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사와 어머니가 주고 받은 옥중편지
어머님 전 상서
예수를 찬미합니다.
불초한 자식은 감히 한 말씀을 어머님 전에 올리려 합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자식의 막심한 불효와,
아침저녁 문안 인사 못 드림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이 이슬과도 같은 허무한 세상에서 감정에 이기지 못하시고 이 불초자를 너무나 생각해 주시니
훗날 영원의 천당에서 만나 뵈올 것을 바라오며, 또 기도하옵니다.
이 현세의 일이야말로 모든 주님의 명령에 달려 있으니 마음을 평안히 하옵기를 천만번 바라올 뿐입니다.
분도는 장차 신부가 되게 하여 주기를 희망하오며, 후일에도 잊지 마옵시고 천주께 바치도록 키워 주십시오.
이상이 대요이며, 그 밖에도 드릴 말씀은 허다하오나 후일 천당에서 기쁘게 만나 뵈온 뒤 누누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위아래 여러분께 문안도 드리지 못하오니, 반드시 꼭 주교님을 진심으로 신앙하시어
후일 천당에서 기쁘게 만나 뵈옵겠다고 전해 주시기 바라옵니다.
이 세상의 여러 가지 일은 정근과 공근에게 들어 주시옵고, 배려를 거두시고, 마음 편안히 지내시옵소서.
- 분도 : 안의사의 장남
- 정근과 공근 : 안의사의 남동생
-----어머니 조마리아여사님의 편지
도마 안중근 의사
네가 어미 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고 생각하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한사람 것이 아닌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건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은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아마도 이 어미가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네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재회하길 기대하지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돼 이 세상에 나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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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1879-1910)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할빈 역에서 의병 참모중장의 자격으로 이또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거사를 행하고 다음 해 1910년 2월 14일 사형선고를 받았으며 같은 해 3월 26일 오전 10시에
31세의 나이로 여순 감옥에서 순국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