많이 주고 갔어. 성격이 내성적이라 그렇지, 알고보면 속 깊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싸우지 말고 전 서방한테 잘해, 알았지?"

 

잠시 후 남편과 아이들이 왔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엄마 품이 그리운 아기처럼

남편에게 와락 안겼다. 화해를 요구하는 그녀만의 몸짓이었다.

그녀는 남편 품에 안겨 생각했다.

 

'힘든 세상이야. 정말 끔찍하게 불행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쩔 때는 힘에 겨워 모든걸 다 버리고픈 충동도 느끼지만,

래도 가끔은 이렇게 눈물겹도록 행복한 순간이 있으니 그게 사는 맛 아니겠어.'

 


 

문화교양학과 학생들을 위해 글을 옮긴 나의 생각

 

결혼을 한다는 것은 둘만의 결합이 아닙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이 부분을 간과했다가 몸살을 앓습니다.

결혼은 두 사람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과 환경의 결합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단절시켜 사랑하는 사람만을 데려온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님을 먼저 챙겨 드리세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서 병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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