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감상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sunking 2013. 12. 19. 13:05

 

              

                                   번스타인이 베르린 장벽이 허물어진 것을 기념하여 공연한 합창교향곡입니다.

                                   앞부분에 베르린 장벽에 대한 약간의 설명을 들으신 후 전곡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베토벤 합창교향곡 중에서 4악장  400여명의 합창단이 함께합니다

 

교향곡 제9번 ‘합창’_베토벤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은 환희와 인류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4악장에서 독일의 시인 실러의 시에 곡을 붙인 합창이 나오는 까닭에 ‘합창’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작품은 작곡가 베토벤이 완성해낸 마지막 교향곡이자 오랜 세월에 걸쳐 작곡된 역작이기도 하다.

베토벤이 ‘합창’ 교향곡을 완성해낸 것은 그의 나이 53세 때인 1824년 2월의 일이지만

이 교향곡은 이미 1812년경부터 구상되었고,

실러의 ‘환희에 붙여’의 송가에 곡을 붙이려 생각한 것은 그가 고향 본을 떠나 빈으로 가기 이전부터였으니

베토벤은 교향곡 제9번을 30년 이상이나 구상하고 있었던 셈이다.

 

 편성 : 피콜로1, 플루트2, 오보에2, 클라리넷2, 바순2, 콘트라바순1, 호른4, 트럼펫2, 트롬본2, 팀파니,

큰북, 심벌즈, 트라이앵글, 현악5부, 소프라노 1, 알토1, 테너1, 베이스1, 혼성4부 합창

 

[합창 교향단]이 연주되고 있는 영화 [카핑 베토벤]의 한 장면

[합창 교향단]이 연주되고 있는 영화 [카핑 베토벤]의 한 장면

 

다이내믹은 피아니시모(pp). 10여 마디가 지나도록 들리는 음이라고는 단지 A와 E음 뿐이다.

이 텅 빈 완전 5도를 채워줄 중간 음마저 빠져

있어서 대체 이 음악이 장조인지 단조인지조차

감이 안 온다.

 

이처럼 애매모호한 도입부는 베토벤 이전의

교향곡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파격적인 것이다.

형이상학적인 이론가들은 이 도입부를 가리켜

아무 것도 없는 혼돈 속에서 서서히 우주가

생성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 부분은 또한 어둠 속에서 서서히 해가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훗날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

거의 모든 그의 교향곡에 이러한 개시 방법을

도입해서 ‘브루크너의 모든 교향곡은

베토벤 교향곡 9번이다’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아래 주소를 클릭하셔서 유트브에 있는 카라얀스키가 지휘하는 2악장을 감상해 보세요. 지휘자에 따라

울림의 소리가 다름을 느끼실 것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gHSckAJoEMw&feature=player_detailpage

 

신비로운 1악장의 도입부가 지나면 d단조의 주제가 단호한 어조로 등장한다.

쓸데없는 수사나 장식 없이 전 오케스트라가 큰 소리로 단순 명쾌한 주제를 연주하는 순간 압도적인

숭고함이 뿜어 나온다. 그러나 1악장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바순과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베이스가 D에서 A로 반음계적으로 하행했다가

다시 D로 되돌아오는 선율을 반복해서 연주하며

어둡고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확신에 찬

어조를 다시금 비탄의 정서를 자아내며 1악장을

마무리한다.


1악장의 애매모호한 도입부와 명쾌한 주제는 마치 혼돈 속에서우주가 생성되는 모습과 같다.

1악장의 애매모호한 도입부와 명쾌한 주제는 마치

혼돈 속에서 우주가 생성되는 모습과 같다.

2악장에서 비극은 익살극으로 얼굴을 바꾼다


태초의 혼돈과 우주의 생성으로 시작해 비탄으로 끝난 1악장은, 이런 심각한 슬픔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활기찬 2악장으로 이어진다.

베토벤 연구가 솔로몬이 이 악장에서 비극은 갑자기 익살극으로 바뀐다고 말했듯이, 2악장의 기괴한

음악은 1악장의 고뇌를 한 순간에 하찮은 농담으로 전락시킨다.

그 농담은 유쾌하다기보다는 냉소적이며 지극히 악마적인 것이다.

여기서 팀파니는 2악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희극 배우로 활약한다.

보통 방식대로 완전 5도로 조율되지 않고 옥타브 음정으로 조율된 팀파니는 갑자기 큰 소리로

끼어들며 우리에게 섬뜩한 농담을 건넨다.

2악장의 열광적인 무곡이 끝나면 사랑으로 넘치는 3악장 아다지오가 뒤따른다.

음악학자 조세프 커먼은 베토벤의 후기 기악곡에 ‘인간의 목소리’(voice)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베토벤 [합창 교향곡]의 아다지오야말로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 아다지오는 순수 기악곡이지만 여기에는 마치 성악곡과 같은 유려한 멜로디가 흐르며

천상의 분위기를 전해준다.

 

4악장 ‘환희의 송가’를 통해 모든 인간은 하나가 된다!

4악장이 시작되면 오케스트라의 서주를 지나 베이스 독창자가 일어나

“오, 벗이여! 이런 곡조는 아니오! 더 즐겁고 환희에 찬 곡조를 노래합시다!”라 말한다.

그러면 지극히 단순하지만 강한 설득력을 지닌 환희의 선율이 시작된다.

그 뒤를 이어 터키풍의 행진곡과 느리고 장중한 음악, 환희의 멜로디를 기반으로 한 변주,

소나타와 협주곡 형식 등이 합쳐지면서 거대한 음악적 통일이 성취된다.

‘모든 인간은 한 형제’라는 환희의 송가를 통해 청중은 모두 하나가 된다.

 

베토벤 [합창 교향곡]의 자필 악보로 악보 중간에 'seid umschlungen, Millionen(백만인이여, 서로 껴안으라)'라고 씌어진 베토벤의 육필이 보인다.

베토벤 [합창 교향곡]의 자필 악보로 악보 중간에

 'seid umschlungen, Millionen(백만인이여, 서로 껴안으라)'라고 씌어진 베토벤의 육필이 보인다.

 

 

 

 

최은규 / 음악 평론가 /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및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부천필,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