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Episode 1

sunking 2013. 2. 3. 10:05

 

episode1

 

상대방 부모님을 먼저 챙겨드리는 것

 

그들 부부는 시댁 근처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시아버지는 하나뿐인 며느리라고 그녀를 무척 귀여워 하였다.

그녀 또한 시아버지를 잘 모셨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관계가 힘들어졌다. 시아버지는 주말마다 그들 부부를 불렀고,

그녀는 그런 시아버지를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했다.

신혼인데 어떻게 주말마다 시부모님을 찾아 뵙느냐는 것이었다.

그날도 그랬다.

시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얘, 아가. 오늘 토요일인데 언제 올거냐?"

"예, 아버님, 그이가 오면 출발할께요."

그녀는 시아버지한테 못 간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가 없었다.

대신 전화를 끊고 나서 남편에게 신경질을 부렸다.

"아니, 가기 싫으면 아버지한테 안 간다고 하면 되지. 왜 나한테 짜증이야.

그리고 편찮으신 아버님이 오라고 하는데 좀 가면 어때."

그는 그녀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어떻게 아버님한테 안간다고 해."

그들 부부는 거의 매주, 시댁에 가는 문제로 다투었다.

어느 날, 그는 운전을 하다가 라디오를 틀었다.

"주부들은요. '시'자 붙은 것은 시금치도 싫어합니다.

남편들이 아내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는 방송을 들으면서 생각해 보았다.

결혼한 뒤로 장인 장모님께 전화는 자주 드렸는지, 또 얼마나 찾아뵈었는지...

그리고 반성을 했다. 아내한테 시댁에 잘하라고 강요했을 뿐

자신이 처가에 잘한 것이 없었다. 그날 저녁, 그가 말했다.

"이번 주말에는 장인어른 댁에 가자. 장모님이 해주시는 고추장 불고기 먹고 싶다."

그녀는 뛸 듯 좋아했다. 그때부터 그는 처가에 자주 가기 시작했다.

처가에 가서 일도 도와드리고 고장난 형광들이나 스위치도 고쳤다.

그녀는 친정에 자주 들르게 되자 기뻐하는 눈치였다.

금요일 저녁,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내일은 아버님 모시고 아버님 좋아하시는 장어 먹으러 가야겠어요.

요즘 입맛을 잃으신 것 같아요."

흔히 누가 하라고 하면 더 하기 싫어진다고 한다.

그는 그날 이후로 아내가 시댁에 하는 모든 일에 대해

간섭하지도, 강요하지도 않기로 했다.

다만 처가의 세심한 일에 신경을 쓰고 그녀에게 이야기할 뿐이었다.

그 이후로 시댁이나 처가 때문에 싸우는 일이 없어졌다

 

문화교양학과 학생들을 위해 글을 옮김  서병태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pisode 3  (0) 2013.02.03
Episode 2  (0) 2013.02.03
아버지란...  (0) 2013.02.03
[스크랩] 대한민국의 희망은 대한민국 안에 있다  (0) 2012.09.18
오유지족  (0) 2011.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