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만한 칼럼

한류’에 관한 기사가 뜰 때마다 나는 행복하다

sunking 2013. 10. 24. 17:35

 

한류! 나는 행복하다

 

나는 한국인이고 내 정체성은 한민족의 일원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아니,

더 이상 만족할 수 없다.

회고해보라! 우리는 오로지 ‘한’으로만 맺힌 민족이었다.

5천년동안 우리 ‘한국인’은 천덕꾸러기 미운 오리새끼로

숨 한번 제대로 못 쉬어 본 적이 없다.

이제 비로소 백조가 되어 ‘한류’를 타고 하늘 높이 비상하여 온 세계인이 우러러보고 있다.

신데렐라의 팔자가 따로 없는 것이다.

 

서구 열강은 15세기말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아메리카 대륙을 삼킨 다음

19세기에 이르러서는 동아시아로 제국주의의 야욕을 펼쳤다.

 

중국은 종이, 화약, 도자기 등 문명의 모든 기초를 발명하고 10세기까지

세계 최고의 문명국 당나라를 세움으로써 서양인들에게 ‘샹그릴라’로서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19세기초 본격적으로 상륙하여 문을 열어보니

중국은 문명은 커녕 미신이 판치는 야만국에 불과했다.

아편전쟁, 청일전쟁, 북청사변, 중일전쟁 등에서 연전연패하며

중국은 국가로서의 존폐위기에 몰렸다.

펄벅의 ‘대지’는 중국의 이미지에 ‘결정타’를 날렸다.

이후 중국은 ‘미개한 아시아의 약소국’의 하나로 전락하고 말았다.

 

일본은 1853년 미국의 해군 준장 페리가 쇄국의 문을 열 때까지

조선과 마찬가지로 은둔국이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즉각 국가 근대화에 착수하여 불과 40년만에

청일전쟁에 승리할 만큼 국력을 키웠다.

이어 1904년 노일전쟁에 승리함으로써 일본은 세계열강에 편입하고

1905년에는 미국과 비밀협정을 맺어 조선의 할양을 승인 받았다.

두 번씩이나 받은 노벨 문학상을 계기로 일본은 세계 일류의 문화 민족으로 부상했던 것이다.

 

통탄스럽게도, 조선은 1894년 동학농민운동을 빌미로

중국과 일본의 군사적 개입을 자초하고 만다.

1910년, 조선은 일본이 삼켰지만 누구 하나 편들겠다고 나서는 나라가 없었다.

외세에 저항해볼 힘도 의지도 없는 일개 ‘추장국’에 불과했으므로.

안중근, 이준, 서재필 등의 구국 활동은 태풍 속에서 촛불을 켜보자는 격의

무모한 몸부림에 불과했다.

 

이후 일제의 식민지배, 분단, 6.25 동란 등을 거치면서 우리는 가슴 속에서

오로지 민족적 열등감만이 암세포처럼 자랐다.

치약이나 빵조차 만들 줄 모르고 땅이나 파먹고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열등하고 가난한 민족이라는 현실이 우리를 자포자기로 이끌었다.

 

우리는 스스로 ‘엽전’이라고 비칭했다.

나라의 국제적인 인지도는 비참할 정도로 낮았다. 네팔이나 티벳은 알아도 한국은 몰랐다.

어떤 문인이 일본 귀화의 권유를 거부하면서 말했거니와

한국은 ‘차마 버릴 수 없는 문둥이 어머니’였다.

사정이 이러하니, 우리 세대는 ‘태어나서는 안 되는 사생아’의 비운에 시달리며

평생을 살 수 밖에 없었다.

 

일본인들이 ‘지지지’하며 ‘소녀시대’를 따라 부르며 비비꼴 때

나는 감격하여 까무러칠 것 같다.

우리는 그들에게 ‘조센징’이라 불리며 굴욕을 당하던 시절이 바로 엊그제였으므로.

‘못사는’ 중국인들이 ‘잘사는’ 우리를 선망할 때 역사는 노름판 같이 쉽게 뒤집힐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수천년 동안 해마다 그들에게 조공을 바치느라고 우리의 선조들은 얼마나 피땀을 흘렸는가!

 

프랑스인들이 한류 공연을 연장하라고 시위를 벌일 때

나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를 확인해보고자 팔을 꼬집어 봐야했다.

불과 1백수십년전의 병인양요가 떠오르므로....

 

호주인, 독일인 등 피부가 허여멀끔한 사람들이

“이렇게 발전한 나라에서 운운” 했다는 기사를 보면 금석지감이다.

선진국의 백인들에게 경제적, 문화적, 인종적으로 최악의 천대만을 받고 살았으므로...

 

다시 모두로 돌아가서, 내가 지금 세상을 하직하는 상황이라면

평생 거지로 살다가 임종의 침상으로 왕자의 신분을 비로소 되찾은 격이다.

‘한류’에 관한 기사가 뜰 때마다 나는 행복하다.

 

어느 신문에 게재된 글 중에서 - 글쓴이를 메모해 두었는데 찾지를 못했다.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