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이세키 요리에 대해서
‘일본 요리는 눈으로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요리를 자랑하는 일본.
그 화려함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가이세키 요리会席料理’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술과 함께 즐기는 가이세키会席料理 요리
가이세키会席料理 요리는 일본의 전통 요리 형식 중 하나로, 에도시대(1603~1876년)때 부터
연회나 결혼식 등에서 손님을 접대할 때 이용하는 고급 정찬 요리입니다.
보통 연회 자리에는 술이 제공되기 때문에 술과 함께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죠.
본래 일본에서는 혼젠요리本膳料理라고 해서 관혼상제 등의 의식에 쓰이는 요리 형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차림 방법, 먹는 방법 등이 너무 엄격하고 까다로워 현재에는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는데요.
이 혼젠요리가 간소화되면서 생겨난 것이 바로 가이세키 요리랍니다.
일본식 여관인 ‘료칸’이나 결혼식, 모임 등에 나오는 코스 요리는 대부분
이 가이세키 요리를 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2. 가이세키 요리는 두 종류가 있다?
<차茶 즐기기 위한 가이세키 요리懐石料理>
인터넷에 가이세키 요리를 검색하면 会席料理와 懐石料理라는 두 가지의 한자가 나옵니다.
둘 다 ‘가이세키’라고 발음되기 때문에 둘의 차이가 저도 많이 헷갈렸었는데요,
두 요리를 같은 의미로 혼용해서 쓰는 곳도 있지만 이 두 요리는 엄연히 다른 요리입니다.
会席라는 한자를 쓰는 가이세키 요리는 주로 연회에서 술과 함께 즐기는 요리라고 소개해 드렸었죠.
懐石라는 한자를 쓰는 가이세키 요리는 술이 아닌, 다회 등에서 차를 마시기 전에 먹는 요리를 말합니다.
옛날 일본 승려들은 공복에 차를 마시면 속이 쓰리기 때문에 차를 마시기 전에
간단히 차린 요리를 먹었다고 합니다. 懐石라는 한자는 ‘품속의 돌’이라는 뜻인데요,
옛날 승려들이 배고픔을 참기 위해 뜨거운 돌을 품에 안고 자는 버릇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네요.
근세에 들어와서 두 요리의 의미는 달라졌지만 가이세키 요리懐石料理는
가이세키 요리会席料理의 일종의 뿌리가 된 요리라고 합니다.
3. 가이세키 요리의 특징
<동백꽃 문양이 있는 일본 그릇> 사진출처 : KBS1TV '100년의 가게'
가이세키 요리는 일본요리의 전통적인 특징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요리입니다.
요리의 ‘계절감’을 중시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계절에 따른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계절에 맞는 그릇이나 장식을 사용하여 음식을 담아냅니다.
또 가이세키 요리를 대접할 때에는 코스마다 재료, 맛, 조리법이 겹치지 않도록 구성한다고 하니
그만큼 주방장의 창의력과 실력을 느낄 수 있는 요리이기도 하죠.
가이세키 요리는 1즙3채一汁三菜를 기본으로 합니다.
여기서 '즙汁'은 국을, '채菜'는 반찬을 뜻하는데요,
즉 국물 하나와 세 개의 반찬이 기본이 된다는 뜻입니다.
1즙 3채를 기본으로 2즙 5채, 2즙 9채 등으로 코스의 가짓수가 다양하게 늘어납니다.
4. 가이세키 요리의 순서
가이세키 요리가 나오는 순서는 곳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키즈케先付 → 스이모노吸い物 → 오즈쿠리お造り → 야키모노焼き物 →
니모노煮物 → 아게모노揚げ物 → 무시모노蒸し物 → 스노모노酢の物 → 쇼쿠지食事 →
미즈가시水菓子의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1) 사키즈케先付 : 전채 요리
사키즈케先付는 식전에 내는 안주로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되기 전에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합니다.
보통 식전주酒와 함께 제공되며 계절을 반영한 식재료들을 사용해 한입 크기로 담아냅니다.
2) 스이모노吸い物 : 국물요리
스이모노吸い物는 국물요리로 완모노椀物라고도 합니다.
맑은 국이 나와 입안을 깨끗하게 하고 뒤이어 나올 차가운 회에 대비해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합니다. 다 먹고 난 뒤에는 뚜껑을 비스듬히 닫아놓습니다.
3) 오즈쿠리お造り : 생선회
일본 요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회이죠! 오즈쿠리는 관서지방에서
주로 사용하는 말로 우리에게 ‘사시미刺身’라는 말이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오즈쿠리에는 흰 살 생선과 붉은 살 생선이 나오는데요.
흰 살 생선을 먼저 먹고 붉은 살 생선을 나중에 먹습니다.
