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백수잔치 - 손주며느리의 글
아래의 글은 나의 어머니 백수(99세)잔치를 맞아 성심여대 부천캠퍼스 OMNIBUS관 연회장에서
직계가족 만 83명 참석한 가운데 어머님을 기쁘게 해드린 잔치에서 손주며느리가 작성하여 읽은 글이다.
둘째댁 손주 며느리는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재원이다.
할머님의 백수잔치를 축하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할머님의 손자며느리 최해경입니다.
이렇게 기쁘고 뜻 깊은 자리에서 가족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제가 큰 역할을 맡게 되어 너무 과분하고 송구합니다.
이 자리에 서기 위해 약 5년 반 동안 할머님과 함께 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부족한 손자며느리로서의 제 모습을 들여다보게 되었기에 조금 부끄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할머님의 백수잔치를 진심으로 축하드리는 마음을 용기 삼아,
두서없는 말씀이지만 할머니를 가까이에서 뵙고 살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점들을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외유내강.
제가 평소에 지침으로 삼아 지키고자 하는 말입니다. 또 할머님을 가장 잘 표현해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비록 육체가 연로하시지만 정신력이 강하시고, 남에게는 부드러우시지만 자신에게는 철저하신
할머님의 모습에서 전 항상 외유내강을 느꼈습니다.
직장 다니면서 아이 둘을 키우느라 손자며느리 노릇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저에게
할머님은 항상 안쓰러운 눈빛으로 걱정과 위로의 말씀을 건네주시는 따뜻한 분입니다.
하지만 계단이나 눈길 등 힘들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한 번도 부축을 허락하지 않으시고
꿋꿋하게 혼자 걸으시는 모습에서는 강인한 정신력을, 아직도 매일 아침 화장을 하시고,
스타킹도 꼬박꼬박 챙겨 신으시는 여성스러운
할머님의 모습에서는 철저한 자기관리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할머님의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 바로 이런 절제와 인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제게 100세를 바라보시는 할머님이 계시다는 걸 아시는 주변분들께서는 아이들을 양육하기에
참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는 말씀을 많이 해 주십니다.
부모, 조부모, 증조모가 함께 살아가면서, 아이들은 가족의 화목뿐만 아니라
긴 세월을 살아오신 어른의 지혜와 인품을 배울 것이며, 또 할머니를 뿌리로 하여
우리에게 이렇게 많은 친지들이 계시다는 것과, 여러 친지들이 명절 때마다 모여
서로가 안부와 정을 나누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끼며 자라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할머님은 오늘 여기 모이신 모든 분들을 하나로 묶어주시는 끈이요,
각각의 소중한 가정이 있게 해 주신 뿌리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봅니다.
앞으로도 할머님께서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마지막으로 할머님의 존함으로 삼행시를 지어
백수잔치를 축하드리는 제 마음을 가름하여 볼까 합니다.
조 - 조용하고 자애로우신 우리 할머님
복 - 복된 날을 맞으심을 축하드립니다.
수 - 수많은 마음이 모여 함께 외칩니다. 할머님, 만수무강하세요~
2010년 11월 6일 흙날에 손자며느리 최해경 올림