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고교 선배가 미주 한국일보에 기고한 칼럼이다.
며칠전 새해 인사문과 함께 메일로 접수되어 블로그에 정리해둔다.
선배는 30여년전에 미주로 이주하여 대한통운 미주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틈틈이 글을 써왓는데
은퇴 후, 집에서 쉬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글로 남겨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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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 미주 한국일보 2014.1.14 게재할 글 | 김정수 칼럼
전에는 별 재미 없이 읽었던 책인데 이 나이가 된 요즈음에 다시 한번 읽고 싶은 작품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헤밍워이의 The Old Man and the Sea <노인과 바다>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바다 한 가운데에서 겪었던 절대 고독,
낚시에 걸린 거대한 물고기와의 처절한 투쟁,
그리고 그렇게 고생을 해서 잡은 수확물을 상어 떼에게 다 뺏기고 나중에는 생선 뼈만 들고
돌아오는 모습에서 바로 우리가 겪는 삶의 여정이 새삼 스럽게 보여지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아주 단조롭다.
큐바의 한 어촌에 사는 산티아고라는 노인. 평생을 낚시질로 살아온 이 노인은
늙어가면서 통 물고기를 잡지 못한다.
바다에 나가 온종일 낚시를 해도 매번 헛탕. 이렇게 노인은 84일이나 공을 쳤다.
마을에서는 운이 다한 노인네라고 모두 무시하고 가까이 하지 않았는데 마눌린이라는
어린 소년 하나만 그의 친구가 되어줄 뿐이였다.
그러나 노인은 남이 뭐라던 언젠가는 큰 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신념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어부들 보다 더 멀리 더 나가서” 낚시를 하겠다고 맘을 먹고
조각배에 노를 저으며 멀리 멕시코 만류까지 나간다.
낚시 헛탕 85일 째 되던 날 노인은 드디어 엄청 큰 청새치 한마리가 낚시에 걸려든 것을 알았다.
처음 이틀 동안에는 배보다 더 큰 청새치에 끌려 다니다가 사흘째 되던날
노인은 작살을 이용해서 그것을 확실히 때려 잡았다.
하지만 물고기가 너무 커서 배 위로 끌어 올릴 수 없게 되자 노인은 그놈을 배 옆에
나란히 매달고 집으로 향한다.
시장에서 비싼 가격으로 이것을 팔 생각을 하니 노인은 즐겁다.
그런데, 상어 떼가 청새치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들었다.
노인은 힘들게 잡은 청새치를 상어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다시 사투를 벌린다.
첫 번째로 나타난 상어를 작살로 죽였고 또 노에 칼을 묶어서 5마리를 죽이고
나머지 무리도 쫓아 버렸다.
그러나 그날 밤 상어 떼들이 다시 와서 청새치를 뼈만 남기고 다 먹어치웠다.
그 고생을 해서 하나 크게 잡았나 싶었는데 결과는 “꽝.” 생선 뼈다구만 남은 것이다.
마침내 아침해가 뜨기 전 노인은 드디어 자기 집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침대에 쓰러져 맥없이 누워 잤다.
다음날 동네 다른 어부들이 노인의 배에 매달린 거대한 물고기의 뼈를 보면서 제가끔
한마디 씩 하고 있었는데 바다에 나간 노인을 걱정하던 마눌린 소년은
집에서 자고 있는 산티아고 노인을 발견하고 안도감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노인이 잠에서 깨었을 때, 그들은 다시 한번 고기잡이를 나가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노인은 다시 잠이 들었다. 노인은 아프리카 해변의 사자들을 잡는 꿈을 꾼다.
내 또래의 많은 친구들이 요즘 은퇴를 한다.
평생을 두고 열심히 일한 덕분에 은퇴한 다음에도 그저 먹고는 살만한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을 요즘 만나면 웃우게 소리로 “나이 70 거지”라는 말을 한다.
평생을 죽겠다고 일하고 나이 70 쯤 되어 사업을 정리하고 부동산을 처분하니까,
1031으로 미루워 오던 부동산 취득세를 내야하고,
감가상각 비용까지 포함한Capital Gain소득세 내야하고..
이것 저것 자잘한 빚 값고 나니까 거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엄살도 대단하다).
이런 자칭 ’70 거지’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평생을 일구던 사업을 불경기가 겹친 말년에 다 말아 먹고 소설속의 노인처럼
생선 뼈다구 만 달랑 남겨 은퇴하는 노인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고맙게도 상어떼가 다 띁어 먹지는 않고 살점 몇은 남겨 주었다.
노인이 사흘간이나 사투를 벌이는 바다는 우리 삶의 현장이다.
큰 청새치가 걸려들자 노인은 작살을 던질 수 있는 거리까지 피가 흐르는 손으로
낚싯줄을 당기면서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대목에서 이 작품의 상징성을 느낀다.
어찌보면 인생은 시련이고 또 고통인데 노인은 삶의 현장을 벗어나지 않고
시련과 맞서 당당하게 싸우는 것이다.
상어떼와 싸우면서 드뇌는 말
“사람은 파멸당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다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1952년에 발표된 The Old Man and the Sea는 헤밍웨이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 주었다.
학교 때 읽을 때는 단어를 찾아 밑줄을 그어 가면서 “해석”을 하느라고 바빴는데
이제 여유를 가지고 다시 읽으니 맘에 와서 닿는 감각이 새롭다.
바다에서 돌아온 노인이 침대에 쓰러져 잠만 잤던 것처럼
은퇴 첫 해였던 작년에 나는 아무데 여행도 안가고 집에서만 지냈다. 꼼짝하기가 싫은 것이다.
실컷 자고 쉬고 나서 말할 것이다.
“또 고기를 잡으로 나가야지. 이번엔 더 멀리 나가 보는거야!”
오늘 밤에는 나도 아프리카에 가서 사자를 잡는 꿈을 꿀 것 같다.
지금은 고인이된 앤소니퀸이 주연한 노인과 바다 스틸 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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