또 처음부터 와사비(겨자)를 간장에 섞지 말고 사시미 위에 따로 얹어 먹어야
와사비의 맛과 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하네요.
4) 야키모노焼き物 : 구이
야키모노焼き物는 구이 요리라는 뜻입니다. 제철 생선이나 새우 등이 직화로 구워져 나오며
소고기 등의 육류가 나오기도 합니다.
5) 니모노煮物 : 조림 요리
조림 요리라는 뜻의 니모노煮物는 요릿집과 주방장의 수준을 알 수 있는 척도라 말해질 만큼
중요한 요리 중 하나입니다. 제철 야채나 어패류를 조린 요리가 등장합니다.
6) 아게모노揚げ物 : 튀김 요리
일본의 튀김요리는 우리에게도 많이 익숙하죠. 튀김 요리라는 뜻의 아게모노에는
튀김옷을 입히지 않고 그대로 튀겨내는 스아게素揚げ,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기는
덴푸라天ぷら 등이 있습니다. 야채나 생선류를 튀긴 요리가 나옵니다.
7) 무시모노蒸し物 : 찜 요리
무시모노蒸し物는 찜 요리로 달걀·팥·두부·새우·도미·연어·조개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합니다.
달걀찜인 차완무시茶碗蒸し가 나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8) 스노모노酢の物 : 절임 요리
스노모노酢の物는 어패류나 야채를 식초로 양념한 일본 요리로 초무침 또는 초회라고 합니다.
생선·조개·야채 등을 소금에 절여 밑간하고 식초·설탕·간장을 넣고
새콤하게 무쳐내어 입안을 산뜻하게 해줍니다.
9) 쇼쿠지食事 : 식사
코스가 다 끝나고 나면 식사가 제공되는데요. 일반적으로 갓 지은 밥과 된장국이 나옵니다.
곳에 따라서는 스시나 메밀 국수 등 면류가 나오기도 합니다.
10) 미즈가시水菓子 : 디저트
미즈가시는 과일을 가리키는 말로 옛날에는 과일이 과자였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보통 미즈가시는 수분을 포함한 과자를 말합니다.
미즈가시로 제철 과일과 차 등 디저트가 제공되면서 가이세키 요리의 코스는 모두 끝나게 됩니다.
5. 가이세키 요리의 식사 예절
일본은 젓가락 사용에 대한 식사 예절만 36가지가 있다고 할 정도로 식사 예절이 철저한데요.
가이세키 요리를 먹을 때에도 몇 가지의 식사 예절이 있습니다.
혼젠요리本膳料理나 가이세키懐石料理 요리에 비해 식사 예절을 엄격하게 지켜야 할 필요는 없지만
알아두면 도움이 되겠죠?
1) 손에 들고 먹어도 좋은 그릇과 그렇지 않은 그릇은?
일본 요리의 식사 자리에서는, 손에 들고 먹어도 좋은 그릇과 안 되는 그릇이 있습니다.
그릇을 손으로 들 때는 그릇을 양손으로 들어 올린 뒤, 왼손의 엄지 이외의 손가락으로
그릇의 바닥을 감싸고, 오른손을 떼어 놓고 왼손으로 듭니다.
2) 전의 음식을 다 먹기 전에 다음 요리가 나오면?
다음의 요리가 나왔다고 해서 현재 먹고 있는 요리를 서둘러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 요리가 나오면 그 요리를 바로 즐기면 되는 것이죠.
요리는 주방에서 바로 먹을 때 최상인 상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따뜻한 것은 따뜻할 때,
차가운 것은 차가울 때 음식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3) 코스 요리를 밥과 함께 먹는 것은 매너 위반?
앞서 말씀드렸듯이 가이세키 요리는 연회 등 술자리에서 주로 먹는 요리입니다.
술을 즐기기 위한 요리이기 때문에 코스의 마지막 즈음에 밥이 나오는 것이죠.
가이세키 요리의 코스는 맛의 조화 등을 생각해 짜여진 것이기 때문에 가게의 차례에 따르는 것이
기본적인 매너라고 하네요.
4) 요리를 다 먹은 후에는?
뚜껑이 있는 그릇에 담겨 나온 요리는 먹은 뒤 뚜껑을 다시 덮어둡니다.
젓가락은 끝부분에 더렵혀진 부분을 닦고 원래의 위치에 놓아둡니다.
그릇에 립스틱 등이 묻은 경우도, 깨끗하게 닦아내는 것이 좋습니다.
음식을 다 먹고 그릇을 겹쳐서 쌓아두는 것은 그릇에 상처를 낼 수도 있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하니 주의하는 게 좋겠네요.
인터넷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